깍아주거나 더 걷어 경기를 조절하기도

[Cover Story] 세금은 강제로 걷지만 소득 재분배 효과도 있다
공자(孔子)가 제자들과 더불어 태산(泰山) 기슭을 지날 때다.

한 여인이 무덤 앞에서 슬피 우는 것을 보고 이유를 물었더니 "시아버지 남편에 이어 아들까지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다.

공자가 "그렇다면 어째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않습니까"라고 물으니 뜻밖에도 여인은 "마을로 내려가 가렴주구(苛斂誅求:가혹하게 세금을 거둬들이고 백성의 재물을 빼앗음)를 당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예기(禮記)'에 실려 전해 내려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의 고사다.

가혹한 세금이 산 속의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의미다.

오래된 서양 격언에는 또 '세금과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아주 기초적인 정치 체계를 형성한 이후로는 싫어도 예외없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말이다.

자의든 타의든 공동체를 유지하는 비용을 구성원들이 분담해야 하는 것이다.

근대 국가에 이르러서는 원활한 조세 제도를 운영할 수 있느냐 여부가 한 국가의 존폐까지 결정할만큼 중요해졌다.

⊙ 세금은 왜 걷나

일반적으로 세금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수입을 충당할 목적으로 개별적인 보상이나 반대급부의 제공 없이 국민으로부터 강제로 징수하는 재화 또는 화폐'로 정의한다.

국가와 지자체는 국방 치안 외교 사회보장 교육 도로 상하수도 등 국민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일정한 재원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기업처럼 투자를 받아 영리 활동을 할 수는 없기에 결국 국민으로부터 돈을 강제로 걷어 쓸 수밖에 없다.

다만 세금은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접적인 대가는 아니라는 점에서 수도요금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과 다르고, 특별한 비용 부담이 생기는 원인을 제공한 이에게만 매기는 환경개선, 수질개선, 교통혼잡부담금 등 각종 부담금과도 차이가 있다.

국가가 세금을 강제로 징수할 수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세금 항목을 새로 만들거나 부과할 수는 없다.

세금을 매기는 것은 국민을 대표하는 의회에서 만든 법률에 의해서만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조세법률주의 원칙이다.

국왕이나 귀족계층이 자의적으로 세금을 걷는 것에 저항한 근대 시민혁명의 결과 이 같은 원칙이 확립됐다.

⊙ 역할 늘어가는 세금

세금을 걷는 본래의 목적은 재정 수입을 확충하기 위함이다.

근대 국가 초기 세금은 오로지 이 같은 '국고적 목적'에 의해서만 징수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점차 현대로 접어들수록 국가의 역할이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세금은 여러 가지 사회정책적 수단의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국가가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거둬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정책에 쓰게 되면 소득 재분배 효과가 생긴다.

소득재분배 효과를 노려 소득세와 법인세율을 누진적(소득격차보다 더 큰 비율로 세금이 늘어나는 구조)으로 설정하다 보니 세금이 경기를 조절하거나 빈부차를 완화하는 등의 부수적 역할도 하게 됐다.

법인세와 소득세는 호황기에 민간의 돈을 빨아 들여 투자와 소비를 억제해 경기 과열을 막는다.

반대로 불황기에는 세금액을 감소시켜 투자와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보완하는 작용을 한다.

세금이 이런 역할까지 하게 된 것은 국가 재정의 절대 규모가 커졌기에 가능한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국가가 어떤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인센티브(유인책)로 세금을 활용하기도 한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석유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하이브리드카 보급을 늘리기 위해 내년부터 개별소비세를 감면키로 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렇게 특정한 경제 부문에 대해서나 국가가 보기에 바람직한 행위를 하는 개인이나 기업에 대해 세금을 깎아줘 산업을 육성 및 장려하는 것이다.

반대로 어떤 행위에 대해 세금을 더 많이 물려 억제하기도 한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제품에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유류세(수송용에만 매겨짐)를 부과하거나, 고가주택의 수요를 줄이기 위해 세대별 부동산 보유액을 따져 6억원을 넘으면 일반 재산세보다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종합부동산세를 내도록 한 게 그런 경우다.

⊙ '종부세'는 조세원칙 위배 논란

그러나 정부가 세금을 사회적 유인책이나 억제책으로 과도하게 활용하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경제 주체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영향을 미쳐 자원배분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구난방식으로 신설되는 세제 상의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을 따로 만들었을 정도다.

물론 유인 정도를 지나치다고 보는지 아닌지는 시각의 문제이다.

종합부동산세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대형 고가주택의 과다 수요와 투기를 억제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좁은 국토에 많은 주택을 짓기 위해 대형 아파트 공급을 제한하는 정책을 수십년간 펴오다 보니 대형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올랐고 이에 가격 상승 효과를 기대한 대형 주택 수요가 지속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종부세는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도입됐으나 단순히 집값만 따져 세금을 매김으로써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종부세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징벌적 성격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신규 주택 공급 감소,임대료 상승 등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세정책의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의 강만수 장관은 지난 3일 종부세에 대해 "담세(세금을 낼) 능력이 없음에도 빚을 내서 세금을 내는 상황 아니냐"며 "수학적으로 말하면 (현행 종부세를) 100~200년 하게 되면 개인의 재산을 몰수하는 결과가 되고 이는 나라 경제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며 종부세를 바로잡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차기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kh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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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종부세 완화 등 부동산세도 일부 '손질'

정부 세제개편안 발표

[Cover Story] 세금은 강제로 걷지만 소득 재분배 효과도 있다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참여정부 시절 투기 억제를 이유로 엄격하게 바꿔놓은 부동산세제를 일부 손질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우선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를 완화했다.

1주택자가 그 집에 오래 살았다면 투기 목적이 없는 것으로 봐서 양도세를 대폭 줄여주기로 한 것이다.

1주택자가 이사를 가려 해도 과도한 양도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지 못하는 부작용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종합부동산세도 부분적으로 손을 댔다.

과표 적용률을 지난해 수준(80%)으로 동결키로 했는데 집값이 떨어졌는 데도 종부세는 오르는 등 과도한 세 부담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종부세에 더해지던 농어촌특별세(20%)는 아예 폐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