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글로벌 인재 키우고 조기유학 줄일 것"

반 "사실상 귀족학교…중학입시 광풍 우려"

서울에 국제중학교를 설립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직선 1기 취임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부산과 경기도에 있는 국제중으로 서울 학생들이 다 가도록 내버려둘 순 없다"며 "이미 설립된 국제고와 연계시키고 학교 다양화 차원에서도 국제중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제중을 설립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분명히 한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한 쪽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없어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동남아 등으로 조기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을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다며 국제중 설립 방침을 적극 지지한다.

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귀족 중학교'의 출현이자 중학교 입시의 부활을 상징하는 국제중 설립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한다.

국제중 설립 논란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비싼 수업료로 인해 귀족 학교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교육과학기술부는 2006년에도 국제중 설립을 불허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공 교육감은 국제중 설립을 선거 공약으로 내놓았고 당선된 지 한 달 만에 이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물론 국제중을 설립하려면 교육과학기술부와 사전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선거공약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교육청이 국제중 설립을 이처럼 서두르는 게 과연 바람직하냐는 점이다. 국제중 설립 논란을 분석해본다.

⊙ 반대 측, "40년 전 사라진 중학교 입시 광풍 다시 되살아날 것"

전교조는 정부가 국민 여론 수렴 없이 국제중 설립을 인가하면 초등생과 학부모 입시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40년 전 사라진 중학교 입시 광풍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업료가 연간 480만원 정도에 이르기 때문에 '귀족 학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국제중이 학생 선발을 위해 교과 성적을 계량화하는 방법을 강구할 경우 인성 및 창의성 교육은 사라지고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황폐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미 학원들이 '국제중 대비반'을 개설·확대하면서 국제중 설립에 발빠르게 대비하는 등 중학교 입시가 부활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사교육에 대한 우려를 줄인다며 3단계 선발에서 무작위 추첨을 도입했지만 오히려 학교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로또식' 선발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꼬집는다.

의무교육인 중학교 과정에 특성화 학교를 설립할 경우 공공교육의 틀이 허물어질 것이며 국제중이 수월성 교육에 부합한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 찬성 측, "글로벌시대 이끌 인재 육성하고 조기 유학생도 줄일 것"

이에 대해 찬성하는 쪽에서는 국제중 설립을 통해 국제화·정보화 시대를 선도할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고 조기 유학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없어 조기 유학을 떠나는 학생이 한 해 3만명에 이르고 있는 현실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이냐고 반문한다.

이미 설립된 국제고와 연계시키고 학교 다양화 차원에서도 국제중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가 생겼지만 고교 평준화라는 근본 틀이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국제중 설립이 전반적인 중학교 입시 부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학생부 성적과 교장 추천,면접과 토론을 거쳐 무작위 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국제중을 설립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제 경쟁과 선택의 다양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수월성 교육을 막는 것은 우리 교육의 경쟁력만 끝없이 추락시킬 뿐이라는 입장이다.

⊙ 중등교육 평준화 틀 흔들리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만전기해야

국제화·정보화 시대를 맞아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수월성 교육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맥락에서 인구 1000만명이 넘는 서울에 국제중학교를 신설하는 데 반대할 명분은 약하다.

특히 2개의 국제중학교가 이미 지방에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 비춰보면 더욱 그러하다.

문제는 이번 국제중 설립은 단순히 학교 한두 곳을 세우는 문제가 아니며 학교 서열화,초등교육의 파행,사교육 조장 등 엄청난 부작용과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학교 과정을 의무교육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 연간 480만원의 수업료를 내는 '귀족 학교'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국제중 신설이 40년간 유지돼 온 중등교육 평준화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교육 당국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부터 철저하게 강구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서울시교육청 또한 신임 교육감의 선거공약 등을 이유로 내세워 국제중 설립을 관철하기 위한 여론몰이에 나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국제중 신설이 중학 입시 부활의 전주곡이 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 국제중학교 = 국제화시대에 대비한 인재를 키우자는 취지에 따라 국어와 국사를 제외한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몰입 학교.

공립으로 1998년 개교한 부산국제중과 2006년 3월 경기 가평에 문을 연 사립 청심국제중이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8월19일 '특성화 중학교 지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의 설립을 각각 인가했다.

대원·영훈국제중은 3단계 전형으로 각 160명을 선발해 영어몰입 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 자립형 사립고 =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고 학교 스스로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학생과 교사 선발,교육비 책정 등에 대해서도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학교를 말한다.

평준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01년에 도입돼 민족사관고, 광양제철고, 포항제철고, 해운대고, 현대청운고, 상산고 등 6개 학교가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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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신문 8월20일자 A1면

서울에 국어·국사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국제중학교 2곳이 설립된다.

서울시교육청은 19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대원중학교와 강북구 미아5동 영훈중학교를 내년 3월부터 각각 대원국제중 영훈국제중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제중학교는 현재 부산국제중과 경기도 가평 청심국제중 2곳에서 4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시교육청은 오는 10월까지 교육과학기술부와의 협의를 마친 뒤 11월부터 신입생 모집 전형을 시작해 12월 합격자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시교육청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서울의 국제중학교는 1단계 서류전형,2단계 면접 토론,3단계 추첨으로 각각 160명의 학생을 선발한다.

서류전형에서는 학교장 추천, 학교생활기록부 성적, 체험활동, 봉사활동, 공공기관의 경시대회 성적 등을 확인하며,면접 토론은 영어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우리말로 진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정원의 3배수인 480명을 추려낸 뒤 추첨으로 신입생 선발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양종만 시교육청 교육지원국장은 "조기 유학에 대한 수요가 날로 늘어나 이를 흡수하기 위해 국제중을 설립키로 했다"며 "지나친 입시 경쟁을 막기 위해 마지막 전형은 추첨으로 실시하며,영어 몰입 교육이 아니라 이중언어 교육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