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vs 매케인 전초전…기업·정치가 로비場
[Global Issue] 美전당대회 흥행이 대선 승패 가른다
전 세계의 이목이 미국의 다음 대통령을 뽑기 위한 전초전인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당대회로 쏠리고 있다.

미국의 전당대회는 오는 11월4일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을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와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를 당의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초대형 '정치 축제'다.

민주당은 지난 8월25일(현지시간)부터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5만여명의 당원과 취재진이 모인 가운데 나흘간의 전당대회를 성대하게 치러냈다.

공화당은 1일부터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나흘간의 전당대회를 개최해 오바마의 기세를 꺾는다는 복안이다.

'믿을 수 있는 변화'(민주당)와 '국가에 대한 봉사'(공화당)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각당 축제가 흥행할지 여부가 두 후보의 지지율 변화에서 희비를 가를 수 있다.

미국 전당대회는 양당 정치 거물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여서 이들을 상대로 한 각국 의원들과 외교관, 기업들의 열띤 로비장이기도 하다.

⊙ "흥행 여부가 대선 결과를 좌우한다"

전당대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양 진영은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쳤다.

"오바마는 솜사탕이다. 달콤한 맛이야 끝내주지만 솜사탕을 먹고 살 수는 없지 않는가. 매케인은 (주식인) 고기요 감자다."(캐빈 매던 공화당 컨설턴트), "이번 전당대회야말로 '오바마와 매케인 표' 리더십의 진정한 차이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제니 박커스 오바마 자문역)

오바마는 자신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를 매케인보다 한발 먼저 지명해 흥행몰이에 나섰다.

지난 8월23일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을 선택한 것이다.

바이든 위원은 외교와 국방분야 전문가다.

매케인에 비해 의회 활동경험이 적고 외교·군사 분야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극복하려는 오바마의 전략적 선택이다.

이번 전당대회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가족이 총출동해 민주당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지지를 호소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8월 27일, 힐러리 클린턴은 26일에 기조연설자로 연단에 올라 민주당의 결집을 내세워 오바마 지원 유세를 펼쳤다.

마지막 날인 28일 밤은 민주당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였다.

야외 풋볼경기장에서 7만6000여명의 대의원과 당원 앞에서 오바마가 후보수락 연설을 한 것.

그는 매케인이 이라크 전쟁으로 국력을 소비하고 경제를 망친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의 정치를 이어받을 것이라면서 정치 변화를 이끌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큰 지지를 이끌어냈다.

공화당은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전 시장 등을 매케인의 지지 연설자로 내세워 열기를 돋운다.

최대 흥행 요소는 역시 무대 주인공인 매케인이다.

그는 4일 밤 개인의 이익이나 정치보다 국가를 우선시 해야 한다는 내용의 후보수락 연설을 통해 대통령 집권 청사진을 강조한다.

부통령 후보는 오는 29일께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 전당대회의 정치·경제학

CNN의 정치분석가인 빌 슈나이더는 최근 미 전당대회를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평가절하한 뒤 양당이 전당대회를 4년마다 개최하는 이유를 '돈과 홍보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와 달리 예비선거에서 대통령 후보가 미리 결정되는 탓에 전당대회 자체는 긴장감이 떨어지는 데다 전당대회에서 발표되는 정강정책도 눈길을 끌지 못한다"면서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은 주말 하루 정도로 끝낼 수 있는 전당대회를 4일 일정 행사로 늘려 막대한 선거자금을 모을 수 있는 시간을 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대선 후보들은 전당대회에서 기업이나 노조, 부유한 개인들에게서 무제한의 돈을 기부받을 수 있다.

미국의 AT&T 코카콜라 등은 이미 양당의 전당대회 개최위원회에 100만달러 이상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오바마 후보수락 연설장소의 귀빈석을 100만달러 이상 기부자들에게 배려키로 했다.

미 선거운동재정연구소(CFI) 스티븐 웨이스먼은 이를 두고 "전당대회 기부자가 되면 더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정치적 교감이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미 전당대회가 전문 로비스트들의 주요 활동무대인 점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부의장 자리는 워싱턴 로비업계 15위인 '브라운스타인 하야트 파버 슈렉'의 창립자 스티브 파버가 꿰찼다.

4100만달러에 이르는 전당대회 비용을 마련하는 게 그의 임무였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기업과 이익단체 등을 직급별로 연락하며 자금을 모으는 대외관계 책임자 역시 지난해 워싱턴에서 두번째로 높은 수익을 올린 '애킨 검프 스트라우스 하우어 & 펠드' 소속의 로비스트인 앤서니 포티다.

두 사람은 "로비스트 자격을 일시 정지시킨 상태"라고 의혹을 경계했다.

이들을 포함, 양당의 이번 전당대회에는 모두 5명의 로비스트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리규정 강화로 전당대회 기간에 호화파티는 금지됐으나 로비단체와 뱅크 오브 어메리카(BOA), 씨티그룹 등 미 기업이 후원하는 파티도 370여건이 열린다.

⊙ 왜 콜로라도주 덴버인가?

꼭 100년 만에 민주당 전당대회를 유치한 덴버에서 민주당 바람이 주변의 서부 산악지대 주(州)에 확산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민주당이 이번 전당대회 장소를 콜로라도주 덴버로 결정한 것은 그동안 공화당의 텃밭이었던 서부 산악주에서 오바마 돌풍을 일으켜 이번 대선의 승기를 잡기 위해서다.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등 대의원 수가 많은 지역에서 우세한 오바마는 로키산맥 인근의 콜로라도주와 뉴멕시코주 네바다주, 그리고 몬태나주에서 꼭 승리해야 한다.

콜로라도주가 그 전초기지다.

서부 산악주 8곳에서 치러진 2000년 주지사 선거에선 공화당이 모두 승리했으나 2006년엔 민주당의 빌 리터가 콜로라도 주지사에 당선돼 민주당 바람을 일으켰었다.

⊙ 달아오르는 선거전

오바마와 매케인 간 가열되는 선거전은 급증하는 선거비 지출 규모가 대변한다.

일종의 '머니게임' 양상이다.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가 신고받은 결과 지난달 오바마와 매케인이 쓴 돈은 총 9000만달러에 달했다.

오바마는 선거운동 이후 월별 최대인 5720만달러를 지출했으며 이 중 3300만달러를 광고비로 집행했다.

매케인은 같은 달 모두 3240만달러를 지출했으며, 광고비는 이 가운데 3분의 2인 1870만달러 정도다.

젊은 유권자층을 겨냥한 온라인 사이버공간은 제2의 전선이다.

72세의 매케인 쪽이 47세인 오바마 쪽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오바마의 사이버 선거팀은 지금까지 동영상 전문 커뮤니티인 유투브 채널에 2000시간 분량 1110건의 비디오를 게재했다.

매캐인의 4배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오바마는 이 밖에 온라인 네트워킹 사이트와 휴대폰 문자메시지 교류를 활용한 유권자 확보와 소통에서 가속도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 일각은 오바마가 선거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담대한 희망의 후보'라는 이미지가 강조되지만 희망을 구체화할 메시지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출신인 테드 스트리클랜드 오하이오 주지사는 "고유가 문제와 같은 유권자들의 아침식탁에서 오가는 대화들에 대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변화나 희망을 얘기하는 것도 좋지만 삶에 희망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실용적인 생각들을 풍부하게 갖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매케인에 대해서는 "부시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게 최우선"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최근 지적했다.

서기열 한국경제신문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