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에 매를 때렸다간 큰일 날 수 있다
#부위 - 남학생은 엉덩이,여학생은 허벅지로 제한.
#횟수 - 초등생은 한 번에 5회,중고생은 10회 이내.
#형태와 정도 - 회초리형 : 길이 60㎝ 이하,지름 1.5㎝ 이내의 표면이 매끄러운 것.
주걱형:길이 50㎝ 이하,주걱부분 15×30×1.5㎝ 이하인 것.
이게 무슨 말인가.
무슨 연극 소품쯤 되나 하고 생각했다간 오산이다.
몇 년 전 교육부에서 학생 체벌의 기준과 방법을 구체화해 제시한 가이드라인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매'에 관한 지침인 셈이다.
새삼 체벌의 정당성을 따지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관심은 학생이 맞아야 할 '엉덩이'에 있다.
엉덩이는 어디를 가리키는 것일까.
비슷한 말엔 궁둥이가 있고, 좀 더 생각하면 한자어로는 둔부, 영어로는 히프라고 하는 것 같은데 이런 말들은 모두 같은 말일까, 아니면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일까.
너무나 친숙한 이 단어들은 의외로 우리 신체의 어느 부위를 가리키는 건지 꼬집어 말하기엔 그 역시 그리 간단치 않다.
사전에서는 어떻게 풀고 있을까.
우선 엉덩이부터 살펴보자.
'골반에 이어져 있는 볼기의 윗부분. 한자어로는 둔부(臀部),영어로는 히프(hip)라고 하는 부분이다.'
사전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도 막연하기는 오십보백보다.
그러나 일단 엉덩이와 둔부,히프는 같은 말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엉덩이를 나타내기 위한 골반,볼기가 어디인지를 알면 엉덩이의 정확한 부위를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에 궁둥이와의 차이를 확인하면 될 터이다.
골반은 우리 고유어로 하면 '엉덩뼈'이다.
엉덩뼈란 '엉덩이 부분의 뼈대로,허리등뼈와 다리뼈를 잇는 깔때기 모양의 뼈'를 말한다.
볼기의 사전적 풀이는 '뒤쪽 허리 아래,허벅다리 위의 양쪽으로 살이 불룩한 부분'이다.
궁둥이는 어디일까. 궁둥이는 '엉덩이의 아랫부분.앉으면 바닥에 닿는 근육이 많은 부분'이다.
그렇다면 일단 궁둥이는 엉덩이와 다른 곳,즉 엉덩이의 아랫부분이라는 게 확인된 셈이다.
그런데 이 엉덩이 아랫부분,앉을 때 바닥에 닿는 근육이 많은 부분은 바로 볼기와 일치한다.
그러니 궁둥이와 볼기는 같은 말임을 알 수 있다.
'궁둥이'와 '볼기'의 차이는 용법에 있는 것 같다.
'볼기를 때리다/치다/맞다'에서처럼 볼기는 주로 '맞다'와 어울려 쓰인다.
아닌 게 아니라 볼기는 '예전에 태형(笞刑)을 속되게 이르던 말'이기도 하다.
즉 볼기는 '태형'의 다른 말이기도 한 것이다.
'볼기짝'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볼기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엉덩짝'이나 '궁둥짝' 역시 엉덩이나 궁둥이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이제 세 단어의 관계를 정리하면 '볼기와 궁둥이는 같은 말이고,엉덩이는 볼기의 윗부분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니 엉덩이는 볼기 또는 궁둥이를 포함하는,좀 더 넓은 부위이다.
따라서 우리의 언어관습으로는 매를 때릴 경우 '볼기를 때린다'고 하는 게 가장 정확하고 익숙한 표현이다.
엉덩이를 때린다면 자칫 볼기 위의 엉덩뼈 부위를 다칠 수도 있으므로 매우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 미끄러지거나 넘어지거나 주저앉아서 바닥에 찧는 것은 엉덩방아를 찧은 걸까,궁둥방아를 찧은 걸까.
두루 써도 괜찮은 말이긴 하지만 굳이 표준어로 한다면 엉덩방아 하나뿐이다.
궁둥방아는 아쉽지만 충남 방언으로 처리된다.
물론 방언은 방언일 뿐 틀린 말은 아니니까 우리가 굳이 기피할 까닭은 없으며 단지 규범적으로 그렇게 정리돼 있다는 뜻이다.
흔히 방뎅이나 엉뎅이 궁뎅이란 말도 쓰는데,방뎅이는 궁둥이/엉덩이의 방언이며 엉뎅이,궁뎅이는 각각 엉덩이,궁둥이를 잘못 발음한 것이다.
엉뎅이는 자칫 호랑이를 호랭이,지팡이를 지팽이 식으로 발음하기 쉬운 것처럼 일종의 '이'모음 역행동화(움라이트 현상)로 볼 수 있다.
국어에서는 남비에서 변한 냄비를 비롯해 개구장이,월급장이에서 변한 개구쟁이,월급쟁이 등 일부 예외를 빼놓고는 공식적으로 '이'모음 역행동화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이런 말들은 모두 허용되지 않는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부위 - 남학생은 엉덩이,여학생은 허벅지로 제한.
#횟수 - 초등생은 한 번에 5회,중고생은 10회 이내.
#형태와 정도 - 회초리형 : 길이 60㎝ 이하,지름 1.5㎝ 이내의 표면이 매끄러운 것.
주걱형:길이 50㎝ 이하,주걱부분 15×30×1.5㎝ 이하인 것.
이게 무슨 말인가.
무슨 연극 소품쯤 되나 하고 생각했다간 오산이다.
몇 년 전 교육부에서 학생 체벌의 기준과 방법을 구체화해 제시한 가이드라인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매'에 관한 지침인 셈이다.
새삼 체벌의 정당성을 따지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관심은 학생이 맞아야 할 '엉덩이'에 있다.
엉덩이는 어디를 가리키는 것일까.
비슷한 말엔 궁둥이가 있고, 좀 더 생각하면 한자어로는 둔부, 영어로는 히프라고 하는 것 같은데 이런 말들은 모두 같은 말일까, 아니면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일까.
너무나 친숙한 이 단어들은 의외로 우리 신체의 어느 부위를 가리키는 건지 꼬집어 말하기엔 그 역시 그리 간단치 않다.
사전에서는 어떻게 풀고 있을까.
우선 엉덩이부터 살펴보자.
'골반에 이어져 있는 볼기의 윗부분. 한자어로는 둔부(臀部),영어로는 히프(hip)라고 하는 부분이다.'
사전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도 막연하기는 오십보백보다.
그러나 일단 엉덩이와 둔부,히프는 같은 말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엉덩이를 나타내기 위한 골반,볼기가 어디인지를 알면 엉덩이의 정확한 부위를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에 궁둥이와의 차이를 확인하면 될 터이다.
골반은 우리 고유어로 하면 '엉덩뼈'이다.
엉덩뼈란 '엉덩이 부분의 뼈대로,허리등뼈와 다리뼈를 잇는 깔때기 모양의 뼈'를 말한다.
볼기의 사전적 풀이는 '뒤쪽 허리 아래,허벅다리 위의 양쪽으로 살이 불룩한 부분'이다.
궁둥이는 어디일까. 궁둥이는 '엉덩이의 아랫부분.앉으면 바닥에 닿는 근육이 많은 부분'이다.
그렇다면 일단 궁둥이는 엉덩이와 다른 곳,즉 엉덩이의 아랫부분이라는 게 확인된 셈이다.
그런데 이 엉덩이 아랫부분,앉을 때 바닥에 닿는 근육이 많은 부분은 바로 볼기와 일치한다.
그러니 궁둥이와 볼기는 같은 말임을 알 수 있다.
'궁둥이'와 '볼기'의 차이는 용법에 있는 것 같다.
'볼기를 때리다/치다/맞다'에서처럼 볼기는 주로 '맞다'와 어울려 쓰인다.
아닌 게 아니라 볼기는 '예전에 태형(笞刑)을 속되게 이르던 말'이기도 하다.
즉 볼기는 '태형'의 다른 말이기도 한 것이다.
'볼기짝'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볼기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엉덩짝'이나 '궁둥짝' 역시 엉덩이나 궁둥이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이제 세 단어의 관계를 정리하면 '볼기와 궁둥이는 같은 말이고,엉덩이는 볼기의 윗부분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니 엉덩이는 볼기 또는 궁둥이를 포함하는,좀 더 넓은 부위이다.
따라서 우리의 언어관습으로는 매를 때릴 경우 '볼기를 때린다'고 하는 게 가장 정확하고 익숙한 표현이다.
엉덩이를 때린다면 자칫 볼기 위의 엉덩뼈 부위를 다칠 수도 있으므로 매우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 미끄러지거나 넘어지거나 주저앉아서 바닥에 찧는 것은 엉덩방아를 찧은 걸까,궁둥방아를 찧은 걸까.
두루 써도 괜찮은 말이긴 하지만 굳이 표준어로 한다면 엉덩방아 하나뿐이다.
궁둥방아는 아쉽지만 충남 방언으로 처리된다.
물론 방언은 방언일 뿐 틀린 말은 아니니까 우리가 굳이 기피할 까닭은 없으며 단지 규범적으로 그렇게 정리돼 있다는 뜻이다.
흔히 방뎅이나 엉뎅이 궁뎅이란 말도 쓰는데,방뎅이는 궁둥이/엉덩이의 방언이며 엉뎅이,궁뎅이는 각각 엉덩이,궁둥이를 잘못 발음한 것이다.
엉뎅이는 자칫 호랑이를 호랭이,지팡이를 지팽이 식으로 발음하기 쉬운 것처럼 일종의 '이'모음 역행동화(움라이트 현상)로 볼 수 있다.
국어에서는 남비에서 변한 냄비를 비롯해 개구장이,월급장이에서 변한 개구쟁이,월급쟁이 등 일부 예외를 빼놓고는 공식적으로 '이'모음 역행동화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이런 말들은 모두 허용되지 않는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