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국민 뜻 어기는 정책 막는게 공무원의 의무"

반 "본분 벗어난 불법적인 정치 쇼에 불과할 뿐"

대통령 불신임안 투표 여부 등을 결정하기 위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대의원대회 개최 문제를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전공노 측은 "경찰의 대의원대회 장소 원천봉쇄는 정상적인 조합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이번 대회를 다시 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측은 "전공노의 대통령 불신임안 표결 추진은 정상적인 공무원 노동조합의 활동 범위와 본분을 심각하게 이탈한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엄중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불신임안 표결 문제를 놓고 정부와 공무원 노조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 66조 1항과 지방공무원법 58조 1항에 의해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지 못하게 돼 있다.

문제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헌법 7조1항과 '정의의 실천자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는 공무원 임용선언문을 근거로 대통령 불신임 표결을 할 수 있다는 전공노 측 주장이 과연 설득력이 있느냐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 중인 정책이 전체 국민의 뜻에 어긋나고 정의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무원들이 국민투표로 당선된 대통령을 불신임하는 게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문제가 없느냐는 것이다.

⊙ 민노총 등, "헌법상 공무원 의무 수행을 위한 노동자들의 봉사행위"

민주노총 등에서는 "정부가 대의원대회 개최를 막는 것은 명백한 정치적 탄압이자 고립된 권력의 발악과 다름없는 공안탄압의 가장 치졸한 단면"이라고 주장한다.

더욱이 국민의 뜻을 짓밟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하겠다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공무원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공무원노조의 결의이자 촉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통령 불신임 투표는 광우병 쇠고기 파동과 수돗물 등 공공서비스 사유화를 추진한 대통령에 대한 불만과 분노,불안을 느끼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공무원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봉사 행위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은 공무원들의 근로조건·복리후생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적법한 노동운동의 대상이 된다"며 "정부와 일부 언론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경찰의 대의원대회 봉쇄는 노동자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부당 노동행위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 행안부 등, "정상적 활동범위와 본분 벗어난 불법적인 정치쇼일 뿐"

행정안전부 등에서는 대통령이 탄핵을 받으려면 국회가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탄핵소추 의결을 한 뒤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을 해야 한다며 전공노의 대통령 탄핵 시도는 불법적인 정치 쇼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공무원이 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지휘와 명령을 거부하거나,불신임한다는 것은 명백한 항명이며 반역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불신임안 표결 추진은 정상적인 공무원 노조의 활동 범위와 본분을 벗어난 행위이며 정치활동을 금지한 공무원법과 공무원노조법에도 어긋난다고 꼬집는다.

대통령이 임면하는 공무원들이 국민투표로 당선된 대통령을 불신임한다는 것은 법적으로 있을 수 없고,제도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전공노가 대통령 불신임 표결이란 불법·무법 행동을 밀고나가는 것은 표결 결과를 압박수단으로 삼아 공무원연금 개혁과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막아 보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한다.

전공노 측 요구대로 단체행동권까지 부여하게 되면 국정이 마비되는 사태를 초래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 대통령 불신임 투표추진은 헌법정신과 민주주의 기본원칙에 위배

전공노가 쇠고기 협상,공무원연금 개혁,중앙·지방정부 조직개편,공무원 정원감축을 표결추진의 이유로 들고 나온 것은 대통령 불신임 투표를 민노총의 파업 찬반투표쯤으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설득력이 없다.

전공노는 또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전체 국민의 뜻에 어긋나고 정의가 아니라는 점을 표결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 또한 억지논리에 불과할 뿐이다.

국민은 지난 대선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5년간 국정을 위임한 만큼 대통령은 개별정책에서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국정운영을 통해 정치적 책임을 질 뿐이다.

전공노가 이러한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의 기본을 모를 리 없는데도 대통령 불신임 투표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표결 결과를 수단으로 삼아 공무원연금 개혁과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막아보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공무원 노조 탓에 국정이 흔들려서는 결코 안 된다.

전공노의 일탈을 막지 못하면 정부개혁은 물 건너가고 이 나라의 앞날은 암담해질 게 뻔한 까닭이다.

대통령을 상대로 위헌적 불신임 투표를 추진하고 있는 전공노를 더 이상 치외법권적 존재로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 깨끗한 공직사회 건설과 공무원의 노동조건 개선,정치·경제·사회적 지위향상 등을 목표로 내걸고 2002년 3월23일 출범한 최대 공무원 노동단체.

6급 이하 공무원 4만8000여명을 조합원으로 둔 민주노총 가맹조직이다.

2004년 12월 24일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 인정하고 단체행동권과 정치활동은 금지하는 내용의 공무원노동조합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일부 산하기구가 합법단체로 인정됐다.

◆ 탄핵제도 = 형벌 또는 보통의 징계 절차로는 처벌하기 어려운 고위 공무원이나 특수직위에 있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헌법이나 법률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였을 때,국회가 해당 공무원을 탄핵의결(탄핵소추)하면 헌법재판소가 그 공무원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제도.

탄핵소추는 대통령의 경우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2 이상 찬성,그 외의 자의 경우 3분의1 이상 발의와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의 심리결과 재판관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탄핵심판청구가 이뤄지면 피청구인은 파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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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7월9일자 A13면>

행정안전부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10일 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대통령 불신임안 표결을 추진하는 데 대해 "공무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엄중 조치하겠다"고 8일 밝혔다.

행안부는 "전공노의 대통령 불신임안 표결 추진은 정상적인 공무원 노동조합의 활동 범위와 본분을 심각하게 이탈한 것으로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불신임안 표결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행안부는 전공노가 불신임안 표결을 강행할 경우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하고 징계할 방침이다.

전공노는 10일 충남 공주대에서 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대통령 불신임 표결안을 의결한 뒤 7월 중 지부별 조합원을 대상으로 대통령 불신임 여부를 묻는 총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김태철 한국경제신문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