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성에 대한 MBC PD수첩의 왜곡보도 논란은 결국 최고 사정기관인 검찰이 일차적으로 판단을 내리게 됐다.
검찰은 농림수산식품부가 MBC PD수첩 제작진을 수사의뢰한 사건을 위한 전담수사팀을 만들고 한창 수사를 진행 중이다.
원래 검찰은 이 사건을 우리나라 검찰청 중 최고 핵심 기관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내 식품·환경 전문 수사부서인 형사 2부에 단순 배당했다.
이렇게 되면 보통 1명의 검사가 사건을 파헤친다.
하지만 검찰은 사안이 중대한 만큼 서울지검 형사2부장을 포함해 검사 5명을 투입하는 강수를 두고 조속히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로 했다.
PD수첩이 지난 4월29일 방영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촛불집회의 진원지라 할 만큼 광우병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를 줬기 때문이다.
농식품부가 수사를 의뢰한 부분은 네 가지다.
첫째 PD수첩이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인간광우병과 상관없음)이 아닌 인간 광우병(vCJD: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인 것처럼 의도적으로 왜곡 보도한 부분, 둘째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의 동영상을 광우병에 걸린 소의 동영상으로 의도적으로 왜곡 보도한 부분, 셋째 라면스프·의약품·화장품을 통해서도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허위 보도한 부분, 넷째 농식품부가 미국 실정을 잘 모르거나 알면서도 숨기고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에 합의했다고 보도한 부분이다.
검찰의 선택은 두 가지다.
제작진의 의도적인 왜곡 사실을 확인하고 제작진을 기소하면 이 사건은 법정으로 가게 된다.
미리 제작 방향을 설정해 놓고 사실을 왜곡하는 경향 때문에 논란이 많은 'PD저널리즘'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다는 뜻이다.
반면 기소하지 않고 농식품부와 MBC 간 중재를 이끌어내는 방법도 검찰은 고려하고 있다.
MBC가 사과방송을 하면 농식품부가 고소를 철회하는 식이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MBC를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들은 방송의 중립성을 해치고 방송을 장악하려는 음모가 깃든 정치적 수사라고 반발했었다.
하지만 이미 중립성을 잃은 왜곡·악의적 보도를 법의 잣대로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팽팽하던 양 진영의 주장이 깨진 것은 PD수첩 제작 과정에 참여했던 외주 번역가 정지민씨가 PD수첩의 보도를 비난하는 글을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올리고 나서부터다.
MBC PD수첩 제작진이 광우병 위험성 왜곡 편집의 책임을 번역 과정으로 돌리는 듯한 언급을 하자 정씨가 결국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다.
정씨는 "감수 중 계속 다우너 소를 너무 강조한다.
프로그램 제목이 광우병이라 충분히 다우너=광우병이란 인식을 줄 수 있는데 너무 오버한다는 요지로 여러 번 이야기했습니다.
그럼 제작진이 '광우병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해 그랬다'고 변명해야지,번역을 운운하다니요?
번역자로 이름 올라간 사람들한테 뒤집어 씌우는 것밖에 더 됩니까?"라고 반발했다.
검찰은 정씨를 여러 경로를 통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씨의 주장이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광우병의 전염 경로나 원인이 규명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오역 등 논란이 많은 만큼 원본 전체 내용과 실제 방송분을 비교해 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4월29일 방영한 PD수첩 방영분의 취재를 위해 수집한 870분 분량의 원본테이프 등 자료 제출을 MBC 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MBC는 계속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MBC의 자료 제출과 상관없이 미국 외교채널을 통해서 아레사 빈슨의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사진 입수를 추진하는 등 실체적 진실을 어떻게든 밝히겠다는 각오다.
한편 MBC 측은 6월24일 PD수첩 방영분에서 4월 방송분의 왜곡보도 논란에 대해 '생방송 중 실수''오역 아닌 의역'이라는 유감 표명을 했다.
또 최근에는 대책회의를 갖고 △섣불리 잘못을 인정하지 말고 검찰수사를 지켜보면서 대응하자 △소환에 대비해 예상질문에 대한 답변을 만들자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먼저 털고 가자 등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