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중앙대 교수·경제학>
☞ 한국경제신문 7월10일자 A39면
정부는 현 경제 상황을 위기로 규정했다.
심지어는 우리 경제가 국난 상황에 처해 있고 세계는 3차 원유파동의 문턱에 있다고 한다.
우리 경제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원유파동과 비교하면 아직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1970년대의 원유 위기는 공급 교란에 의해 발생했다.
중동에서 전쟁이 터지고,민중혁명이 일어나 원유 공급이 갑자기 줄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불과 몇 달 안 돼 원유가격이 세 배나 치솟았다.
이에 따라 석유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져 많은 국가에서 배급제가 실시됐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인플레이션을 겪었고 석유 공급 부족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속출했다.
우리나라는 치솟는 원유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국가 파산 직전까지 갔다가,유럽 은행들의 도움으로 겨우 위기를 모면했다.
중동 정세가 호전되고 석유 공급이 정상적으로 회복되고 나서야 경제는 회복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현재의 원유가격 급등은 지속적인 수요 확대에 기인한다.
최근까지 세계경제는 장기 호황 국면이 유지됐고,특히 브릭스(BRICs)로 대표되는 신흥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이에 따라 석유와 같이 재생 불가능한 자원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대됐다.
일반적으로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은 노동 수요 증대로 인한 임금 상승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중국 인도와 같은 노동 풍부국으로부터 저렴한 생필품이 생산돼 세계시장에 계속 공급되면서 임금 상승은 최소화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달러화 약세로 인해 국제 투기자본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원유 보유량을 대폭 늘린 것이 원유가격 급등을 촉발했다.
그러나 투기는 실물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지속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원유 수급에 문제가 없는데 투기자본이 매점매석을 통해 장기간 석유가격을 끌어올릴 수는 없다.
또한 수요견인에 의해서 원유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원유가격 급등은 세계경제를 침체시켜 그 자체로 석유류 수요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원유가격 상승이 어느 측면에서 발생했건,이는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실질소득이 감소해 생활이 어려워지고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된다.
원유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은 누군가가 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비 상승을 가격 전가(轉嫁)나 임금 인상으로 전부 보전하게 되면 인플레이션은 더욱 심화된다.
석유를 비롯한 실물 측면의 공급 확대 없이 명목소득만 올라봐야 수요견인 인플레이션만 유발하고,이런 상황이 가속화되면 경제는 엉망이 된다.
그러므로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인플레이션에 따른 손실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1970년대의 원유파동 때는 군사독재 정부에 의해 강압적으로 고통 분담이 이뤄지고 효율성 위주의 정책으로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민주정부는 그럴 수가 없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고통 분담안을 마련하고 신뢰성 있는 정책을 통해 국민의 불안심리를 최소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정부를 믿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통을 감내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을 통합으로 이끌어 내는 리더십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국가 리더십이 실종된 현 상황은 최악의 상황이라 할 만하다.
정부가 이른 시일 내에 리더십을 회복하지 못하면 외부로부터의 작은 충격도 우리 내부에서 소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확대 재생산시키게 된다.
사회는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되고 우리 경제는 끝없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현재 우리 경제,아니 우리나라는 국난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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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업·국민 고통 나눠 인플레 악순환 막아야
▶ 해설
물가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현상을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고 한다.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요인으로는 크게 총수요가 늘어나 발생하는 수요견인설과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나 임금이 올라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비용인상설로 나뉜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의한 현상이다.
물가가 오르면 같은 돈으로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이 줄어든다.
그래서 매월 고정 월급을 받는 일반 직장인들은 실질임금이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물가 상승기에는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도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임금이 오르게 되면 제품 원가가 오르고 다시 물가가 상승해 임금 상승 요인이 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홍기택 교수는 칼럼에서 앞으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악순환을 막으려면 비용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 기업 근로자 주주 등 모든 국민이 골고루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부담이 나눠지지 않고 자칫 비용 인상분 모두를 상품 가격이나 임금 인상으로 전가된다면 인플레이션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그는 경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최근 긴급 회장단 회의를 열고 경기 침체로 투자와 고용을 늘리기 힘든 상황이지만 고통 분담에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 등을 통해 원가는 10% 낮추고 생산성은 10% 올리는 '10/10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전경련은 여름철 노타이·반정장 복장 근무, 출퇴근 자전거 타기 운동 등을 기업의 임직원들에게 권장하기로 했다.
기업들도 고통 분담에 나선 만큼 정부도 감세와 규제 완화 등 기업의 활동 위축을 줄이고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 과감한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홍 교수는 정부의 고통 분담 조치가 성공하려면 국민을 통합으로 이끄는 정부 당국자의 리더십 발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 있어야 국민이 정부를 믿고 고통을 참을 수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
☞ 한국경제신문 7월10일자 A39면
정부는 현 경제 상황을 위기로 규정했다.
심지어는 우리 경제가 국난 상황에 처해 있고 세계는 3차 원유파동의 문턱에 있다고 한다.
우리 경제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원유파동과 비교하면 아직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1970년대의 원유 위기는 공급 교란에 의해 발생했다.
중동에서 전쟁이 터지고,민중혁명이 일어나 원유 공급이 갑자기 줄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불과 몇 달 안 돼 원유가격이 세 배나 치솟았다.
이에 따라 석유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져 많은 국가에서 배급제가 실시됐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인플레이션을 겪었고 석유 공급 부족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속출했다.
우리나라는 치솟는 원유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국가 파산 직전까지 갔다가,유럽 은행들의 도움으로 겨우 위기를 모면했다.
중동 정세가 호전되고 석유 공급이 정상적으로 회복되고 나서야 경제는 회복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현재의 원유가격 급등은 지속적인 수요 확대에 기인한다.
최근까지 세계경제는 장기 호황 국면이 유지됐고,특히 브릭스(BRICs)로 대표되는 신흥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이에 따라 석유와 같이 재생 불가능한 자원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대됐다.
일반적으로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은 노동 수요 증대로 인한 임금 상승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중국 인도와 같은 노동 풍부국으로부터 저렴한 생필품이 생산돼 세계시장에 계속 공급되면서 임금 상승은 최소화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달러화 약세로 인해 국제 투기자본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원유 보유량을 대폭 늘린 것이 원유가격 급등을 촉발했다.
그러나 투기는 실물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지속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원유 수급에 문제가 없는데 투기자본이 매점매석을 통해 장기간 석유가격을 끌어올릴 수는 없다.
또한 수요견인에 의해서 원유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원유가격 급등은 세계경제를 침체시켜 그 자체로 석유류 수요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원유가격 상승이 어느 측면에서 발생했건,이는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실질소득이 감소해 생활이 어려워지고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된다.
원유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은 누군가가 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비 상승을 가격 전가(轉嫁)나 임금 인상으로 전부 보전하게 되면 인플레이션은 더욱 심화된다.
석유를 비롯한 실물 측면의 공급 확대 없이 명목소득만 올라봐야 수요견인 인플레이션만 유발하고,이런 상황이 가속화되면 경제는 엉망이 된다.
그러므로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인플레이션에 따른 손실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1970년대의 원유파동 때는 군사독재 정부에 의해 강압적으로 고통 분담이 이뤄지고 효율성 위주의 정책으로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민주정부는 그럴 수가 없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고통 분담안을 마련하고 신뢰성 있는 정책을 통해 국민의 불안심리를 최소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정부를 믿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통을 감내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을 통합으로 이끌어 내는 리더십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국가 리더십이 실종된 현 상황은 최악의 상황이라 할 만하다.
정부가 이른 시일 내에 리더십을 회복하지 못하면 외부로부터의 작은 충격도 우리 내부에서 소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확대 재생산시키게 된다.
사회는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되고 우리 경제는 끝없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현재 우리 경제,아니 우리나라는 국난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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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업·국민 고통 나눠 인플레 악순환 막아야
▶ 해설
물가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현상을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고 한다.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요인으로는 크게 총수요가 늘어나 발생하는 수요견인설과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나 임금이 올라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비용인상설로 나뉜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의한 현상이다.
물가가 오르면 같은 돈으로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이 줄어든다.
그래서 매월 고정 월급을 받는 일반 직장인들은 실질임금이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물가 상승기에는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도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임금이 오르게 되면 제품 원가가 오르고 다시 물가가 상승해 임금 상승 요인이 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홍기택 교수는 칼럼에서 앞으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악순환을 막으려면 비용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 기업 근로자 주주 등 모든 국민이 골고루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부담이 나눠지지 않고 자칫 비용 인상분 모두를 상품 가격이나 임금 인상으로 전가된다면 인플레이션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그는 경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최근 긴급 회장단 회의를 열고 경기 침체로 투자와 고용을 늘리기 힘든 상황이지만 고통 분담에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 등을 통해 원가는 10% 낮추고 생산성은 10% 올리는 '10/10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전경련은 여름철 노타이·반정장 복장 근무, 출퇴근 자전거 타기 운동 등을 기업의 임직원들에게 권장하기로 했다.
기업들도 고통 분담에 나선 만큼 정부도 감세와 규제 완화 등 기업의 활동 위축을 줄이고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 과감한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홍 교수는 정부의 고통 분담 조치가 성공하려면 국민을 통합으로 이끄는 정부 당국자의 리더십 발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 있어야 국민이 정부를 믿고 고통을 참을 수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