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전문계 특성화 학교로 자리매김 할 것"

반 "또 다른 입시 명문고로 변질 될수도"

산업현장의 중견기술자(technician) 양성을 목표로 하는 전문계 특성화 고교인 '한국형 마이스터고' 설립 방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새 정부는 최근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장인(匠人) 등의 의미를 지닌 '마이스터(Meister)'를 양성하는 기술영재고등학교 설립을 본격 추진하고 나섰다.

고교를 다양화하고 전문계고 체제를 개편하는 것은 물론 산업 현장의 숙련 기술자 양성에도 한 몫을 할 것이라는 게 정부 측 주장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마이스터고 제도는 전문계고를 서열화할 게 너무도 뻔하다는 게 교육계 쪽의 중론이다.

뿐만 아니라 현행 입시제도에서는 마이스터고는 또 다른 입시 명문고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국내 전문계고들은 학교·학생 수의 지속적인 감소,대학진학 선호현상의 심화,예산지원 감소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산업현장의 기초 기능인력 양성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형 마이스터고 도입 취지에 대해 공감할 부분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문제는 마이스터고 제도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과연 실효를 거둘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마이스터고 설립을 둘러싼 논란을 살펴본다.

⊙ 찬성 측, "명실상부한 전문계 특성화고교로 자리매김할 것"

정부 쪽에서는 한국형 마이스터고 제도 도입을 통해 현행 전문계고 체제를 획기적으로 개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계 인사 등을 대상으로 한 교장공모제 도입, 명인·명장의 겸임교사 채용, 교원에 대한 별도 연구비 지원 등으로 마이스터고가 명실상부한 전문계 특성화학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전국을 대상으로 내신과 적성검사 등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내외로 제한하며 재학생들에게 기숙사와 학비를 지원함으로써 산업 현장기술에 소질과 적성이 있는 학생을 조기 발굴해 기술영재로 양성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특히 기업과의 협약으로 졸업생들의 취업을 돕고 취업생은 4년간 입영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경력관리 및 개발을 통해 마이스터고 제도가 실효를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계고 학생들에게 명확한 장래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고, 전문계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 반대 측, "대학진학을 위한 또 다른 진학 명문고로 변질될 것"

이에 대해 반대 쪽에서는 취업보다 진학을 우선하는 우리의 풍토를 개선할 만한 획기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마이스터고는 또 다른 진학 명문고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전문계고의 대학입학률은 71.5%에 이른 반면 취업률은 20%에 머물렀다.

뿐만 아니라 기능인력의 체계적인 양성에 필요한 산학협력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전문직업 교육체제 개혁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꼬집는다.

더욱이 전국 700여개 전문계고 가운데 50개교만 마이스터고로 선정해 1250억원을 집중 투자할 경우 전문계고가 서열화되는 부작용을 낳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한다.

마이스터고는 직업교육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정책인 만큼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당장 20개,30개씩 학교를 지정해서는 안되며 관련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갖가지 문제점을 보완해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 시범운영한 다음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하는 게 바람직

마이스터고의 설립 취지와 방향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마이스터고 도입은 단순한 고교 교육제도 개혁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문직업 교육체제의 근간을 바꾸는 일인 만큼 사전에 철저한 준비와 검토 작업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

더욱이 고질적인 학력·학벌주의를 감안할 때 산업 현장의 기능장·장인을 육성한다는 목표는 상실되고,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형편이다.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후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산업현장에서 유능한 기능장·장인으로의 역할을 수행하려고 해도 사회적 처우와 인식이 제고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대학진학 욕구를 억제하기 어려운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 당국은 일정 및 학교 수 등 목표 달성에 연연해서는 안 되며 산업 현장이 요구하는 교육과정과 인력 소요를 파악하는 데 보다 힘을 쏟지 않으면 안 된다.

지역별 산업체와 전문계고의 여건을 무시하고는 마이스터고가 실효를 거둘 수 없는 까닭이다.

정부당국은 대상학교 선정 권한을 시·도 교육감에게 넘겨줌으로써 특혜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고 선정에서 탈락한 전문계고에 대한 지원 대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직업교육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정책인 만큼 먼저 시범운영한 다음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 풀이>

◆ 마이스터(meister)제도 = 마이스터란 주인,스승,명인,대가라는 뜻이며 독일의 독특한 기능인력제도다.

우리나라의 기능장,기능명인에 해당된다.

이론보다는 실제 현장 경험과 손기술로 최고 실력의 경지에 오른 사람을 말한다.

마이스터가 되려면 3년제인 직업훈련원(arbeitsschule)을 나와 직장에서 일정기간 경력을 쌓은 다음 마이스터 과정교육을 따로 받고 자격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소시지 제조,맥주 제조,자동차 수리,기계,배관,유리 초자 가공,금속 제련,목재가공,꽃꽂이 등 수많은 분야가 있다.

◆ 한국형 마이스터고 제도 = 학생의 특기·적성을 살려 특화된 분야의 영 마이스터(Young Meister)로 육성할 수 있는 우수 전문계 고교 50개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 새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국정과제.

교육과학기술부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한국형 마이스터고 도입 기획단 구성·운영을 의뢰해 구체적인 도입 육성방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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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6월13일자 A12면>

기술분야의 마이스터(Meister:전문가ㆍ匠人)를 양성하는 마이스터 고등학교가 올해 20개 지정돼 2010년 정식으로 개교한다.

마이스터고 학생들에게는 수업료가 면제되며 취업과 군 복무에서도 특기병 근무나 취업 후 학위과정 취득 지원 등 각종 혜택이 부여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공약인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따라 도입되는 한국형 마이스터고 운영시안을 이처럼 마련했다고 12일 밝혔다.

교과부는 직업능력개발원(KRIVET)에 의뢰해 마련한 이번 시안에 대해 13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강당에서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이달 중 확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지정되는 20개 학교는 준비기간을 거쳐 2010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

해당 분야의 소질과 적성을 갖춘 학생이 많이 지원할 수 있도록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고 학급당 학생 수는 20명 내외로 운영된다.

재학생들에겐 수업료가 면제되고 기숙사가 지원된다.

원어민 교사 우선배치 등 영어교육과 해외연수 기회도 제공된다.

교과부는 마이스터고로 지정된 50개 학교에 대해서는 시설투자 등 준비금 명목으로 학교당 25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교육과정 개발 등에 34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