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는데'와 '버는 데'의 차이

글을 써 본 사람들은 누구든지 띄어쓰기에 관해 한 번쯤 고민해 봤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글의 '완성도'란 측면에선 띄어쓰기가 차지하는 부분이 그리 크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것이 아마도 띄어쓰기를 종종 무시하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가장 큰 것일 터이지만,거기에는 중요한 점이 하나 간과돼 있다.

띄어쓰기야말로 글에 신뢰성과 성실성을 입히는 기본 요소라는 점이다.

띄어쓰기는 글에 정교함을 더하는 작업이다.

뒤집어 말하면 띄어쓰기가 제대로 안 된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뭔가 미덥지 않은 느낌을 갖게 한다는 뜻이다.

띄어쓰기의 중요성은 모두 57개 항으로 구성된 한글 맞춤법 가운데 41~50항까지 10개 항을 차지하는 데서도 드러난다.

북한의 '조선말 규범집'은 아예 띄어쓰기를 '맞춤법'에서 분리해 단독 규범으로 갖고 있을 정도다.

가) 그 이는 돈은 잘 버는데 건강이 좋지 않다.

나) 그 이는 돈 버는 데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

두 문장에 쓰인 '버는데'와 '버는 데'를 구별할 수 있다면 일단 띄어쓰기에 감각이 있는 사람이다.

'데'는 상황에 따라 윗말에 붙여 쓰기도 하고 띄어 쓰기도 하기 때문에 용법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우선 윗말에 붙여 써야 할 '데'.이것은 정확히는 '-ㄴ데'로서 동사나 형용사의 어간에 붙는 어미이다.

어미이니까 당연히 붙여 쓴다.

그 의미는 '이어지는 뒷말을 끌어 내기 위해 어떤 전제를 베풀어 말하는 것'이다.

예문 가)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면 띄어 써야 할 '데'는 어떻게 다를까.

예문 나)에 쓰인 '데'는 '곳·장소, 일·것, 경우·상황'의 뜻을 나타내는 의존명사이다.

어미인 '-ㄴ데'와는 그 의미 기능이 확연히 다르다.

이제 다음 문장에 쓰인 '데'를 이런 기준에 따라 구별해 보자.

# 휴일인데 마땅히 갈 데가 없다.

'휴일인데'는 다음 말을 이끄는 전제이므로 어미 '-ㄴ데'이며,'갈 데'는 장소를 나타내는 의존명사 '데'이다.

여전히 문법적 기능이나 의미 구별이 잘 안 되는 사람은 한 가지 요령만 알고 있어도 된다.

'데'의 자리에 '곳,것,경우' 등을 넣어 봐서 의미가 통하면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