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차도 점거 등 합법 경계 넘어가면 제재"

반 "자발적 민심 표현…공권력 동원은 잘못"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 진압 문제를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여당 쪽에서는 거리시위로 확산되고 있는 촛불집회를 정치적 의도가 개입한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정부의 엄정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야권에서는 정부가 합법적 평화 시위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등 과잉 진압에 나서고 있다며 강력 비판하고 있다.

정치권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의 성격과 대응 방안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촛불문화제에서의 건전한 토론과 문화행사는 보호돼야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선 촛불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정부 쪽에서도 촛불문화제는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폭넓게 인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촛불집회가 폭력적 양상을 띠고 '독재타도' 같은 정치성 구호들이 나오는 등 정치집회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에는 '일부 좌파세력들이 쇠고기 문제를 정권 투쟁에 이용하고 있다'는 등 갖가지 소문들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촛불시위 진압 논란에 대한 바람직한 해법을 살펴본다.

⊙ 찬성 측, "차도 점거하고 교통체증 유발하면서 시위해선 안 돼"

촛불시위 진압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먹을거리를 걱정하는 국민의 뜻은 좋지만 법을 어기고 도심 교통체증을 유발하면서까지 자기 주장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잘못된 일이며 명백한 범법 행위"라고 지적한다.

'평화로운 촛불의 힘'으로 상징되는 촛불문화제가 그동안의 '무언의 약속'을 벗어나 참가자들의 차도 점거로 이어지면서 합법적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가 개입되면서 촛불 시위의 성격이 변질되고 있다"며 과도한 행동이나 말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폭력 불법 시위를 벌이는 것은 국가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욱이 인터넷을 통해 촛불시위 허위 동영상 등이 유포되고 유언비어가 급속 확산되는 현상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한총련 등 친북 세력이 매우 조직적으로 이번 촛불시위를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반정부 투쟁으로 정치 쟁점화하는 일부 반국가 세력들의 불순한 의도에 대해서는 공권력의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 반대 측,"자발적 민심 표현에 대한 공권력 동원은 국민 탄압행위"

이에 대해 반대 쪽에서는 "정부가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국민의 건강권을 넘겨주다시피 한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을 중심으로 재협상을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촛불시위가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자발적인 민심의 표현인 촛불시위를 정부가 관계기관 대책회의까지 열면서 강경 진압에 나선 것은 5공식 공안통치의 부활이며 전방위적 공안 탄압의 시작이라고 비난한다.

더욱이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정부가 국민의 입을 틀어막고 공권력을 동원해 국민을 탄압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는다.

정부는 시위의 배후 운운하고 있지만,경찰 조사 결과 주말 시위의 연행자 68명 가운데 사회단체 소속이거나 과격 시위 전력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정부는 '운동권'이 아닌 평범한 시민들이 무엇 때문에 이토록 분노하고 절규하는지를 깊이 헤아린 뒤 그에 합당한 민심수습책부터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 대한 민의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 불법 폭력 시위에는 법규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해야

집회나 시위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은 사회적 약속이다.

때문에 과격 폭력 시위는 지켜져야 할 선을 넘은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시위는 정부의 법질서 수호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선진화를 위한 법과 원칙 준수의 중요성을 어느 때보다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처리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법질서 지키기의 우선적인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유야무야 한다면 공권력 무시 풍조만 조장할 게 틀림없고,앞으로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집단들이 사사건건 정치 쟁점화시켜 불법 시위를 부추길 소지도 없지 않다.

또다시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고 혼란과 무질서를 되풀이해야 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 만큼 불법 폭력 시위는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엄단함으로써 정부의 법질서 지키기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확인하고 공권력의 위상도 바로 세워야 한다.

불법의 악순환을 끊고,'떼법'이니 '정서법'이니 하는 후진적 행태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보다 단호한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 무관용의 원칙 = 사소한 규칙 위반에도 관용을 베풀지 않는 정책으로, 영어로는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로 표현된다.

깨진 유리창이 있는 건물을 그대로 두면 사람들은 그 건물이 방치돼 있다고 여기고 다른 유리창을 부수면서 절도,폭력 행위를 일삼게 된다는 범죄학자 조지 켈링의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에 근거를 두고 있다.

1994년 줄리아니 뉴욕 시장은 브래튼 뉴욕 경찰국장과 함께 "가벼운 범죄라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제로 톨러런스를 선포했다.

일본은 학원범죄 대책으로 도입했으며,우리나라도 노동계의 불법시위 등에 적용하고 있다.

◆ 떼법 국민정서법 =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우리의 풍조를 빗대어 표현한 것.

법과 질서를 지키기 보다는 국민정서에 호소하거나 시위 등으로 떼를 써 정치적 요구 등을 관철시키는 것을 말한다.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고 국민정서법 위에 떼법이 있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이러한 풍조가 만연해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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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5월29일자 기사>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불법 시위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검찰은 시위에 참가해 불구속 입건된 참가자는 일단 전원 기소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29일 "불법 집회에 대한 무관용 원칙에 따라 도로 점거 시위에 가담했다가 불구속 입건된 참가자들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연행된 참가자 중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 동종 전과가 있거나 반성의 뜻을 밝히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되도록 입건키로 하는 등 불법 집회 가담자에 대한 대략적인 처분 기준도 정했다.

검찰과 경찰은 연행된 시위 가담자들에 대한 개별적인 조사를 통해 사안별로 훈방,즉결심판 회부,입건 등으로 처분하고 있다.

거리시위가 시작된 25일 새벽 이후 이날 오전까지 총 211명이 현장에서 연행돼 91명이 입건됐고 4명은 즉심 회부,10명은 훈방됐으며 104명은 조사를 계속 받고 있다.

나머지 2명은 건강 문제 등으로 석방돼 이후에 조사받을 예정이다.

검찰은 입건된 집회 참가자 중 사안이 경미한 사람에 대해서는 집시법(해산 요구 불응)이나 형법(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벌금형에 약식기소할 예정이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배후에서 집회를 조종한 혐의가 드러날 경우 가담 정도 등을 확인한 뒤 구속영장 청구 등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