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과학은 사회와 동떨어 질 수 있나?
과학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이고 어떻게 봐야 하나.

과학은 진실만을 연구하고 전달하는가.

과학지식은 믿을만한 것인가.

지난 100년간 과학의 발전은 20세기를 완전히 딴 세상으로 바꿔 놓았다.

과학 발전과 함께 과학 기술이 우리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이전 세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그러나 정작 과학은 지나친 전문화와 세분화로 인해 보통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영역으로 바뀌고 있다.

심지어는 사회와 갈수록 동떨어지면서 사회 위기를 조장하는 악역까지 맡고있다.

영국의 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이를 두고 "역사를 통틀어 과학이 20세기보다 더 깊이 침투하고 과학에 더 의존적이었던 시기는 없었다.

반면에 과학에 대해 이렇게 불안한 마음을 가졌던 시기도 없었다.

이는 우리가 풀어야할 숙제"라고 밝히고 있다.

⊙ 과학은 자연인가 문화인가

과학에서 진리는 '참'이나 '거짓'으로 판명나는 것들이다.

과학자들은 참과 거짓이 분명해야 과학이고 이것을 분별하지 못하면 과학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우리가 아직 잘 모를 수는 있지만 모든 설명은 결국 참이나 거짓으로 판명이 가능해야 하며 인간을 초월한 진리나 객관성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지구가 둥글고 자전하며 공전한다는 사실, 빛의 속도는 어디에서나 일정하다는 사실, 물분자는 수소분자 2개와 산소분자 1개로 이뤄진다는 사실은 변함없는 진리다.

이들은 따라서 과학에 사회적인 의미가 담겨있거나 정치적인 내용이 포함돼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못한다.

사회적 요소가 과학에 개입될 경우에는 과학을 왜곡해 잘못된 과학을 낳는다고 이들은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과학을 사회현상이나 문화현상의 하나로 간주하는 이들은 참 거짓과 같은 범주 자체가 역사적으로 형성됐으며 그 형성과 변화에 사회적인 합의나 권력이 개입됐다고 믿는다.

이들은 심지어 "과학 실험실이 사회 속에서 권력을 키우고 이를 통해 사회를 변형시키는 중요한 메커니즘 역할을 한다"고 밝히고 있다.

⊙ 진리를 전달하나? 상징에 불과한가?

과학이 하나의 상징이자 상대적인 지식에 불과하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크 데리다를 비롯한 20세기초 포스트 모던 철학자들은 과학에서 실재 존재하는 것은 없으며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것은 하나의 기호나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철학자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과학적이며 계량적인 이성이 오히려 이성의 진보를 악화시켰다며 근대 과학을 강하게 비판했다.

심지어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는 과학이 인간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고 비정상으로 분류된 사람에 대해 끊임없는 감시와 억압을 가하는 메커니즘을 만들고 유지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정작 이들 철학자들은 무지에 가까운 과학적 지식을 드러내 20세기말 과학계를 떠들썩하게했다.

이른바 '과학전쟁'의 폭탄을 맞은 장본인이 됐다.

과학전쟁은 미국의 과학자 소칼이 철학 저널에 이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거짓 논문을 발표한 뒤 그 학술지가 출판되자마자 자신이 논문을 일부러 날조했다고 밝힌 사건이다.

엉터리 논문을 발표한 소칼을 자신들과 같은 편이라고 받아들일만큼 과학에 무식한 철학자들의 실상을 드러냈던 것이다.

⊙ 과학이 사이비과학으로 되는 길

일부 과학자들은 과학에 외적 가치가 개입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나치즘의 대중조작에 동원된 우생학 분야이다.

심지어 아리안 물리학자와 유대인 물리학자의 구분을 주장했던 나치간부 히믈러는 "과학은 가설에서 발전해 매년 바뀌기 때문에 비록 기존의 과학적 견해와는 다를지라도 우리 당(나치 당)이 과학연구의 출발점으로 가설을 만드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라고 까지 역설하고 있다.

따라서 과학자 공동체에 의해 과학성과의 진위가 판별돼야 하며 사회의 간섭을 벗어나 독립적으로 가치를 논해야 한다고 과학자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과학은 사회로부터 따로 떨어진 존재가 아니며 현대사회에서, 특히 경제 성장을 이끄는 주요 동력으로 자리 잡아 왔다.

정부가 상당한 돈을 과학에 투자하는 것도 과학이 경제성장과 인간의 삶에 편익을 준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 과학은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는데 비해 사회적 책임엔 소홀하다고 계속 지적 받아왔다.

과학예산에 투자한만큼 성과도 없을 뿐더러 과학자들은 자신들만의 언어를 쓰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과학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과학과 대중과의 긴밀한 관계가 중요해지고 있으며 과학자의 책임과 신뢰가 부각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더구나 일부 과학자들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자신의 실적을 과장되게 발표하거나 문제의 심각성을 고의로 부풀리는 등의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한때 황우석 사건이 그런 사례였고 공포감을 한껏 높여가는 지구위기론도 이런 유형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

광우병 위험을 터무니 없이 부풀린 최근의 과학관련 보도 역시 과학적 사실에 대한 대중의 말초적 감각을 부추긴 사례에 속한다.

의학에 대한 언론 보도는 대개 온 세상 사람들이 특정 질병에 걸려 곧 죽어갈 것처럼 오도하기도 한다.

과학이야말로 오해와 무지, 과장과 공포 등 인간의 원초적 감정에 의존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


생각의 가지치기

- 현대 과학은 불확실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처리하나

- 과학은 가치중립적인가 가치의존적인가

- 과학에서 진보란 무엇을 말하는가

- 과학이 정치적으로 이용된 사례를 찾아 보자

- '두 문화' 사이의 대화는 가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