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겡제를 학실히 살리겠습니다'

"기제 안하를 통해 강강자언을 학대하고 겡제를 학실히 살리겠습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튀는 언사로 세간에 화제가 된 이는 참여정부의 노무현 대통령이 단연 압도적일 것이다.

그러나 독특한 말투로 시중에 우스갯소리가 되기로는 김영삼 전 대통령도 못지않았다.

공적인 자리이건,사적인 자리이건 몸에 밴 경상도 발음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곤 했다.

지금이나 그때나 '경제 살리기'가 문제였는데,그의 입을 통하면 언제나 '겡제 살리기'였다.

관광자원을 확대한다는 말을 할 때는 어김없이 '강강자언 학대'가 됐다.

고개를 갸웃하며 전후 문맥을 잘 파악하며 들어야 알 수 있었던 '기제 안하'는 바로 '규제 완화'였다.

그의 발음이 우스갯말로 희화화해 시중에 유포되자 급기야 서울대 권영민 교수는 1995년 8월 한 신문 칼럼을 통해 대통령의 엉터리 발음을 질책하고 나설 정도였다.

'김 대통령은 이중모음이 어두에 올 때 그것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 한다.

특히 원순모음계열의 이중모음 발음이 엉터리다.

어떤 사람들은 김 대통령이 일제시대 소학교에서 국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 했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봐주기도 한다.

몸에 밴 경상도 말을 어떻게 고치겠느냐고 아량을 베푸는 사람도 있다.'

국가 지도자의 공적 언어가 사투리이기보다는 기왕이면 표준어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김 대통령의 입에 밴 '겡제'는 기실 경상방언이다.

이곳 사람들은 우리말 이중모음 '여'를 단모음 '에'로 발음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결혼을 겔혼,변명을 벤멩,편지를 펜지라 한다.

또 '유'나 '와' 같은 이중모음도 발음이 잘 안 돼 이를 '이' '아' 단모음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다.

김 대통령이 발음 때문에 코미디의 대상이 됐다면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은 맞춤법 실력이 들통나 혼쭐이 나기도 했다.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천안 유관순 열사 추모각에 들러 "뜻을 받드러 이나라를 지키겠읍니다"라는 글을 남긴 게 나중에 알려진 것이다.

당시 그는 스스로도 이상했던지 이내 '받드러'를 '받들어'로 고치기는 했지만 여러 차례 지적받아 온 '-읍니다'('-습니다'가 맞는 표기)는 여전히 바로잡지 않고 그대로 놔뒀다.

정확한 표기나 발음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