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Money] 주식선물(先物)이 뭐지?…선물(膳物)이 아닙니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21층 대회의장.

300여명 남짓의 인원이 회의장에 빽빽히 들어서 있다.

이날 강의 주제는 '주식선물'.

다음 달 6일부터 주식선물시장이 우리나라에서도 열려,시장 개장에 앞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선물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자리를 가득 매운 것이다.

주식선물은 뭘까.

주식선물에 대해 알기 전에 선물부터 알아보자.

선물은 영어로 'futures'라고 적고 있다.

'미래'의 복수형을 쓴다.

요컨대 선물이란 미래의 일정한 시기에 현물을 넘겨준다는 조건으로 매매 계약을 체결하는 상품을 말한다.

그렇다면 선물은 어떻게 거래되고 있는 것일까.

말은 다소 생소하고 어렵지만 선물은 우리 주위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거래되고 있다.

'밭떼기'가 그렇다.

수박을 재배하는 농민은 홍수가 나거나 반대로 가뭄이 드는 등 1년간 불확실성을 안고 농사를 짓게 된다.

이럴 때 한 도매상이 이 농민의 밭에서 나는 수박을 미리 통째로 구매하겠다고 나선다.

이렇게 해서 농부와 도매상은 앞으로 수확될 수박을 일정한 가격에 모두 사겠다는 계약을 체결한다.

만약 1년 후 수박가격이 폭락하게 되면 농민이,수박가격이 오르면 도매상이 이득을 보게 된다.

다만 농민은 수박가격 하락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고,도매상은 수박가격이 오를 것을 대비해 미리 물건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거래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선물은 증권시장에선 1996년 지수선물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유가증권 상장사 가운데 건실하다고 판단되는 기업 200개를 묶어 주가를 평균해 산출한 지수가 코스피200이다.

수박과 같이 이 지수의 상승과 하락에 베팅을 거는 것이 지수선물이다.

선물은 보통 1년 단위로 결제를 하나,주식시장의 유동성을 고려해 3·6·9·12월 둘째주 목요일을 결제일로 정해놓고,이를 기준으로 지수의 상승과 하락을 결정한다.

이러한 지수선물은 상장 후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까지 거래에 참여하면서 거래 규모도 부쩍 성장했다.

내달 6일에 상장하는 주식선물은 지수선물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일단 선물이 갖는 특성인 상승과 하락에 돈을 거는 것이 똑같다.

다만 지수선물은 코스피200지수의 방향에 따라 거래되지만,주식선물은 말 그대로 삼성전자와 같이 한 기업의 주가에 베팅하는 것이 다른 점이다.

따라서 주식선물이 상장되면 앞으로 투자자들은 증시와 상관없이 각 개별 종목의 주가의 방향만 맞히면 된다.

코스피 200지수가 200개 기업의 주가를 나타내고 있어 일반적으로 증시와 방향성을 같이하지만 주식선물은 개별 종목의 주가와 연동돼 있으므로 각 주식의 방향성을 놓고 거래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이렇게 상장되는 주식선물은 삼성전자 포스코 국민은행 한국전력 우리금융지주 SK텔레콤 현대차 현대중공업 KT LG디스플레이 LG전자 신세계 신한금융지주 KT&G 하나금융지주 등 15개 종목이다.

증권선물거래소는 향후 상장 종목을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지금은 시장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우선 우량주만 상장했지만 점차 투자자들의 수요가 많은 종목도 더 발행한다는 설명이다.

주식선물에 투자하면 손익 계산은 어떻게 되는 걸까.

우선 주식 선물에 투자하기에 앞서 증거금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선물시장에서는 증거금으로 주식 선물을 매수(매도)하고,수익률도 이를 기준으로 매겨지기 때문이다.

선물은 방향성에 대한 베팅이어서 투자자는 주식 선물을 매수하거나 매도할 때 증거금을 걸어놓아야 한다.

이 증거금은 주식을 매수할 때 내야 할 금액의 18%다.

예컨대 주식시장에서 65만6000원인 삼성전자 주식 10주를 사려면 656만원이 필요하지만,삼성전자 선물 1계약(선물 1계약=주식 10주)을 매수하려면 656만원의 18%인 118만800원의 현금만 있으면 된다.

주식 선물을 계속 보유할 경우 이 증거금이 부족하면 '마진콜'이라고 불리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마진콜은 당초 예상과 달리 매수한 주식 선물의 주가가 하락해 증거금이 12% 밑으로 내려가는 현상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다음 날 12시까지 투자자는 증거금을 18% 이상으로 채워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12시 기준 가격으로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물론 청산 후 투자금은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주식 선물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개별 종목의 주가 하락에 베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종목의 주가 하락에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은 풋ELW(주식워런트증권)와 대주거래(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다음에 주가가 하락하면 싼 가격에 사서 되갚는 제도)가 있지만,증권사들이 '헤지(hedge)'의 어려움을 이유로 풋ELW 발행을 거의 하지 않는 데다 대주거래 서비스를 하는 증권사가 현재 3곳에 그쳐 투자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주식선물은 이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주가 하락에 베팅할 수 있는 제도인 셈이다.

투자 방법은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종목을 골라 그 종목의 주식선물을 매도하는 것이다.

선물은 매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매도를 계약하는 게 가능하다.

쉽게 말하면 주식을 이미 판다고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먼저 팔아놓고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서 갚으면 된다.

실제로 주식을 사고팔 필요는 없으며 그 차액만큼 매일 계좌를 통해 정산된다.

주식선물의 다른 특징은 투자금 대비 수익률(손실률)이 주식 투자 때보다 5.56배 높다는 점이다.

증거금이 주식 투자금의 18%에 불과하기 때문에 생기는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다.

이는 대주거래의 레버리지(2.5배)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를테면 삼성전자 주가가 일주일 사이 10% 내릴 경우 주식 투자 손실은 10%에 그치지만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같은 규모의 주식 선물을 매수했다면 55.6%의 손실을 내는 식이다.

이 같은 주식선물의 성격을 이용하면 주식 투자시 위험을 줄이는 투자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수수료와 주식 거래세가 없다고 가정하면,삼성전자 10주를 사면서 동시에 선물 1계약을 매도하면 주가가 상승하거나 하락해도 이론적으로 수익률은 제로에 가깝게 된다.

이와 같은 거래는 이미 프로그램매매라고 해서 기관투자가들이 하고 있다.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