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과 경쟁하는 한국제품 보면 가슴 뿌듯

인도네시아 시내에 위치한 피자헛에서는 비테이토 페페로니 피자를 5만8000RP(한국 돈 5800원)에 먹을 수 있다.

똑같은 피자헛이 한국에서는 2만~3만원인 데 비하면 엄청나게 싼 셈이다.

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갓 들어온 사람들은 자장면 한 그릇 값보다 조금 비싼 피자의 가격에 놀란다.

한국과는 다른 물가와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가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대국(2억3000만명)답게 엄청난 규모의 소비시장을 자랑한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단연 생활필수품이다.

인도네시아인의 80%가 사용하는 펩소던트(Pepsodent)라는 치약은 독일 제품이고 비누 등 다른 용품들도 대부분 외국 기업들이 만든다.

외국 제품들이 이처럼 많이 사용되는 것은 넓은 시장을 겨냥해 지난 수년 동안 많은 외국기업들이 현지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삼성,LG도 이곳에서 TV 휴대폰 컴퓨터 MP3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 자랑스럽다.

인도네시아의 경제는 얼핏 보면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커 보인다.

그 중 하나가 화교 기업들의 점유율이다.

화교 기업들은 인도네시아에서 무소불위의 경제력을 행사한다.

10대 기업 중 9개 기업이 화교 자본일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하르토 집권 시기에 화교들의 공직 집권을 제한한 사실만 봐도 화교의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제는 외국자본의 손에 의해 쥐락펴락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도네시아의 낮은 교육 투자도 경제 성장을 막는 큰 요인이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에 비해 공교육이 열악하다.

교사의 수준,학교의 환경이나 여건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는 평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인구의 80%에 달하는 연간소득 1000달러 미만의 중산층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공교육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는 한국이 부러워할 만한 경제적인 힘이 있다.

그것은 풍부한 자원이다.

인도네시아는 동아시아 국가 중 유일한 경제협력개발기구(OPEC) 회원국일 뿐더러 석탄 천연가스 구리 등을 대량 보유한 자원 대국이다.

또한 커피나 천연고무 팜오일 코코아와 같은 플랜테이션 작물의 세계적인 수출국으로 여러 국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 등 서방 국가에 천연가스나 구리,석탄 등 원자재를 수출하고 있다.

만약 인도네시아가 자원의 엠바고를 선포한다면 여러 나라들이 큰 혼란을 겪게 될 정도로 인도네시아의 자원 수출은 막대한 무기이자 방패다.

인도네시아는 미국과 유럽 같은 선진국을 상대로 유전 개발권이나 광산 개발권의 허가를 내 주는 대신 여러 가지 인프라 구축을 요구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이런 유리한 경제적 이점으로 인도네시아는 무시할 수 없는 국력을 형성했고 또한 이슬람 국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음으로써 서방을 견제하는 비동맹국의 수장 역할을 하게 됐다.

인도네시아,여러 선진국들과 비교한다면 아직 개발도상국이라는 위치를 벗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서방 국가들에게 당당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출하며 이익을 창출하는 인도네시아의 모습이 부럽다.

오늘도 이곳 인도네시아는 만성적인 인플레이션과 외채로 진땀을 흘린다.

하지만 그들의 거대한 힘과 잠재력이 꿈틀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김성구 생글 통신원(인도네시아 한인학교 12학년) ksg32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