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이미 95년부터 시행…글로벌 인재 위해 필요"

반 "국내 자원봉사자는 혜택없어…형평성 어긋나"

해외 봉사자에 대한 병역 혜택 부여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정부 측에서는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해외 봉사활동에 우수한 청년들이 많이 참여하도록 병역 면제 대상인 국제협력요원의 규모를 연간 120명에서 추가로 확대하거나 해외 봉사자 병역 복무기간 단축, 기업 채용시 해외 봉사자에 대한 가점 부여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해외 봉사자에 대한 병역 혜택 부여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데다 이를 악용할 소지도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국회 입법이나 정부 정책에 의한 각종 병역특례제도로 인한 부작용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새 정부마저 해외 봉사자에게 병역 혜택을 주겠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고 지적한다.

물론 국제화 시대에 필요한 다양한 해외 경험과 봉사정신을 갖춘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에 반대할 명분은 없다.

더욱이 우리가 전쟁의 폐허로부터 세계 10위권의 중견 국가로 성장하는 데 우방국들의 지원이 큰 보탬이 됐던 만큼 국제 공헌도를 확대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해외 자원봉사가 자칫 병역 회피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해외 봉사자에 대한 병역 혜택 부여가 과연 바람직한지 살펴보자.

⊙ 찬성 측, "해외 경험과 봉사정신 갖춘 인재 양성 위해 병역 혜택 줘야"

찬성 측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다양한 해외 경험과 봉사정신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선 해외 봉사자에 대한 병역 혜택 부여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로부터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이 된 지도 10여년이 넘은 만큼 우리가 우방국들로부터 지원받은 빚을 갚는다는 차원에서도 해외 봉사에 보다 많은 청년들을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또 "국내에서도 개발도상국에서 일정 기간(최소 2년 이상) 봉사활동을 할 경우 병역의무를 면제받는 '국제협력요원제도'를 이미 1995년부터 실시하고 있다"며 적용 대상을 연간 120명에서 지속 확대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놓고 특혜 시비가 일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 당국은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기업 등과 연계해 보다 많은 인재들이 참여할 수 있는 해외 봉사 프로그램을 적극 발굴 지원해 나가기로 한 만큼 특정 종교나 상류층을 위한 정책이란 비판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반대 측, "병역 혜택 기준과 범위 불분명해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

반대 측에서는 "당장 취업과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한 서민들에게 해외 봉사까지 강요하는 것은 상위 1%를 위한 정책"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해외 봉사자에 대한 병역 혜택 기준과 범위가 불분명해 상류층의 병역 기피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농후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해외 봉사자를 우대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국민으로서 당연히 져야 할 의무인 병역 혜택을 주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작 가까운 곳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람들에겐 별다른 혜택을 주지 않으면서 해외 봉사자에게만 각종 특혜를 주는 것은 봉사활동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해외 봉사의 기회가 많은 종교단체들을 겨냥해 특정 종교인들에게 병역 혜택을 주기 위한 정책이라고 꼬집고 있다.

말하자면 해외 선교자에 대한 특혜라는 것이다.

가뜩이나 조기 유학, 어학연수 등을 이유로 수많은 학생들이 해외로 대거 빠져 나가고 있는 마당에 해외 봉사를 위한 출국까지 크게 늘어날 경우 그로 인한 부작용이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 여론 수렴 거쳐 병역 혜택 부여 타당성 철저하게 검증해야

물론 글로벌 시대를 맞아 다양한 해외 경험과 봉사정신을 갖춘 인재를 양성·확보하고, 해외 봉사활동에 보다 많은 청년들을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더욱이 우리가 체험으로 터득한 개발 경험을 전수해 개도국을 도울 수 있다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도 큰 보탬이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없다.

그렇다고 해서 병역 혜택을 부여하면서까지 앞으로 5년간 2만명의 해외 자원봉사 요원을 선발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병역 혜택 기준과 규모 선정 등을 놓고도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게 불을 보듯 뻔하며, 병역 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남북 대치 상태에서 징병제를 지켜온 우리나라에서는 '병역 혜택' 확대에 국민 모두가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국회 입법이나 정부 정책에 의한 병역특례제도가 줄을 잇고 갖가지 병역 비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것도 바로 그러한 연유에서다.

따라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해외 봉사자에 대한 병역 혜택 부여의 타당성을 보다 철저하게 검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취지가 좋다고 해서 섣불리 시행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얘기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 풀이>

▶국제협력요원(International Cooperation Person)제도=병역법과 국제협력요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병역 의무자 중에서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지원자를 선발,개도국의 경제 사회 문화발전을 목적으로 일정기간 해외에 파견하여 봉사활동을 하도록 하고,그 기간을 마친 후에는 보충역 복무를 마친 것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로,199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병역 자원 감소로 병역 대체복무의 단계적 축소,폐지 등 기본정책 방향이 바뀌면서 1999년 2월에 폐지됐다가 2000년 12월26일 의원 발의 입법으로 부활했다.

▶병역특례제도=병역의무를 가진 사람 중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병역 대신 연구기관이나 산업체에서 대체복무하는 것으로,전문연구요원과 산업기능요원 등 두 가지가 있다.

전문연구요원은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이어야 하며,산업기능요원은 병무청에서 허가받은 산업체에서 근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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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4월3일자 A1면>

해외 봉사활동시 군 복무기간을 줄여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2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부처 관계자 및 경제 5단체장,대학 총장들과 '글로벌 청년리더 10만명 양성 협약식'을 가진 자리에서 "해외 봉사활동에 우수한 청년들이 많이 참여하도록 병역상 혜택을 비롯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들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청년리더 양성 프로그램은 국제적 감각을 갖춘 인력을 길러내고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사업으로,향후 5년간 해외 취업인력 5만명,해외 인턴인력 3만명,해외 자원봉사인력 2만명 등 10만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총리실은 군 복무를 대신해 2년간 해외에서 의료 및 농업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일하는 국제협력요원의 규모(현재 220명 파견)를 늘리는 방안 외에 군 복무기간을 줄여주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또 이들(해외 취업,인턴 인력 포함)이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일반 기업에 지역 전문가로 취업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지원을 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들을 채용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입찰시 가점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박수진 한국경제신문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