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노동자들 고국 송금 줄어…美보다 EU·캐나다行 선호

브라질 건축 노동자인 제니니 다넬리씨(44)는 2004년 말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 국경을 넘었다.

소개비 1만달러를 내고 멕시코를 거쳐 그리던 미국 땅을 밟는 데 성공했다.

그가 받은 주급은 500달러.

고향에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임금이었다.

고향집의 아내와 4명의 아이들을 위해 매달 300~400달러씩을 부치며 만족스런 생활을 했다.

목돈을 모아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그의 꿈은 곧 실현될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위기가 닥쳤다.

달러 약세로 헤알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다넬리씨가 매달 보내는 송금으로는 가족들의 생계조차 어려워졌다.

때마침 불어닥친 건축경기 불황으로 한 달에 700달러인 월세를 내는 것도 벅찼다.

다넬리씨는 결국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빈털터리로 고향으로 돌아갔다.

불경기와 달러약세의 여파로 '아메리칸 드림'이 무너지고 있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고국을 떠난 이주 노동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이젠 미국보다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로 향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불경기인데다 미 달러화 가치마저 급락하면서 이주 노동자들이 고국의 가족들에게 송금할 수 있는 돈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에서는 비숙련 노동자도 유럽과 캐나다행을 선호하고 있다.

브라질 고베르나도르 발라다레스시에서 해외이주 경험이 있는 노동자 200명을 상대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28%가 다시 해외로 나갈 생각이 있지만 미국보다는 유럽이나 캐나다를 택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이주를 꺼리는 이유는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송금액이 줄어들어서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불과 4년 만에 미달러에 대해 2배 가까이 올랐다.

박성완 한국경제신문 기자 psw@hankyung.com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미국으로 돈 벌러 가는 해외 노동자들이 줄겠지만 유학생 여행객 등 돈쓰러 가는 사람은 늘겠지요.

경제현상에는 반드시 양면성이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