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NATO 정상회의 개최, 미국과 러시아의 끝나지 않은 파워게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2일(현지시간) 개막됐다.

4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의는 나토 26개국 정상 외에도 비회원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등 세계 정상급 지도자 50여명이 참석하는 나토 사상 최대 규모의 행사다.

특히 임기 말을 맞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고별 외교무대가 될 것이란 점에서 두 정상의 언행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5월에, 부시 대통령은 내년 1월에 각각 퇴임한다.

이번 회담에선 회원국 확장과 아프가니스탄 파병,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등이 핵심 의제로 논의된다.

이 가운데 최대 쟁점은 옛 소련의 위성국가에서 친(親)서방 국가로 변신한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의 나토 예비회원국 신청이 승인될지 여부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의 대표 연합체라 할 수 있는 나토의 동유럽 세력 확장이 러시아로선 매우 위협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 쟁점은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아의 NATO 가입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는 현재 나토 가입의 전 단계인 '회원국 행동계획(MAP)' 가입 신청을 제출한 상태다.

또 크로아티아와 마케도니아, 알바니아 등 이른바 '발칸반도 3국'도 이번 회담에서 나토 정식 회원국으로 승인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가 MAP 가입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게 내 확고한 입장"이라며 "러시아는 나토가 새로운 회원국을 받아들이든 말든 거부권을 행사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크로아티아와 마케도니아,알바니아의 나토 가입도 승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러시아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 가스관의 경유국이자 러시아 흑해함대 기지가 있는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극구 반대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와의 관계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러시아가 코소보 독립 승인,미국의 동유럽 미사일 방어기지 계획은 무산시키지 못했지만 나토의 확대만큼은 그동안 성공적으로 막아 왔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푸틴이 온 힘을 다해 나토 확대를 저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야프 더호프 스헤퍼르 나토 사무총장은 "부쿠레슈티 회담 분위기는 푸틴이 서방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푸틴에게 공격적 발언을 자제해 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 회원들은 미·러 눈치만 봐

미국과 러시아의 '고래 싸움'에 다른 서유럽권 회원국들은 선뜻 미국 편을 들고 있지 않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외교적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의 MAP 승인을 거부한다"며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에 대한 여론이 분열돼 있고 그루지야는 정치 불안을 겪어 모두 가입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피용 프랑스 총리는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에 나토 예비회원국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유럽과 러시아 간 세력 균형에 대한 올바른 담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발칸 3국의 나토 가입 역시 순탄치만은 않다.

특히 마케도니아는 기존 회원국인 그리스가 자국의 북부 지방 이름과 같은 '마케도니아'란 국명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어 두 나라 간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스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마케도니아의 나토 가입을 적극 반대하겠다고 나섰다.

만일 마케도니아의 나토 가입이 좌절되면 부시 대통령이 추진해 온 '발칸 3국'의 나토 동시 가입 계획 역시 좌초하게 된다.

⊙ 나토는 미·러의 세력다툼 상징

그렇다면 나토의 '동진(東進)'이 왜 그토록 미국과 러시아 간의 첨예한 대립 쟁점이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나토가 냉전 시대의 산물로 미국과 러시아의 세력 다툼을 대표적으로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토는 1949년 미국 워싱턴에서 결성됐다.

이 연합체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세력의 확산을 막고자 하는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의 집단방위조약 체제였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서유럽은 경제적으로 황폐해 있었고 정치적으로도 혼란에 빠져 있었다.

이 가운데 프랑스와 러시아에선 공산당이 세력을 얻고 있었고, 소련도 동유럽에 공산주의 세력을 확장시키면서 서유럽 국가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1949년엔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독일이 미국과 서유럽권 세력이 점령한 서독과 소련이 차지한 동독으로 분단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미국과 서유럽권 나라들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군사적 협력의 필요성을 느꼈고, 그것이 바로 나토 결성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회원국은 미국과 영국 캐나다 포르투갈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이탈리아 프랑스 등 12개국이었다.

1952년엔 그리스와 터키가,1955년엔 구(舊)서독이 가입하면서 회원국을 넓혀 갔다.

소련은 나토에 대항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舊)동독과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알바니아 체코슬로바키아 등 7개 공산권 국가들과 함께 1955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바르샤바조약기구'를 세웠다.

하지만 바르샤바조약기구는 1990년 10월 독일이 통일된 뒤 1991년 4월 해체됐다.

반면 나토는 그 후에도 계속 몸집을 불려 나갔다.

나토는 1991년 소련 붕괴 후 1999년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옛 공산권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면서 동유럽에서 세력을 확장해 갔다.

2004년엔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동유럽 7개국이 가입해 회원국이 총 26개로 늘어났다.

냉전은 끝났지만 나토와 러시아의 관계는 여전히 불편한 상황이다.

특히 '강한 러시아'를 들고 나오며 동유럽권의 맹주로서 영향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푸틴 대통령과 여전히 '세계 경찰'로서 군림하고 있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최후의 외교 일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코소보 독립 승인과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치열한 논쟁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내년이면 나토가 결성된 지 꼭 60주년이 된다.

하지만 세계 강대국들 간의 외교 전쟁은 60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냉전 시대엔 이념이 주요 쟁점이었다면 21세기엔 경제와 안보,정치 등 갈등 사안이 너무나 다양화되고 있다.

이번 나토 정상회담은 날로 극심해지는 국가 간 기 싸움 속에서 한 나라로서의 외교적 위상 확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