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에서 쬐깨까지

"아니,어딜 싸돌아 댕기다 이제 들어오는 거야!" 학창시절에는 밖에서 돌아다니다 귀가 시간이 좀 늦으면 이런 말을 흔히 듣는다.

여기서 '댕기다'는 '다니다'의 서울 사투리다.

서울 사투리란 말 그대로 서울 지역에서 쓰는 사투리란 뜻이다.

일부에서는 표준어의 정의 가운데 하나가 '현대 서울말'이란 점을 들어 서울 사투리가 곧 표준어 아니냐는 의문을 갖기도 한다.

'현대 서울말'을 표준어로 취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현재 서울 지역에서 쓰는 말 모두가 표준어인 것은 아니다.

서울 지역에서 많이 쓰는 말이면서도 표준어로 처리되지 않은 게 있는데,그런 것들이 곧 서울 사투리이다.

가령 학교를 '핵교'로,기와집을 '개와집'으로 발음하는 게 그런 것이다.

'다니다'를 '댕기다'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인데,표준어에서 '댕기다'는 '불이 옮아 붙다'라는 뜻의 다른 말이다.

'담배에 불을 댕기다'처럼 쓰인다.

간혹 TV 드라마에서 "지끔까지 살아오면서…"와 같이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을 '지끔'이라 하는 것도 서울 사투리다.

'지금'은 '시방'과 같은 말이다.

어떤 이들은 '지금'이나 '시방'을 고유어로 알고 있기도 하지만 이들은 한자(只今,時方)에서 온 말이다.

또 '시방'을 '지금'의 사투리로 아는 이들도 있는데,모두 표준어다.

이와 관련해 형태적으로 비슷하게 보이는 '조금'과 '조끔'의 관계는 좀 다르다.

'적은 정도나 분량' '시간적으로 짧게'란 뜻으로 쓰이는 '조금,조끔'은 둘 다 표준어로 처리됐다.

'조금'은 이 밖에도 '쪼금,쪼끔,쬐금,쬐끔,쪼깨,쬐깨, 쪼꼼' 등 여러 형태로 쓰인다.

'조끔'은 '조금의 센말'이다.

이를 '쪼금'이라고도 하는데 이 역시 '조금의 센말'로,표준어다.

'쪼끔'도 표준어로서 이는 '조금의 아주 센 느낌을 주는 말'이다.

이에 비해 '쬐금,쬐끔'은 사전적으로 '조금'의 잘못으로 처리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형태가 '쪼깨'인데,이 역시 '조금'의 잘못으로 풀이된다.

이를 '쬐꼼' '쬐깨'라 하기도 하는데 이는 아예 사전에서 다루지도 않았다.

일부 사람들이 말을 비틀어 쓰는 비정상적 표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