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선 퍼주기는 곤란…의연히 대처해야"
"북한 때리기식 태도는 핵문제 해결 도움 안돼"
개성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에 상주하던 남쪽 정부 인력 11명 전원이 북쪽 요구로 철수하면서 새 대북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한쪽에서는 "이번 발언은 이명박 정부의 새 대북정책 기조를 담은 원론적인 얘기에 불과하다"며 북한이 이를 구실 삼아 문제를 일으킨 것은 도발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쪽에서는 노무현·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 성과를 무시하고 그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새 정부의 퇴행적 모습이 결국 이번 사태를 몰고 왔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북한 반발을 무시하고 강경하게 대처해야 하는지, 아니면 남북관계 경색을 막기 위해 신중하게 대처해야 하는지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물론 북쪽의 조치는 선의와 상호존중을 기본으로 하는 경협정신에 어긋난다.
더욱이 북쪽은 '핵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았으나 경협사무소는 남북 경협창구 구실을 하는 곳으로,개성공단과 직접 관련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개성공단 남한 당국자 추방에 이은 서해상 미사일 발사,무력충돌 경고, 군사논평원의 '잿더미' 위협,노동신문 논평 등 북측의 잇단 도발사태를 무시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새 정부의 상호주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논란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살펴본다.
⊙ 강경론 측,"새 정부 상호주의에 대한 북의 반발에 의연히 대처해야"
대북 강경론 쪽에서는 "북한의 반발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일방적 대북지원과는 달리 최소한의 호혜조치를 요구하는 새 정부의 상호주의에 대한 반발이며 실용적 대북정책이 구체화하기 전에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한다.
특히 "북은 해마다 적지 않은 규모의 식량과 비료를 받아가면서도 큰소리를 쳤고,사소한 일을 트집 잡아 대화를 중단하는 등 과거에도 상투적으로 어깃장을 놓곤했다"며 이런 일이 더는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4·9총선을 앞두고 남북관계의 경색 가능성을 과장함으로써 남측의 좌파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햇볕론자 쪽에서 북의 이번 행동에 내심 "거 봐라"라고 할지 모르나 지난 10년간 퍼주기의 대가가 핵 개발이었음에 대해 반성부터 해야 옳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혹여 철지난 북풍이라도 기대한다면 남북관계의 바뀐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는 북이 핵을 폐기하면 이전보다 더 과감한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북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 신중론 측,"새 정부 퇴행적 대북정책 남북 어디에도 이득 안돼"
이에 대해 신중론 쪽에서는 통일부 장관 발언은 지난해 '10·4 남북 정상선언'에서 "개성공단 1단계 건설을 빠른 시일 안에 완공하고 2단계 개발에 착수"하기로 합의한 것과 정면으로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개성공단은 화해·협력을 넘어 남북 상생의 모델이 되는 곳이며 한반도 상황이 어려울 때 평화를 담보하는 안전판 구실을 하는 만큼 공단사업을 핵문제와 직접 연계하는 것은 누구한테도 득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특히 새 정부는 핵문제 해결 노력에서 생산적 중재역을 하는 대신 '북한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며 정부의 이런 태도는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오기 쉽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정부는 노무현·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 성과를 무시하고 그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퇴행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번 일과 비교가 되지 않을 심각한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는 지금이라도 균형감 있고 실현 가능한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데 온힘을 쏟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 북한의 잇단 도발에도 새 대북정책 근간은 흔들려선 안돼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관계 진전이 어렵다는 것이 새 정부의 분명한 입장이다.
한반도의 근본 문제는 개성공단이 아니라 북핵 문제라는 것이다.
앞으로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남북관계 경색과 진통은 불가피해 보이는 것도 바로 그러한 연유에서다.
문제 해결을 위한 바른 길을 찾았다면 '불안정'을 감수하고라도 그 길을 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치러야 할 비용이므로 북한 측 조치에 일일이 맞대응할 게 아니라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는 의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일희일비하거나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것은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꼴이 될 수 있음을 깊이 새겨야 한다.
북측 또한 핵문제 해결을 미뤄도 대북지원은 계속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크게 잘못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개성공단이든,대북 지원이든 북핵 문제의 고비를 넘는 데 방해가 돼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불필요한 말과 섣부른 정책으로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함으로써 개성공단 사업을 위험에 빠뜨리고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는 일은 피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잇단 도발에도 불구하고 대북정책의 근간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점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10·4 남북 정상선언=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7년 10월4일 발표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말한다.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위한 협력과 불가침의무 준수,종전선언을 위한 당사국회의의 한반도 개최,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경의선 화물철도 개통과 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백두산~서울 직항로 개설,11월 중 서울에서 남북총리회담 개최 등 8개항을 담고 있다.
▶6·15 남북 공동선언=분단 55년 만에 처음으로 2000년 6월15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발표한 공동선언.
다섯개 항의 합의 내용과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실제로 이산가족방문단 교환,남북장관급회담,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구성 등이 성사됐으며,경의선과 동해선도 개통됐다.
--------------------------------------------------------
☞ 한국경제신문 4월1일자 A2면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우리 당국자를 추방하고 바로 다음날 미사일 발사를 한 데 이어 이번엔 김태영 합참의장의 발언을 문제 삼아 남북 관계 단절과 선제 공격 가능성마저 시사,한반도에 군사적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북측 대표단 단장은 29일 남측 수석대표에게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중요한 것은 적(북한군)이 핵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확인해 타격하는 것"이라는 김태영 합참의장의 청문회 답변을 '선제타격 폭언'이라고 규정했다.
북측 단장은 이를 취소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모든 북남 대화와 접촉을 중단하려는 남측 당국의 입장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군사논평원은 30일 "우리식의 앞선 선제타격이 일단 개시되면 불바다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이 잿더미로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방부가 "선제 타격’이란 말은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자 즉각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북한 때리기식 태도는 핵문제 해결 도움 안돼"
개성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에 상주하던 남쪽 정부 인력 11명 전원이 북쪽 요구로 철수하면서 새 대북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한쪽에서는 "이번 발언은 이명박 정부의 새 대북정책 기조를 담은 원론적인 얘기에 불과하다"며 북한이 이를 구실 삼아 문제를 일으킨 것은 도발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쪽에서는 노무현·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 성과를 무시하고 그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새 정부의 퇴행적 모습이 결국 이번 사태를 몰고 왔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북한 반발을 무시하고 강경하게 대처해야 하는지, 아니면 남북관계 경색을 막기 위해 신중하게 대처해야 하는지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물론 북쪽의 조치는 선의와 상호존중을 기본으로 하는 경협정신에 어긋난다.
더욱이 북쪽은 '핵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았으나 경협사무소는 남북 경협창구 구실을 하는 곳으로,개성공단과 직접 관련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개성공단 남한 당국자 추방에 이은 서해상 미사일 발사,무력충돌 경고, 군사논평원의 '잿더미' 위협,노동신문 논평 등 북측의 잇단 도발사태를 무시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새 정부의 상호주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논란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살펴본다.
⊙ 강경론 측,"새 정부 상호주의에 대한 북의 반발에 의연히 대처해야"
대북 강경론 쪽에서는 "북한의 반발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일방적 대북지원과는 달리 최소한의 호혜조치를 요구하는 새 정부의 상호주의에 대한 반발이며 실용적 대북정책이 구체화하기 전에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한다.
특히 "북은 해마다 적지 않은 규모의 식량과 비료를 받아가면서도 큰소리를 쳤고,사소한 일을 트집 잡아 대화를 중단하는 등 과거에도 상투적으로 어깃장을 놓곤했다"며 이런 일이 더는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4·9총선을 앞두고 남북관계의 경색 가능성을 과장함으로써 남측의 좌파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햇볕론자 쪽에서 북의 이번 행동에 내심 "거 봐라"라고 할지 모르나 지난 10년간 퍼주기의 대가가 핵 개발이었음에 대해 반성부터 해야 옳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혹여 철지난 북풍이라도 기대한다면 남북관계의 바뀐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는 북이 핵을 폐기하면 이전보다 더 과감한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북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 신중론 측,"새 정부 퇴행적 대북정책 남북 어디에도 이득 안돼"
이에 대해 신중론 쪽에서는 통일부 장관 발언은 지난해 '10·4 남북 정상선언'에서 "개성공단 1단계 건설을 빠른 시일 안에 완공하고 2단계 개발에 착수"하기로 합의한 것과 정면으로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개성공단은 화해·협력을 넘어 남북 상생의 모델이 되는 곳이며 한반도 상황이 어려울 때 평화를 담보하는 안전판 구실을 하는 만큼 공단사업을 핵문제와 직접 연계하는 것은 누구한테도 득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특히 새 정부는 핵문제 해결 노력에서 생산적 중재역을 하는 대신 '북한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며 정부의 이런 태도는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오기 쉽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정부는 노무현·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 성과를 무시하고 그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퇴행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번 일과 비교가 되지 않을 심각한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는 지금이라도 균형감 있고 실현 가능한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데 온힘을 쏟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 북한의 잇단 도발에도 새 대북정책 근간은 흔들려선 안돼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관계 진전이 어렵다는 것이 새 정부의 분명한 입장이다.
한반도의 근본 문제는 개성공단이 아니라 북핵 문제라는 것이다.
앞으로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남북관계 경색과 진통은 불가피해 보이는 것도 바로 그러한 연유에서다.
문제 해결을 위한 바른 길을 찾았다면 '불안정'을 감수하고라도 그 길을 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치러야 할 비용이므로 북한 측 조치에 일일이 맞대응할 게 아니라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는 의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일희일비하거나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것은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꼴이 될 수 있음을 깊이 새겨야 한다.
북측 또한 핵문제 해결을 미뤄도 대북지원은 계속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크게 잘못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개성공단이든,대북 지원이든 북핵 문제의 고비를 넘는 데 방해가 돼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불필요한 말과 섣부른 정책으로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함으로써 개성공단 사업을 위험에 빠뜨리고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는 일은 피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잇단 도발에도 불구하고 대북정책의 근간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점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10·4 남북 정상선언=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7년 10월4일 발표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말한다.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위한 협력과 불가침의무 준수,종전선언을 위한 당사국회의의 한반도 개최,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경의선 화물철도 개통과 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백두산~서울 직항로 개설,11월 중 서울에서 남북총리회담 개최 등 8개항을 담고 있다.
▶6·15 남북 공동선언=분단 55년 만에 처음으로 2000년 6월15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발표한 공동선언.
다섯개 항의 합의 내용과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실제로 이산가족방문단 교환,남북장관급회담,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구성 등이 성사됐으며,경의선과 동해선도 개통됐다.
--------------------------------------------------------
☞ 한국경제신문 4월1일자 A2면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우리 당국자를 추방하고 바로 다음날 미사일 발사를 한 데 이어 이번엔 김태영 합참의장의 발언을 문제 삼아 남북 관계 단절과 선제 공격 가능성마저 시사,한반도에 군사적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북측 대표단 단장은 29일 남측 수석대표에게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중요한 것은 적(북한군)이 핵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확인해 타격하는 것"이라는 김태영 합참의장의 청문회 답변을 '선제타격 폭언'이라고 규정했다.
북측 단장은 이를 취소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모든 북남 대화와 접촉을 중단하려는 남측 당국의 입장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군사논평원은 30일 "우리식의 앞선 선제타격이 일단 개시되면 불바다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이 잿더미로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방부가 "선제 타격’이란 말은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자 즉각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