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서로의 연결관계를 파악해 한꺼번에 풀어라

글쓰기 21계명

세번째 원칙 ; 문제는 한꺼번에 풀어라.

상호간의 연관관계를 생각하면서

오늘 살펴볼 문제는 고대 2008년 모의논술이다.

이전에도 밝혔듯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지면강의는 '글쓰기 21계명'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문제 해설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여러분도 그 점을 염두에 두고 강의를 봤으면 한다.

글쓰기 방식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강의안 중 선생님은 예시 답안을 먼저 보여주고 그것을 해설하는 방식을 택했다.

먼저 문제와 예시 답안을 보자.

(예시 답안은 학교 측 공개 답안임)

[문제1] 제시문 (가)를 400자 내외로 요약하시오.

[문제2] 제시문 (나)의 논지를 밝히고,이것을 참조하여 제시문 (다)를 해설하시오.

[문제3] (라)의 표에 나타난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에너지 소비 변화의 특징을 설명하시오.


그리고 제시문들을 참고하여 1970년 이후 전력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와 의미를 사회변동과 관련시켜 논술하시오.

[1번 예시답안]

풍요로움의 근원은 사회제도에 있다.

오늘의 시장경제는 지속적으로 희소성이 재창출되는 가운데 유지되며,재화는 인간의 필요보다는 경제 논리를 반영한다.

이에 따라 오늘의 개인은 무한한 소비와 빈곤만을 지속할 뿐이다.

이와 달리 원시 사회에서는 경제적 계산이 지배하지 않았다.

자연과 자신의 주변에 대한 투명한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원시사회에서는 순환적으로 재창출되는 소비가 아니라 인간적 필요를 해소하는 필수적 낭비만이 있을 뿐이었다.

원시사회에서의 교환이 각 단계에서 산출하는 잉여 가치를 통해 개인의 필요를 만족시켰다면,현대 경제의 교환은 무한한 차별화를 통해 작동하고 개인적 결핍감을 양산한다.

풍요로움과 부는 사회 체제의 논리이며,현대 사회의 소비는 인간의 진정한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2번 예시답안]

현대인들은 넘치는 상품과 서비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상품의 수와 서비스만큼 이에 따른 광고 역시 많다.

광고의 목적은 판매에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왜곡과 과장도 서슴지 않는다.

또한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욕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제시문(나)는 이러한 현대사회 속에서 필요하지 않은 물품의 소비를 하게 되는 소비 왜곡 현상을 말하고 있다.

제시문(다)는 어느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이 마을은 현대 시장경제에서 나타나는 물질적으로만 풍요로운 사회를 보여준다.

화자는 필요에 따른 소비가 아닌 감성에 따른 소비를 반복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나 '무심코'와 같은 표현은 물질의 풍요 속에서 이성이 마비된 모습을 상징한다.

화자의 주위에서는 교회에 다니는 것을 강요하고 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것은 겸손하지 않은 것이라고 교회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이것은 소비의 왜곡이 매우 광범위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밥대신 빵을 먹고 뛰듯이 걷는 모습은 효율성이라는 경제원칙에 익숙해져버린 현대인을 보여준다.

마지막 행의 '살 수밖에 없다'는 표현에서 쿠폰이나 큰 간판 등의 갖가지 판매 전략과 줄줄이 이어진 상품과 서비스 속에서 인간이 결국 소비의 왜곡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음을 찾을 수 있다.

제시문(다)는 전체적으로 인간이 넘치는 상품과 광고전략 속에서 이성을 잃고 제대로 된 소비의 의미를 상실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궁극적으로 계속되는 소비 속에서도 풍요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3번 예시답안]

(라)의 표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지표라고 할 수 있는 국민총생산은 1970년대 이후 2000년에 이르기까지 205배가량 증가했다.

에너지 소비량 또한 197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했으며 1인당 전력 소비량도 계속해서 증가했다.

하지만 에너지 소비량과 1인당 전력 소비량이 증가한 정도에서는 차이가 난다.

에너지 소비량이 30년간 10배 정도 오르는데 그쳤지만 1인당 전력 소비량은 30년간 약 21배 증가한 것이다.

또한 국민총생산과 에너지 소비량,1인당 전력 소비량 모두 197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의 증가 속도가 1980년대 이후의 증가속도보다 빠른 특징을 보인다.

1970년대 이후의 급격한 전력 소비량의 증가는 당시 이루어졌던 산업화와 연관시켜 볼 수 있다.

급속하게 진행되었던 산업화로 인해 소비되기를 기다리는 상품의 대량 생산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소비해 얻은 상품의 이용을 위해 가정집에서도 전기 공급이 필요해졌으며,공급자는 상품의 광고를 통한 소비의 창출을 위해 매체가 필요하게 되었다.

마침 국가의 경제성장은 전력 공급의 증가를 가능하게 하였으며 결국 1인당 전력 공급량은 급격한 증가를 보이는 것이다.

1인당 전력 공급량 증가는 우리 사회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부분이 매우 커졌음을 뜻한다.

이러한 광고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모습은,공급자는 계속해서 소비를 부추기고,구매자는 광고에 현혹되어 이미지를 소비하고 그 이미지에 만족하는 순환이 계속됨을 의미한다.

즉 사회는 광고를 통해 형성된 이미지를 소비하고 만족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연세대,고려대는 대개 세트형 문제를 출제한다.

이 경우 수험생은 항상 출제자가 문제를 통해 무엇을 묻고자 하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유익하다.

일단 고대 문제를 중심으로 문제 구성을 살펴보자.

첫 번째 문제는 요약 문제다.

제시문은 현대사회와 원시사회를 비교함으로써 현대의 소비 사회적 특징을 비판하고자 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학들이 요약 문제를 출제하는 경우는 대개 독해력을 측정하기 위해서다.

글의 내용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요약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요약의 완성도에 따라 수험생의 독해 실력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나 세트형 문제에서 요약 문제는 대개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틀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번 모의고사도 마찬가지였다.

수험생은 요약을 하면서 출제자가 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예측할 수 있다.

'현대의 소비 사회적 특징'을 묻고 싶었던 것이다.

따라서 나머지 제시문(나),(다),(라) 역시 이러한 이해의 틀을 가지고 독해를 했다면 훨씬 논점을 명확히 할 수 있었다.

특히 3번 문제의 경우 이렇게 접근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왜냐하면 2번 문제는 비교적 묻는 바가 명확하고,논제 자체에서 제시문 (나)라는 새로운 이해의 틀을 제공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논제 3번은 단순히 논제의 설명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포인트를 전부 파악하기 어려웠던 항목이다.

우선 논제 3번은 '경제성장과 에너지 소비 변화의 특징'이라는 표를 해석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경제 성장과 에너지 소비변화의 상관관계를 유추할 것을 묻는 문제였다.

이 밖에 논점이 한 가지 더 나오는데,이는 1970년 이후 전력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와 의미를 사회변동과 관련시켜 논술하라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 부분을 물어볼까?

표만으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논제이다.

생각해보자.

소비사회의 특징이 제시문들을 통해 계속 다루어졌다.

그 중 제시문과 표 속에서 일관되게 다루어지는 것이 광고다.

왜 광고가 계속 중요한 소재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학생들은 이러한 점을 계속 생각해야 한다.

단순히 논제에서 물어보고 있는 것만 급급하게 생각해서는 문제의 전체적인 윤곽을 볼 수 없다.

예시답안의 장점은 이러한 논제의 요구를 소비 사회와 광고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다소 빈약한 논리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출제자에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표에서 광고가 의미하는 바를 짚어내고 이를 소비 사회라는 키워드로 연결시켜 전력량의 변화까지 설명한 점은 출제자의 의도를 드러내는 매우 우수한 발상이었다.

다만 마지막 부분(이러한 ~ 것이다)에서 답안의 방향대로 글을 쓰는 것보다는,광고비의 증가율이 둔화되었는데도 불구하고,전력 소비량은 크게 변동이 없다는 점을 들어 소비사회가 정착 단계라는 점을 얘기해주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좀 더 논증적이었을 것이다.

여하튼 이러한 발상은 논제 1,2,3을 따로 푼 것이 아니라,서로 간의 유기적 연결 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다음 글은 고대 측에서 위의 답안보다는 차점을 준 답안이다.

역시 우수 답안의 유형이지만,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오늘 설명을 생각하면서 답안을 음미해보자.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 경제는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2000년에는 1997년의 200배에 이르는 국민총생산을 기록한다.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서 에너지 소비량 역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였지만 국민 총생산의 증가 추세에는 못 미쳤다.

1970년대에 우리나라는 경제개발계획,새마을 운동,고속도로의 개통 등에 힘입어 유례 없는 경제 성장을 달성한다.

그 중에서도 다른 사업장에 비해 중화학 공업을 비롯한 2차 산업의 발달이 두드러져 전력 소비량이 급증한다.

또한 경제 성장은 국민들에게 물질적 여유를 가져다 주었고 생계에 급급했던 과거와 달리 국민들은 보다 양질의 삶을 영위하려는 욕구를 지니게 되고, 그에 따라 나타난 고비용의 공산품 확대도 전력 소비량 증가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리고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첨단 산업의 발달과 컴퓨터의 보급에 의한 영향도 큰 것이다.

전력 소비량의 증가는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이 아닌 충분히 산업화된 사회로 구성원들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임을 드러낸다.

또한 1970년 전력 소비량의 절반 수준이던 광고비가 2000년 10배에 이른 것으로 미루어 과잉 생산이 이루어 졌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국민들이 절대적인 빈곤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추구하는 소비를 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 경우 국민들의 절대적 삶의 질은 높아지겠지만 사회 구조 속에서 상대적 빈곤감이나 박탈감은 이전보다 오히려 증가할 것이다.

권호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mega@ed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