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만 강요하지 않은 인도네시아의 부드러운 종교문화

[생글기자 코너] 인도네시아에서 전하는 생글통신 (上)
"라 일라하 일랄라후 무함마둔 라수 룰라"

날마다 이곳 인도네시아의 거리에서는 이 신묘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사람들은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성지 메카가 있는 곳을 향해 기도를 드린다.

13억 무슬림이 동시에 한곳을 향해 몸을 숙여 예배한다는 것은 종교를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멋진 일이다 더불어 그들의 두터운 신앙심을 읽을 수 있다.

이처럼 매일 정해진 시간에 드리는 예배를 숄랏(sholat)이라고 하며 이는 이슬람의 5대 의무 중 하나이다.

외국인들에게 인도네시아는 종교에 맹신적이고 강압적인 나라로 비칠 수 있다.

철저한 예배와 여러 가지 지켜야 할 의무,극우적인 종교 싸움이 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곳에서 15년을 살면서 한 번도 인니인들에게서 종교로 인한 고뇌나 중압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종교에 관한 한 우리보다 훨씬 자유롭다.

법적으로 사람마다 한 가지 종교를 가져야 한다고 의무화되어 있는 나라에서 그게 무슨 말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종교를 꼭 가져야 한다는 법은 인도네시아가 정교일치의 나라이기 때문일 뿐이다.

과거 우리나라도 '단군왕검'이 제정일치의 군장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인도네시아는 아직까지도 정치와 종교가 함께 움직인다.

그래서 많은 한국인들은 인니인들이 율법을 칼같이 지키며 다른 종교에 배타적일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오해이다.

무슬림에게는 신앙고백,예배,금식,희사, 성지순례 등 5대 의무가 있는데,각자의 형편에 따라 이 중 가능한 두 개만 선택해 지키면 된다.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무거운 압박감은 없다.

필자가 다니는 교회 옆에 이슬람 사원이 있다.

17년을 다니면서 한 번도 갈등이나 문제가 생기는 것을 보지 못했다.

밖에서 아는 것과 안에서 보는 것은 이처럼 다르다.

"불교세요?"

"아뇨,전 예수 믿는데요."

"아. 네."

한국에서는 종교에 대해 짤막한 대화를 나누고는 마치 전혀 다른 생물체를 대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다른 종교에 대한 어색함과 생소함은 오히려 이곳 인도네시아보다 한국에서 더한 것 같다.

예배는 반드시 참석해야 하고,헌금도 시주도 꼭 내야 하고 나쁜 짓은 더더욱 하면 안 된다는 강요는 오히려 한국에서 더 많이 듣는다.

신도가 종교의 울타리에서 조금만 어긋나면 질타가 쏟아져 내리는 한국의 종교문화가 이곳 종교문화에서 배울 것이 있다.

맹목적인 믿음을 강요하기 보다 신과 율법에 대한 구체적 설명과 이해가 우선이다.

종교에 있어서 알 권리,볼 권리,믿을 권리를 동시에 제공하며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 인니인들은 종교에서 평안과 안식을 느낀다.

우리의 종교도 부드럽게 설명하는 모습으로 다가왔으면 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종교가 뭐냐는 질문을 여간해서는 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질문거리도 아닐 뿐더러 말로 설명할 것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보여주어야 하다고 모두 믿기 때문이다.

그들은 삶과 문화 속에서 천천히 그리고 깊이 이슬람 문화에 몰입한다.

날씨만큼이나 따뜻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생글 통신원 김성구(인도네시아 한인학교 1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