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년전 맬서스가 주장했던 '재앙론' 최근 재조명 활발
21세기판 '성장의 한계'가 오고 있는 것일까.
영국 경제학자 맬서스는 1798년 발간한 '인구론'에서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세에 비해 식량은 더디게 늘어난다'며 '이런 불균형 때문에 인류는 필연적으로 기근과 빈곤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맬서스가 말한 재앙은 오지 않았고 세계는 끊임없는 성장을 이뤘다.
인구 폭증에도 불구하고 기술 발전으로 식량과 자원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 덕분이었다.
그의 인구론은 오래된 사회과학책의 맨 앞부분을 장식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자원 고갈로 인해 세계가 성장의 한계에 돌입했다는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신흥국의 급성장으로 에너지와 물,농산물 등은 공급 부족 상황이다.
그 불안감으로 원자재값은 최근 조정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몇 년 전과 비교해 큰 폭으로 치솟았다.
난국을 타개해 왔던 기술 혁신도 더디다.
맬서스식 비관주의가 210년이 흐른 지금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유엔(UN)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현재의 66억명에서 2025년 80억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1인당 자원 소비량도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속 성장 중인 중국과 인도의 총 25억 인구가 극빈층에서 중산층으로 변신하면서다.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는 "선진국의 높은 소비 수준과 80년 이상의 평균 수명은 이제 인류 대부분이 추구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신기술 없이 이 같은 성장 시나리오를 실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성장에 필수적인 자원 공급이 소비를 못 따라가서다.
당장 에너지 수급이 골칫덩이로 떠올랐다.
석유업계는 새로운 원유 생산지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유가는 수급 불안으로 올 들어 배럴당 100달러 선을 깼다.
하버드 대학의 제프리 프랑켈 교수는 "원자력이나 풍력,태양광 등 다른 에너지가 총동원되지 않으면 수급 부족에 부딪힐 것"이라며 "기술 발전 속도가 느리고 비용이 높아 이것마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체 자체가 불가능한 물은 더 큰 문제다.
우기 때마다 내린 큰 비로 물 부족을 모르고 살았던 인도 농촌 폰드헤는 농업용수 부족으로 이제 지하 3m 이상을 파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기후변화 전문가인 니콜러스 스턴은 "지구 온난화로 아프리카와 중동,남유럽 등에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농업용수 부족은 식량 수급 문제로 연결된다.
자칫하면 경제 성장은 일부 국가에서 사치스러운 꿈으로 전락할 수 있다.
1972년 로마클럽이 주장했던 성장의 한계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각성도 일어나고 있다.
학자와 경영자로 구성된 비영리단체 로마클럽은 인구 증가 외에도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 등으로 세계 경제가 성장의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데니스 미도우는 "당시 전망은 어떤 면에서 너무 너무 희망적이었다"며 "기후변화가 이미 한 국면을 넘어서면서 성장의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고 예측했다.
맬서스나 로마클럽의 경고에 대해 비판자들은 '기술 개발'이란 변수를 무시했다며 비판해왔다.
역사적으로 세계는 자원 고갈 위기에 부딪힐 때마다 신속한 기술 발전으로 극복해왔다.
19세기 중반 서구에서는 램프의 연료로 쓰이던 고래기름의 부족 사태를 겪었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사람들은 램프를 켤 더 효율적인 연료를 개발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 원유 수급 위기를 겪은 석유소비국들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대체연료를 개발하며 극복했다
하지만 세계가 다시 들이닥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폭발하는 에너지 수요에 비해 대체에너지 개발 속도는 더딘 형편이다.
물 부족이 예상되는 여러 국가에서도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기술 혁신의 직접적 동기가 되는 가격 체계가 각국 정부의 개입으로 왜곡돼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많은 개도국들은 자국 경제 성장을 우선시하며 자국의 연료 가격을 보조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자원인 물 자원도 아직은 대부분 공짜다.
자원 부족을 체감하기도 전에 성장의 한계가 닥칠 수 있다는 얘기다.
각국이 자원 고갈과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기보다는 자원독점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도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시장의 신호가 없으면 (성장의 한계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기존의 수요와 공급 체계를 벗어나 경제 성장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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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블랙홀 중국
폭발하는 자원 수요의 핵심에는 중국이 있다.
원유와 구리,금과 같은 금속,곡물 등 전 세계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13억 중국인이 고속 성장을 통해 서구 못지않은 소비 수준을 추구할 경우 영향은 예기치 못할 수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자동차 보유율이 현재 1000명당 15대(2005년 기준)에서 일본 수준인 447대로 늘어나면 총 5억7200대의 자동차가 중국대륙을 달리게 된다.
오늘날 전 세계 자동차 보유대수보다 불과 7000만대 적다.
중국의 원유 소비량은 하루 790만배럴로 미국의 2070만배럴에는 아직 못미치지만 조만간 추월할 것이 확
실하다.
정유업체인 코노코필립스의 제임스 멀바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는 머지 않아 공급 부족에 부딪힐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 성장에 따라 육류 소비도 크게 늘고 있다.
현재 중국인 식단에서 육류의 비중은 1990년보다 두배 이상 증가했다.
대만의 육류소비 수준이 된다면 앞으로 돼지고기 공급이 연간 50억㎏씩 늘어나야한다.
미국인이 6~7개월간 먹을 양과 비슷하다.
돼지고기 1㎏에는 9㎏의 사료작물이 들어간다.
농산물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의 쌀과 밀,옥수수 생산량은 1998년 총 4억5140만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감소세다.
불안에 빠진 중국 정부는 지난해 경작지를 1억2000만㏊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작지를 자연 상태로 놀리면 인센티브를 주던 홍수방지 대책도 지난해 8월 재검토키로 했다.
자원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자 중국은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자원외교에 주력하면서 세계적 자원전쟁에 불을 당겼다.
최근 자국산 곡물 수출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세계 곡물가격 급등의 원인을 제공하는 등 자원민족주의적 행보도 강화하고 있다.
21세기판 '성장의 한계'가 오고 있는 것일까.
영국 경제학자 맬서스는 1798년 발간한 '인구론'에서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세에 비해 식량은 더디게 늘어난다'며 '이런 불균형 때문에 인류는 필연적으로 기근과 빈곤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맬서스가 말한 재앙은 오지 않았고 세계는 끊임없는 성장을 이뤘다.
인구 폭증에도 불구하고 기술 발전으로 식량과 자원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 덕분이었다.
그의 인구론은 오래된 사회과학책의 맨 앞부분을 장식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자원 고갈로 인해 세계가 성장의 한계에 돌입했다는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신흥국의 급성장으로 에너지와 물,농산물 등은 공급 부족 상황이다.
그 불안감으로 원자재값은 최근 조정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몇 년 전과 비교해 큰 폭으로 치솟았다.
난국을 타개해 왔던 기술 혁신도 더디다.
맬서스식 비관주의가 210년이 흐른 지금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유엔(UN)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현재의 66억명에서 2025년 80억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1인당 자원 소비량도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속 성장 중인 중국과 인도의 총 25억 인구가 극빈층에서 중산층으로 변신하면서다.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는 "선진국의 높은 소비 수준과 80년 이상의 평균 수명은 이제 인류 대부분이 추구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신기술 없이 이 같은 성장 시나리오를 실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성장에 필수적인 자원 공급이 소비를 못 따라가서다.
당장 에너지 수급이 골칫덩이로 떠올랐다.
석유업계는 새로운 원유 생산지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유가는 수급 불안으로 올 들어 배럴당 100달러 선을 깼다.
하버드 대학의 제프리 프랑켈 교수는 "원자력이나 풍력,태양광 등 다른 에너지가 총동원되지 않으면 수급 부족에 부딪힐 것"이라며 "기술 발전 속도가 느리고 비용이 높아 이것마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체 자체가 불가능한 물은 더 큰 문제다.
우기 때마다 내린 큰 비로 물 부족을 모르고 살았던 인도 농촌 폰드헤는 농업용수 부족으로 이제 지하 3m 이상을 파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기후변화 전문가인 니콜러스 스턴은 "지구 온난화로 아프리카와 중동,남유럽 등에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농업용수 부족은 식량 수급 문제로 연결된다.
자칫하면 경제 성장은 일부 국가에서 사치스러운 꿈으로 전락할 수 있다.
1972년 로마클럽이 주장했던 성장의 한계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각성도 일어나고 있다.
학자와 경영자로 구성된 비영리단체 로마클럽은 인구 증가 외에도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 등으로 세계 경제가 성장의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데니스 미도우는 "당시 전망은 어떤 면에서 너무 너무 희망적이었다"며 "기후변화가 이미 한 국면을 넘어서면서 성장의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고 예측했다.
맬서스나 로마클럽의 경고에 대해 비판자들은 '기술 개발'이란 변수를 무시했다며 비판해왔다.
역사적으로 세계는 자원 고갈 위기에 부딪힐 때마다 신속한 기술 발전으로 극복해왔다.
19세기 중반 서구에서는 램프의 연료로 쓰이던 고래기름의 부족 사태를 겪었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사람들은 램프를 켤 더 효율적인 연료를 개발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 원유 수급 위기를 겪은 석유소비국들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대체연료를 개발하며 극복했다
하지만 세계가 다시 들이닥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폭발하는 에너지 수요에 비해 대체에너지 개발 속도는 더딘 형편이다.
물 부족이 예상되는 여러 국가에서도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기술 혁신의 직접적 동기가 되는 가격 체계가 각국 정부의 개입으로 왜곡돼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많은 개도국들은 자국 경제 성장을 우선시하며 자국의 연료 가격을 보조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자원인 물 자원도 아직은 대부분 공짜다.
자원 부족을 체감하기도 전에 성장의 한계가 닥칠 수 있다는 얘기다.
각국이 자원 고갈과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기보다는 자원독점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도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시장의 신호가 없으면 (성장의 한계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기존의 수요와 공급 체계를 벗어나 경제 성장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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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블랙홀 중국
폭발하는 자원 수요의 핵심에는 중국이 있다.
원유와 구리,금과 같은 금속,곡물 등 전 세계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13억 중국인이 고속 성장을 통해 서구 못지않은 소비 수준을 추구할 경우 영향은 예기치 못할 수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자동차 보유율이 현재 1000명당 15대(2005년 기준)에서 일본 수준인 447대로 늘어나면 총 5억7200대의 자동차가 중국대륙을 달리게 된다.
오늘날 전 세계 자동차 보유대수보다 불과 7000만대 적다.
중국의 원유 소비량은 하루 790만배럴로 미국의 2070만배럴에는 아직 못미치지만 조만간 추월할 것이 확
실하다.
정유업체인 코노코필립스의 제임스 멀바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는 머지 않아 공급 부족에 부딪힐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 성장에 따라 육류 소비도 크게 늘고 있다.
현재 중국인 식단에서 육류의 비중은 1990년보다 두배 이상 증가했다.
대만의 육류소비 수준이 된다면 앞으로 돼지고기 공급이 연간 50억㎏씩 늘어나야한다.
미국인이 6~7개월간 먹을 양과 비슷하다.
돼지고기 1㎏에는 9㎏의 사료작물이 들어간다.
농산물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의 쌀과 밀,옥수수 생산량은 1998년 총 4억5140만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감소세다.
불안에 빠진 중국 정부는 지난해 경작지를 1억2000만㏊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작지를 자연 상태로 놀리면 인센티브를 주던 홍수방지 대책도 지난해 8월 재검토키로 했다.
자원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자 중국은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자원외교에 주력하면서 세계적 자원전쟁에 불을 당겼다.
최근 자국산 곡물 수출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세계 곡물가격 급등의 원인을 제공하는 등 자원민족주의적 행보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