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5%대 진입…농업 분야 고성장
[Global Issue] 글로벌 경기침체 속 화려하게 부활하는 삼바경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 가운데 꼴찌로 평가되던 브라질 경제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성장률은 5%대에 진입했으며 순채권국으로 전환하며 국가신용등급도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올 들어 브라질 증시의 보베스파(Bovespa)지수 하락률은 -8%로 중국(-40%) 러시아(-13%) 인도(-35%) 등 다른 브릭스 국가들보다 훨씬 낮았다.

중국과 인도가 글로벌 신용 경색 영향으로 경기가 급격히 둔화되고 주가도 급락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브라질 국립지리통계원(IBGE)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4%로 전년보다 1.6%포인트 늘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브라질 경제가 연평균 성장률 7%를 기록했던 1950~70년대 황금기를 재연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며 "올해부터 2010년까지 5%대 성장률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농업 분야 선전이 고성장의 요인

고성장의 주 요인은 농업 분야의 선전이었다.

지난해 브라질의 농업 부문 성장률은 5.3%로 1.1% 늘었다.

특히 밀 생산량이 62% 급증하고 옥수수와 콩이 각각 20%,11% 느는 등 곡물 생산 증가폭 확대가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최근 '애그플레이션(agflationㆍ농산물발 물가 상승)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는 평가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는 상황에서도 브라질에선 고유가 위기가 아직 남의 얘기다.

가솔린과 에탄올을 혼합 사용하는 플렉스 자동차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는 지난 14일 "브라질 내 석유 판매 가격은 당분간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며 "플렉스 자동차 증가에 따른 에탄올 소비 확대가 석유가격 인상 억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트로브라스는 2005년부터 브라질 내 석유 판매가격을 사실상 동결하고 있다.

이는 브라질에서 플렉스 자동차 판매가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고 있다.

에디손 로방 브라질 에너지부 장관도 최근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해 석유 판매가격 안정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플렉스 자동차 판매 증가가 석유 판매가격 안정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에서 플렉스 자동차가 처음 선보인 것은 2003년이며 현재는 전체 판매량이 500만대 수준에 달하면서 전체 자동차 판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88.3%까지 높이고 있다.

올해 말까지 플렉스 자동차 판매량이 최대 70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지 일간지 '가제타 메르칸틸(Gazeta Mercantil)'은 최근 플렉스 자동차 판매 증가로 브라질이 에너지 안보 능력을 강화하고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 투자 활성화와 내수 시장 확장도 호재

외채보다 외환보유액이 많은 순채권국으로 전환하면서 연내 국가신용등급이 투자등급으로 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은 투자등급 바로 아래 단계인 'BB+(S&P)''Ba1(무디스)'이다.

브라질은 지난 1월 외환보유액이 1885억달러로 외채(1840억달러)를 추월해 순채권국이 됐다.

현재(3월14일 기준) 외환보유액은 1942억달러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달 안에 2000억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브라질도 국부펀드를 조성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투자 활성화와 내수시장 확장 또한 브라질 경제성장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집권 2기를 맞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2010년까지 총 5039억헤알(약 8415억달러)을 들여 공항 20개,항만 12개 건설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단행한다는 내용의 '성장가속프로그램(PAC)'을 발표했다.

브라질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지난해 343억달러로 2000년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브라질은 불과 4~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경제의 지진아' 취급을 받았다.

1980년대 브라질은 두 차례나 모라토리엄(외채상환유예)를 선언하며 다른 나라로부터 얻었던 외화 빚을 못 갚겠다고 버텼었다.

1983년엔 이자는 줘도 원금은 갚기 힘들다고 했고,1987년엔 반대로 원금은 주겠지만 이자는 못 주겠다고 밝혔다.

1990년대엔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1000%를 넘을 정도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시달렸었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1999년엔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 가치가 열흘 새 30%나 추락하기도 했다.

실업률은 치솟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앞다퉈 브라질을 떠났다.

그러나 최근 성장궤도에 다시 진입하면서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털어내고 부활의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 무역수지 적자는 지속돼

하지만 화려하게 떠오르는 브라질 경제에도 어두운 그늘은 있다.

우선 헤알화 가치 상승으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 지속은 브라질 경제의 최대 고민거리다.

달러 대비 헤알화 가치는 최근 1년 새 약 20% 상승했다.

또 지난 1월 42억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등 무역수지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브라질 정부는 환율 방어와 수출 확대 지원을 위해 수출업체에 대한 금융거래세 폐지,외국인 채권 투자에 대한 거래세 신설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만테가 장관은 "오는 17일부터 발효될 이번 조치는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수출업체들의 비용을 감소시켜 수출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극심한 빈부 격차 또한 오랫동안 브라질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브라질은 2007년 현재 지니지수 57.0으로 극심한 빈부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브라질 인구의 15~20%가 살고 있는 달동네 빈민가를 가리키는 '파벨라(favela)'는 상파울루나 리우데자네이루 같은 대도시 방문 시 고급 주택가와 함께 관광객들이 꼭 방문해야 할 '빈부 격차의 명소'가 돼버렸을 정도다.

공교육의 질도 떨어지고 치안 상황도 불안하다.

게다가 각종 세법이 복잡하고 조세부담률이 38%(싱가포르 12%,한국 20%)에 이른다.

2005년 이후 18차례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11.25%,기업 대출금리 30~40%의 고금리로 여전히 기업하기가 쉽지 않은 나라다.

이 때문에 조지프 페이지 미국 조지타운대 법학과 교수는 브라질을 '벨인디아'란 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기술 수준이나 경제 규모는 벨기에급이지만 사회 발전은 인도 수준이란 얘기다.

이에 대해 김건영 KOTRA 상파울루 무역관장은 "브라질은 모순이 많은 나라지만 시장경제 시스템은 역사가 오래돼 굉장히 탄탄하다"며 "아직 사회적으로 문제점이 많긴 하지만 이미 그러한 상황에 대한 정보가 다 노출돼 있어 경제에 특별한 악재가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