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중국은 왜 티베트를 포기못하나
티베트의 분리독립 운동이 유혈사태로 번지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57년에 이르는 중국의 지배로 티베트에 쌓이고 쌓인 갈등들이 다시 폭발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17일 티베트 수도 라싸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대에 공권력을 투입하고 투항 시한을 최후 통첩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섰다.

하지만 티베트 분리독립 운동은 중국 쓰촨성 청두, 간쑤성 마취, 칭하이 성안둬 등 곳곳의 동조시위로 이어지며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시위가 일어난 지역마다 대규모 병력의 지원 아래 사실상 계엄 상황에서 시위자 검거에 나서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사태를 극소수 폭도들이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한 폭행·강탈·방화 등의 폭동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뿌리뽑기 위해 '생사를 건 투쟁'에 나설 거라 밝혔다.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이번 시위를 배후조종했다며 그를 응징하겠다는 단호한 태도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언론 통제도 마다하지 않으며 예민하게 반응하자 국제사회도 논란으로 들끓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올 8월 열리는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했고 올림픽 후원사들은 여론의 비난 속에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미국 시애틀과 독일 등 세계 곳곳에서도 티베트인의 독립과 인권 보호를 외치는 단체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티베트가 중국의 지배를 받게 된 것은 57년 전.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듬해인 1950년 10월 서둘러 티베트에 진주한 데는 군사적 이유가 컸다.

티베트는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 강국들과 교차하는 지역에 있다.

어느 나라든 이 지역을 지배하면 큰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중국이 본토와 티베트 수도 라싸까지 철도를 연결한 것도 이웃 국가와 갈등이 일어날 때 군사를 신속히 이동시키기 위해서였다는 말도 있다.

중국이 겪고 있는 물 부족도 이유다.

여러 강의 발원지인 티베트는 현재 중국의 중요한 수자원 공급지다.

57년간 중국의 지배를 받으며 티베트에는 온갖 문제와 갈등이 켜켜이 쌓였다.

중국은 1956년부터 사회개조를 외치며 티베트 전통의 불교사원 교육을 타파하고 9개 계급의 사회질서도 붕괴시켰다.

이에 티베트인들은 대규모 무장독립운동을 시작했고 1959년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인도로 망명해야 했다.

중국의 티베트 정책은 강경으로 급선회했다.

문화대혁명기에는 사원 파괴와 승려 감축 등 혹독한 탄압을 벌여 티베트에는 피바람이 몰아쳤다.

티베트는 서구 인권단체들의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1970년대 말 덩샤오핑 주석은 개혁개방을 주창하며 티베트에도 협상정책을 폈다.

하지만 티베트 망명정부는 중국이 제시한 조건을 거부하면서 협상은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티베트 서민층은 궁핍에 시달렸고 독립요구 시위는 계속됐다.

중국 측은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 독립을 포기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면 그의 티베트 귀환을 고려하겠다고 주장한 상태다.

하지만 티베트는 1950년대 중국의 영토 편입으로 축소된 티베트 면적을 원상회복해 달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시위의 근저에는 티베트의 다수를 구성하는 티베트인들과 최근 개발 붐을 타고 급속히 유입된 한족 간 갈등도 크게 작용했다.

티베트인들은 한족이 티베트에서 개발이익을 독점하면서 현지 문화와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발 과정에서 티베트인과 한족 간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한족에 대한 티베트인의 반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두 민족을 통합해 갈등을 봉합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 정책의 일환으로 라싸 등 티베트 자치지역에서 정부 공문서를 티베트어와 중국어로 병기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권을 한족이 독점하고 있다보니 소수민족이 고향을 떠나 외지로 흩어지고, 티베트인들은 7세기부터 사용해온 독자적 문자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티베트 독립을 통해 정체성을 지키자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중국은 티베트 사태에 매우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티베트 사태를 잘못 처리할 경우 자칫 비슷한 움직임이 도미노처럼 일어날 수 있기 때문.

무슬림이 지배하는 신장 지역 외에도 네이멍구(내몽골)와 대만 등이 중국과의 통합정책에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샤키아 교수는 "티베트를 잃으면 나라를 현 상태로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공산당 입장에서 현상 유지는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의 강경 진압 방식은 국제사회의 논란을 부르고 있다.

우선 티베트 소요사태를 이유로 올 하반기에 열리는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보이콧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개막식 불참을 카드로 티베트인들의 시위를 강경 진압하고 있는 중국 측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프랑스 베르나르 쿠슈네르 외무장관은 18일 국경없는 기자회가 제안한 베이징올림픽 개막행사 불참 방안이 '흥미롭다'며 이를 유럽연합(EU)에서 검토해볼 것을 제안했다.

한스-게르트 푀터링 유럽의회 의장은 최근 독일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이런 식의 억압을 계속한다면 다른 국가의 정치지도자들도 베이징 여행이 과연 책임있는 행동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과 억압은 중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를 지지하는 영국의 찰스 왕세자도 베이징올림픽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고,불교신자인 배우 리처드 기어도 베이징올림픽 참가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강대국들이 중국 정부에 쓴소리를 아낀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구사회가 미얀마 민주화 시위를 진압한 미얀마 군정을 맹비난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티베트 시위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중국의 막강한 경제력 때문에 비판 수위를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2003년 이래로 연간 10% 이상의 경제성장을 지속하며 세계 4위의 경제대국으로 떠올랐다.

거기다 1조5000억달러라는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고,최근 금융위기로 곤란을 겪고 있는 미국 금융사들에 거액을 투자하며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중국전문가인 존 택시크는 "미국은 미얀마나 수단,우즈베키스탄이라면 격렬한 반응을 보였겠지만 중국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무시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김유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