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액명분할 등 주가 부양나서
주가 하락이 지속되면 상장사 경영진의 고민이 많아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각종 악재로 인해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최근에는 특히 그렇다.
주가는 기업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주가가 급락한다는 것은 기업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은행의 기업대출 담당자도 상장사에 돈을 빌려주기에 앞서 그 기업의 주가 수준을 먼저 살핀다.
심각한 수준까지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을 본 주주들의 항의 전화가 쇄도해 해당 부서의 업무가 마비되기도 한다. 상장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주가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올해와 같이 조정장세가 지속되면 상장사들은 고민 끝에 주가 부양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는다.
지난 10일자 한국경제신문은 증권 1면에서 <상장사 '주가 받치기' 안간힘>이란 제목의 기사로 이 같은 분위기를 보도했다.
기업들의 주가 부양책에는 어떤 것이 있고 그 효과와 의미에 대해 살펴보자.
⊙ 자사주 매입
대표적인 주가 부양책으로 자사주(自社株) 매입을 들 수 있다.
자사주 매입이란 말 그대로 상장한 기업이 자신의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자사주 매입은 취득 방법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기업이 직접 주식을 취득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은행 등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어 자사주를 대신 사도록 하는 방식이 있다.
후자를 자사주취득신탁계약이라고 한다.
기업이 잉여자금을 들여 해당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이면 주가에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아울러 해당종목에 대한 투자심리를 개선시켜 다른 투자자들의 매수 동참을 이끌어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의 예를 보자.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호황으로 작년부터 급등세를 탔다.
작년 초 12만원대였던 주가는 11월에 55만원까지 크게 올랐다.
그러나 올 들어 급락을 거듭하면서 지난 1월30일 30만원 밑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그러자 현대중공업은 다음 날 자사주 매입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매입주식 수는 228만주,규모는 6520억원 수준이었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공시 사항으로 이렇게 금액이나 매입수량을 밝혀야 한다.
자사주 매입 결의 이후 현대중공업은 급등세로 반전하면서 이달 6일에는 40만원 턱밑까지 올랐었다.
현대중공업을 팔아오던 외국인도 당시 사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자사주 매입 효과를 톡톡히 본 사례다.
⊙ 자사주 매입 목적 다양… 장기적으론 부정적일 수도
올 들어 최근까지 현대중공업과 같이 자사주 매입을 결의한 상장사는 총 60곳이 넘는다.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자사주 매입을 실시하는 곳도 적지 않다.
상장사가 매입한 자사주를 어떻게 처리하는가도 중요한 사항이다.
주가에 가장 긍정적인 것은 상장사가 사들인 자사주를 소각시키는 것이다.
자사주를 소각시키면 발행주식 총 수가 줄어들어 기존 주식의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소각으로 연결되지 않는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장기성과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때로는 주가부양보단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최대주주 지분이 넉넉치 않을 때 자사주 취득을 통해 우호지분을 늘릴 수 있다.
자사주는 주주총회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없지만 언제든 우호세력에 넘겨 의결권을 살릴 수 있다.
최근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는 웹젠은 보유하고 있던 상당량의 자사주를 우호세력인 우리투자증권에 넘겼다.
장기적으로 자사주 매입 결의가 상장사에 부정적일 수도 있다.
잉여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쓴 만큼 기업의 투자활동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주주를 위해 지나치게 배당을 하다 보면 투자 여력이 소실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주주가치 제고가 먼저냐,투자가 먼저냐'에 대한 답은 여전히 논쟁거리다.
⊙ 유동성 늘려주는 액면분할,주주 눈속임?
자사주 취득 이외에 주가부양책으로 자주 쓰이는 것은 액면분할이다.
액면분할(stock spilt)이란 주식을 잘게 쪼개는 것을 말한다.
한 장의 증권을 여러개의 소액권으로 분할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가에는 시가와 액면가가 있다.
흔히 말하는 주가는 시가를 의미한다.
액면가는 주식회사가 창업하면서 주식을 발행할 때 매긴 가격으로 대부분 주당 5000원이다.
액면가 5000원인 주식을 500원으로 분할하면 어떻게 될까.
현재 주가 10만원짜리 주식은 1만원짜리 주식 10주로 바뀐다.
즉,액면분할을 결의하면 비율만큼 주식 수는 늘고 주가는 낮아지게 된다.
주식수와 주가를 곱한 시가총액은 변함이 없지만 주식 수가 많아져 사고 팔기가 수월해지는 유동성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당 가격이 내리는 만큼 주식이 싸다고 느껴진다.
이런 착시 효과와 유동성 효과로 액면분할이 종종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연유로 주식시장에서 액면분할을 결의하는 곳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상장사는 대다수가 액면가가 싸다.
90% 이상이 액면가가 500원 이하다.
그러나 액면분할은 본질적으로 기업가치나 주주가치 개선에 큰 도움이 안돼 '눈속임'이란 지적도 많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주가 2000원짜리 코스닥 기업을 자세히 보면 액면가가 매우 낮은 경우가 많다"며 "만약 액면가가 100원이라면 실제 주가는 10만원에 달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엄청 싸다고 생각하면서 소모적인 매매를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사 주가가 실제가치보다 저평가돼 있다면 자사주 매입이나 액면분할 등의 주식부양 대책은 약(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반대인 경우는 오히려 기업이나 주주 모두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조진형 한국경제신문 기자 u2@hankyung.com
주가 하락이 지속되면 상장사 경영진의 고민이 많아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각종 악재로 인해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최근에는 특히 그렇다.
주가는 기업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주가가 급락한다는 것은 기업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은행의 기업대출 담당자도 상장사에 돈을 빌려주기에 앞서 그 기업의 주가 수준을 먼저 살핀다.
심각한 수준까지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을 본 주주들의 항의 전화가 쇄도해 해당 부서의 업무가 마비되기도 한다. 상장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주가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올해와 같이 조정장세가 지속되면 상장사들은 고민 끝에 주가 부양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는다.
지난 10일자 한국경제신문은 증권 1면에서 <상장사 '주가 받치기' 안간힘>이란 제목의 기사로 이 같은 분위기를 보도했다.
기업들의 주가 부양책에는 어떤 것이 있고 그 효과와 의미에 대해 살펴보자.
⊙ 자사주 매입
대표적인 주가 부양책으로 자사주(自社株) 매입을 들 수 있다.
자사주 매입이란 말 그대로 상장한 기업이 자신의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자사주 매입은 취득 방법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기업이 직접 주식을 취득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은행 등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어 자사주를 대신 사도록 하는 방식이 있다.
후자를 자사주취득신탁계약이라고 한다.
기업이 잉여자금을 들여 해당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이면 주가에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아울러 해당종목에 대한 투자심리를 개선시켜 다른 투자자들의 매수 동참을 이끌어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의 예를 보자.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호황으로 작년부터 급등세를 탔다.
작년 초 12만원대였던 주가는 11월에 55만원까지 크게 올랐다.
그러나 올 들어 급락을 거듭하면서 지난 1월30일 30만원 밑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그러자 현대중공업은 다음 날 자사주 매입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매입주식 수는 228만주,규모는 6520억원 수준이었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공시 사항으로 이렇게 금액이나 매입수량을 밝혀야 한다.
자사주 매입 결의 이후 현대중공업은 급등세로 반전하면서 이달 6일에는 40만원 턱밑까지 올랐었다.
현대중공업을 팔아오던 외국인도 당시 사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자사주 매입 효과를 톡톡히 본 사례다.
⊙ 자사주 매입 목적 다양… 장기적으론 부정적일 수도
올 들어 최근까지 현대중공업과 같이 자사주 매입을 결의한 상장사는 총 60곳이 넘는다.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자사주 매입을 실시하는 곳도 적지 않다.
상장사가 매입한 자사주를 어떻게 처리하는가도 중요한 사항이다.
주가에 가장 긍정적인 것은 상장사가 사들인 자사주를 소각시키는 것이다.
자사주를 소각시키면 발행주식 총 수가 줄어들어 기존 주식의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소각으로 연결되지 않는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장기성과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때로는 주가부양보단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최대주주 지분이 넉넉치 않을 때 자사주 취득을 통해 우호지분을 늘릴 수 있다.
자사주는 주주총회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없지만 언제든 우호세력에 넘겨 의결권을 살릴 수 있다.
최근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는 웹젠은 보유하고 있던 상당량의 자사주를 우호세력인 우리투자증권에 넘겼다.
장기적으로 자사주 매입 결의가 상장사에 부정적일 수도 있다.
잉여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쓴 만큼 기업의 투자활동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주주를 위해 지나치게 배당을 하다 보면 투자 여력이 소실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주주가치 제고가 먼저냐,투자가 먼저냐'에 대한 답은 여전히 논쟁거리다.
⊙ 유동성 늘려주는 액면분할,주주 눈속임?
자사주 취득 이외에 주가부양책으로 자주 쓰이는 것은 액면분할이다.
액면분할(stock spilt)이란 주식을 잘게 쪼개는 것을 말한다.
한 장의 증권을 여러개의 소액권으로 분할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가에는 시가와 액면가가 있다.
흔히 말하는 주가는 시가를 의미한다.
액면가는 주식회사가 창업하면서 주식을 발행할 때 매긴 가격으로 대부분 주당 5000원이다.
액면가 5000원인 주식을 500원으로 분할하면 어떻게 될까.
현재 주가 10만원짜리 주식은 1만원짜리 주식 10주로 바뀐다.
즉,액면분할을 결의하면 비율만큼 주식 수는 늘고 주가는 낮아지게 된다.
주식수와 주가를 곱한 시가총액은 변함이 없지만 주식 수가 많아져 사고 팔기가 수월해지는 유동성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당 가격이 내리는 만큼 주식이 싸다고 느껴진다.
이런 착시 효과와 유동성 효과로 액면분할이 종종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연유로 주식시장에서 액면분할을 결의하는 곳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상장사는 대다수가 액면가가 싸다.
90% 이상이 액면가가 500원 이하다.
그러나 액면분할은 본질적으로 기업가치나 주주가치 개선에 큰 도움이 안돼 '눈속임'이란 지적도 많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주가 2000원짜리 코스닥 기업을 자세히 보면 액면가가 매우 낮은 경우가 많다"며 "만약 액면가가 100원이라면 실제 주가는 10만원에 달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엄청 싸다고 생각하면서 소모적인 매매를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사 주가가 실제가치보다 저평가돼 있다면 자사주 매입이나 액면분할 등의 주식부양 대책은 약(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반대인 경우는 오히려 기업이나 주주 모두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조진형 한국경제신문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