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타타자동차 브라질 광산업체 발레등 M&A로 세계적 기업 부상
[Global Issue] 개도국기업들, 세계경제 변방에서 중심으로
최근 인도의 타타자동차가 잇따라 세계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2500달러짜리 초저가 자동차 개발 소식으로 업계를 놀라게 한 데 이어 미국 포드의 고급 자동차 브랜드인 재규어와 랜드로버까지 인수하고 나섰다.

세계 경제의 변방에서 인도라는 새로운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타난 것이다.

타타자동차 외에도 철강과 소매업 등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린 타타그룹은 이미 인도에서는 국민적인 대기업으로 통한다.

하지만 라탄 타타 회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2000년 세계 2위의 영국 차(茶)업체 테틀리를 사들이며 글로벌 인수·합병(M&A)업계의 큰손 자리를 예약했다.

2004년에는 5건,2005년 10건,2006년에는 무려 20건의 M&A를 성사시키며 몸집을 불려갔다.

이처럼 개도국의 다국적기업들이 세계 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글로벌 M&A시장에서 주로 '먹잇감'이던 신흥국 기업들이 이제는 타타자동차처럼 선진국 기업을 인수하며 '포식자'로 떠올랐다.

한국 업체가 만든 휴대폰이나 가전제품은 유럽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서구 대기업의 지위를 위협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300대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개도국 업체는 20여개에 그쳤지만 이제는 70개로 불어났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인 액센추어는 최근 발간한 글로벌 보고서에서 이 같은 '신흥국 다국적 기업(EMM;Emerging Market Multinationals)'의 시대가 열렸다고 분석했다.

⊙ 잡초처럼 빠르게 자라나는 신흥국 기업들

신흥국 기업들의 성장 속도는 놀랍다.

2005년 이후 선진국 다국적기업의 매출과 고용이 10% 성장에 머무르는 동안 100대 신흥시장 EMM의 매출과 고용은 각각 48%,73% 급증했다.

뉴스위크는 지난해 10월 이머징마켓 100대 기업의 총수입이 2005년 기준으로 미국 기업보다 10배,일본 기업보다 24배,독일보다는 34배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M&A시장에서 EMM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타타그룹의 계열사이자 제철업계 59위에 그쳤던 타타스틸은 영국과 네덜란드의 합작 철강회사 코러스그룹을 122억달러에 인수해 세계 5위 철강업체로 올라섰다.

세계 1위 자리도 유럽의 아르셀로를 320억달러에 사들인 인도의 미탈스틸이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 광산업체인 발레(CVRD)는 캐나다 인코사를 127억달러에 인수하며 세계 2위 광산업체로 부상했다.

최근에는 스위스 최대 자원회사인 엑스트라타를 900억달러에 사들이겠다고 나선 상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비롯된 세계적 신용 경색은 신흥시장 기업엔 또다른 기회다.

세계적인 투자전문가인 앙투안 반 아그마엘 이머징마켓매니지먼트 회장은 "신용 경색으로 서구 다국적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개도국의 대기업들이 세계 경제를 이끄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공격적 전략과 현지화가 성장 비결

신흥국 다국적기업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액센추어는 즉각적이고 공격적인 성장전략을 강점으로 꼽았다.

2006년 한 해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경제권에서 흘러나온 해외 직접투자 자금 중 98%가 또다른 신흥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중국은 자원산업부터 금융 서비스산업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에 대규모 자금을 퍼붓고 있다.

현대자동차 삼성 LG 등 한국 기업들의 성장 동력도 적극적인 해외 투자다.

적극적인 수요 창출 능력도 서구 기업과 경쟁하는 힘이다.

쑥쑥 성장하는 개도국의 소비자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기업은 아무래도 같은 개도국 기업일 수밖에 없다.

멕시코의 시멘트업체인 세멕스는 직원들을 빈민가 고객들과 하루 10시간씩 1년간 보내도록 하며 소비자 파악에 주력했다.

삼성은 인도에서 전통 의상인 사리를 세탁할 수 있는 특수 기능을 세탁기에 적용해 히트를 쳤다.

⊙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라

빠른 외형 성장에 걸맞은 내실 채우기가 신흥국 기업의 과제다.

아시아 기업 중 파이낸셜타임스(FT) 선정 '세계 100대 글로벌 브랜드'에 등재된 브랜드는 한국의 삼성과 현대자동차 LG 등 3개에 불과하다.

인재 부족도 풀어가야 할 문제로 꼽힌다.

개도국 기업들이 마음껏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국가의 역할이기도 하다.

서구 중심의 가치관을 벗어나 '다극화 시대'를 이해하려면 신흥국 기업의 성공 스토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김유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

동남아시아의 호랑이는 어디로 갔나

불과 10년 전만 해도 경제신문의 집중 조명을 받던 '아시아의 호랑이'는 중국이나 인도가 아니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시아가 세계에서 제일 빠르게 발전하는 이머징시장으로 각광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고속 성장하는 인도와 중국의 그림자에 가려져 '동남아' 하면 겨울 휴양지나 떠오를 정도로 존재감이 미약해졌다.

1997년 외환위기를 잘 헤쳐나오긴 했지만 이전의 경제적 활력은 찾기 어렵다.

동남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평균 5%에 다가서며 양호한 성적을 보이지만 최근 몇 년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인 중국과 비교하면 초라하게 느껴진다.

왜일까?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그 이유를 세계적인 기업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삼성이나 LG,현대차 등이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고 대만의 부품업체들은 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인도의 타타그룹이나 제약업체 란박시,중국의 레노버 등도 각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랐다.

세계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기술을 갖춘 기업이 늘어날수록 자국의 경제 수준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남아에서는 싱가포르항공 정도가 해외투자자들의 시선을 받을 뿐이라는 것.

'아시아의 대부들(Asian Godfathers)'이라는 책을 쓴 조 스터드웰은 구시대적인 재벌 체제와 가부장적인 경영 문화를 동남아 경제의 걸림돌로 꼽는다.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몇몇 재벌 기업이 정부 관료와 결탁해 경쟁력을 깎아먹고 있다는 것.

제품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술 투자와 연구보다는 문어발식 기업 확장에만 신경써온 것도 문제다.

이외에도 인종과 언어,종교 등이 다양해 사회 통합이 어렵고 교육 수준이 낮다는 점도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