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부담 줄여 투자 유도…고용증대 효과 기대

외국자본 유치하려면 다른 나라보다 더 낮춰야

[Focus] 법인세 왜 낮추나?
정부는 기업들이 올해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에 매기는 법인세의 세율을 지금보다 2~3%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법인세의 최고 세율은 25%에서 22%로 내려간다.

이 같은 세율이 적용되는 구간도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금액으로 기업의 매출액에서 비용과 각종 공제액을 빼서 산출) 1억원 초과에서 2억원 초과로 범위가 좁혀진다.

소득액이 그 사이에 걸쳐 있는 기업은 낮은 세율로 갈아타게 돼 감세 혜택을 본다.

또 과세표준 2억원 이하 기업에 적용되는 낮은 구간 세율도 13%에서 11%로 낮아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법인세가 모두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를 통해 연간 8조6000억원의 기업 세금 부담을 줄여줄 방침이다.

1단계 세율 인하는 내년(올해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내년에 법인세 납부)부터 2012년까지 적용되고, 2013년 법인세율은 또 다시 높은 구간 세율 20%,낮은 구간 세율 10%로 낮춘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가 이처럼 과감한 감세 정책을 펴는 이유는 뭘까.

⊙ 7% 공언했지만 대외 여건 최악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에서 이른바 '7·4·7 공약(연간 7% 경제성장으로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해 세계 7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바탕으로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굳혀 당선됐다.

공약대로 한국 경제를 7% 성장시키려면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다른 변수가 없을 때 어느 정도의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가를 보여 주는 지표)은 4%대에 머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내·외 경제여건은 모두 한국에 어려운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한국은행 JP모건 등 국내·외 주요 경제 전망기관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4%대 후반으로 내다본다.

삼성경제연구소(5%→4.7%)와 리먼브러더스(4.6%→4.3%) 등 일부 기관은 고유가 등 대외 불안 요인을 감안해 추가로 내리기도 했다.

정부는 기초적인 법·질서를 확립하는 것으로 1%포인트를, 감세와 규제 개혁으로 0.5%포인트, 정부 혁신과 인프라 확충으로 1%포인트씩 각각 끌어올려 7% 성장이 가능한 경제로 바꾼다는 목표다.

세금 부담을 낮추는 것도 경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의 하나라는 것이다.

⊙ 감세로 경기 회복 '불쏘시개'

감세 중에서도 특히 법인세 부담 완화는 기업 투자를 늘리는 데 직·간접적인 효과를 낸다.

우선 단순하게 생각해서 정부가 세금으로 가져갈 것을 덜 거둬들이는 만큼 기업의 투자 여력은 늘어난다.

기업이 세금 감소액을 신규 투자로 돌리면 내수 회복의 불쏘시개로 삼을 수 있다.

이렇게 경기가 회복세를 타게 되면 다시 기업이 투자를 늘려야 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 진다.

따라서 감세로 처음에는 정부 세금 수입이 줄지만 나중에 경기 활성화로 기업 매출이 늘면 낮은 세율로도 전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일 수도 있다.

이를 복지 예산에 편입시키면 성장의 과실을 나눠가지는 효과도 생긴다.

법인세율 인하의 경기 부양 효과는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조세연구원은 최근 연구에서 법인세율 1%포인트 인하 때 국내 투자가 2.8%가량 늘어나 4만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내국인의 투자가 늘어나는 데에 따른 부수 효과로 외국인 투자도 4000억원 규모가 들어오고 명목 국내총생산이 0.2% 오르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임시투자세액공제(7%)를 1년 연장키로 했다.

투자 촉진이 필요한 일부 업종에 기업이 투자한 돈의 일정 비율을 법인세 납부액에서 빼주는 제도로 조세연구원은 임시투자세액공제율이 1%포인트 증가했을 때 신규 설비투자가 1조3000억~1조5000억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 법인세율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투자 활성화 효과와 함께 법인세 인하의 근거가 된 것은 국제 조세 경쟁이다.

자본을 가로 막는 국경이 없어지면서 돈이 나라와 나라 사이를 제한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법인세는 다국적 자본들에 특정 국가의 투자 환경에다가 값을 매긴 '가격'과 같은 역할을 한다.

"기업은 세금 있는 오아시스보다 세금 없는 사막을 더 좋아한다"는 말이 있다.

기업이 투자할 나라를 고를 때 법인세율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얘기다.

다국적 기업이 아닌 국내 기업에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곳에 세금이 더 싼 나라가 있다면 해외로 옮기는 것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과거 아일랜드가 법인세율을 24%에서 10%로 14%포인트를 낮추자 독일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들은 비상이 걸렸다.

아일랜드로 건너가는 기업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조세피난처(Tax Haven)'로 지정해 왕따를 시키겠다고 위협하자 결국 세율을 12.5%로 2.5%포인트 다시 올렸지만 다른 나라보다는 비교우위를 지킨 덕에 10년 넘게 고성장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정부가 2013년까지 법인세 최고세율을 20%까지 내리더라도 싱가포르·홍콩·대만 등 아시아 경쟁국들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이 세율을 내린다고 하면 이들 나라가 그보다 더 많이 내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정부가 경쟁국 동향 및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세율 인하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나 탈세 등 세금을 매기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찾아내 과세 대상을 넓히는 한편 세율은 전반적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근본적인 세제 개혁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속적인 법인세율 인하의 최대 걸림돌은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조치'라는 일부의 비판이다.

법인세는 얼핏 기업이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세금 부담은 경영자 주주 근로자 소비자 등이 나눠서 지고 있다.

법인세가 줄어드는 만큼 주주는 배당을, 근로자는 성과급을, 소비자는 가격 인하의 혜택을 받을 여지가 커진다.

따라서 법인세를 대기업에 물리는 일종의 부유세로 보고 이를 줄여주는 것이 '특혜'라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해서는 안될 것이다.

차기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