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이후 영어 몰입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어 몰입교육이란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로 수업을 진행 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유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한다는 교육정책이다.

외국어, 특히 영어를 익힌다는 것이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새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영어 몰입교육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영어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므로 조선시대에 중국어를 배웠듯이 영어를 익혀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과연 전 국민이 몰입교육을 받아야 할 정도인지에는 의문이 든다.

다른 외국어들(특히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의 영향력도 상당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한정된 자원을 영어에만 과도하게 투자 한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영어교육 시장이 있다.

그러나 영어 실력은 그에 턱없이 못 미친다.

그리고 이것은 어릴 때부터 영어교육을 받지 못해서라기보다는 영어에 대한 잘못된 태도로부터 기인한다.

네덜란드 필리핀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 등은 우리나라만큼이나 많은 돈을 영어 교육에 투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어에 능통한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물론 공교육이 잘 돼 있는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영어와의 접촉 빈도에 있다.

그들은 유치원생 때부터 영어로 된 만화를 보고 외국인 친구를 사귄다.

심심치 않게 외국인들의 대화를 듣고 대화할 기회를 갖기도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힌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우리는 오히려 과도한 영어 사용이 우리의 정체성을 해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영어 몰입교육이 진정한 효용을 갖는지 다시 한번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영어 몰입교육은 너무나 많은 비용이 든다.

영어를 가장 효과적으로 배우는 방법은 그것과 자주 접촉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의 마음속의 뿌리 깊은 민족주의를 버려야 한다.

그리고 문호를 활짝 열고 외국문화를 맞이해야 한다.

외국어를 배운다고 우리의 정체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영어 몰입교육의 몇 가지 대안이 있다.

먼저 문호를 더욱 적극적으로 개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경 안에 다양한 언어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다양한 언어의 사교육시장 활성화를 지원해야 한다.

여기에는 외국어 학원에 대한 세금감면,재정지원 등이 해당될 수 있다.

저소득 가정에는 보조금이나 쿠폰지급 등으로 외국어 학습을 장려해야 한다.

동시에 공교육에서의 외국어 학습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이든 국민에게도 외국어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부는 국민들이 중국어 스페인어 등 여러 종류의 외국어를 자발적으로 익힐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

새 정부는 시장을 지향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영어 몰입교육은 시장자율에 역행하는 정책인 것 같아 혼란스럽다.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진정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영어를 익히는 것보다 세계적 문화를 공감하고 수용해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외국어는 자연스럽게 습득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 정부의 현명한 정책으로 우리나라도 싱가포르나 네덜란드처럼 작지만 경쟁력 있는 '강소국'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권대욱 생글기자(동북고 3학년) maru_rao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