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회가 올해로 100돌을 맞았다.

주시경 선생님의 주도로 1908년에 세워진 뒤 '조선어학회 사건' 등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꿋꿋이 한글을 보급하고 다듬어 온 학회다.

근래 기념을 위해 100년사 편찬 학술대회 전시회와 기념비 건립 등을 계획했지만 모인 예산은 회원으로부터 걷은 3500만원이 전부였다.

영어의 날개 돋친 듯한 세력 확장이 한글의 소외현상을 불러온 것일까?

새 정부의 영어 몰입식 교육이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추세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영어 몰입교육을 추진하면서 주변으로 밀려난 한글 단체에 기업이나 각종 단체의 지원금도 뚝 끊겼다는 것이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서둘러 자발적 모금 운동을 전개하는 등, 울분을 토하며 잊고 있었던 한글에 대한 소중함을 새삼 상기하는 모습이었다.

어느 포털사이트의 토론 광장에는 네티즌들이 한글학회 지원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였으며, 관련 게시판은 혀를 차는 자성의 소리로 메워지기도 했다.

이경순이라는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이런 현실은 세계 제일의 언어, 우리나라 최대의 유산 이라고 해도 과분함이 없는 한글에 대한 모욕"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오프라인 역시 상황은 같았다.

소식을 접한 대원여고 이지인양(19)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의 1단원에도 영어를 배우되 우리나라 말의 정체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나와 있어요.

한글과 한국어에 대한 투자 없이 영어만 강조하면 분명 문제가 생기는 것이 당연하죠"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한글 학회 김승곤 회장 역시 목소리를 냈다.

"우리말과 우리글은 우리 문화의 근본입니다.

이대로의 영어 중심 교육은 우리말과 얼을 좀먹게 해요.

우리의 전통과 애국심을 저버리게 하도록 유도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글로벌화를 위해 경쟁력 있는 제1언어 사용층 양성을 위한 것이란 말은 정당하다.

하지만 한글로 대표되는 우리 문화에 대한 보호책은 왜 없는지 의문이다.

프랑스는 자국 문화를 보호하는 것을 철저히 하고 영어 공교육의 문으로 들어섰다.

그 선례를 따를 수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만 할 것이 아니다.

멀리서 찾을 것 없이 우리 마음 속에 우리글 애호 의식부터 일깨우자. 이번 "한글 학회…" 사건은 우리의 한글 애호의식 부재가 구멍 뚫린 정부 정책이 되어 수면으로 드러난 것이 아닌가.

임나리 생글기자(한영고 3년) nari906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