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고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안모양(17)은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그는 모 학원의 방학 특강을 듣기 위해 약 두 달 전부터 학원에 등록한 상태였다.

하지만 워낙 인기가 많은 강의였기에 그는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채 학원의 연락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방학이 끝나도록 학원에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만난 친구 박모군(17·외고 재학 중)을 통해 자신이 특목고 학생들로 인한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학원에서 처음에는 대기자라고 하더라고요.

D외고에 다니고 있는데 이번에 꼭 이 강의를 수강해야 한다고 말하니까 수강할 수 있게 해줬어요."

박군의 말이다.

이런 일은 비단 이 학생의 경우에만 국한되는 경우는 아니다.

많은 학생들이 한번쯤은 겪어봤을 일이다.

대부분의 학원이나 기타 사설 교육기관에서는 강의를 수강하려는 학생들에게 개인의 인적 사항을 기재할 것을 요구한다.

이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재학 중인 학교의 이름을 적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학교 이름을 적도록 하는 것은 교육 기관의 입장에서는 그 학생의 신분을 보장받는 일이다.

또는 재원 학생들의 기본적 인적 사항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데도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하나의 차별적 요소가 되면서 이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학교 이름에 따른 차별은 비평준화 지역에선 더욱 심각하다.

현재 고등학교 비평준화 지역으로 학교 간의 서열이 뚜렷한 강원도 강릉 지역의 최모군(17)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설 교육기관에서는 학생들의 재학 학교에 따라 반 편성을 한다고 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실력에 따라 강의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 이름에 따라 반이 배정되며, 서열이 낮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서열이 높은 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강의를 수강하는 것에 제한을 받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정부에서는 기업체의 입사 지원서에 학력 난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학벌주의 극복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과연 학생들이 사설 교육 기관의 강의를 수강하는 데 학교명의 기입이 꼭 필요한지에 대한 보다 진지한 고찰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강의를 수강하는 데 중요한 것은 학생의 실력이지, 어느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가 아니다.

2007년을 뜨겁게 달군 이슈는 단연 '신정아 사건'이었다.

학벌 만능주의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학원 강의 수강 시에도 재학 학교를 쓰는 것을 강요받는 요즘 학생들이 어린 나이부터 학벌주의의 희생양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이다솔 생글기자(민족사관고 3년) dasol-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