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안전성 검증 안돼 … 국민건강 악영향 우려"

찬 "맛·영양 차이 없어 … 유해하다는 증거 없어"

유전자가 조작된 이른바 GMO(유전자조작 농산물) 옥수수의 수입 허용 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다.

국내 전분당업계는 국제가격 폭등사태로 인해 물엿·포도당·과당 등 식품첨가물 제조용으로 유전자조작 옥수수를 수입해다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GMO 수입은 안전한 식품을 생산해야 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인 만큼 이번 수입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유전자조작 농산물과 관련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1994년 미국 대형 식품회사인 칼진이 최초의 GMO인 '잘 무르지 않는 토마토'를 선보인 이래 GMO 생산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지만 유해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더욱이 유전자조작 옥수수로 생산된 전분과 당은 사용된다 하더라도 현행 유전자조작 식품표시제로는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아도 판매가 가능한 게 우리의 현실이다.

말하자면 소비자들은 알권리와 선택권을 박탈당한 채 무조건 구매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이유로 유전자조작 옥수수를 수입하겠다고 나선 것이 과연 설득력이 있느냐는 점이다.

⊙ 찬성 측,"맛 영양분 등 차이 없고 안전성에도 문제없어"

[시사이슈 찬반토론] GMO 옥수수 수입허용 논란
GMO옥수수 수입 허용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안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각종 연구 결과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맛 영양분 성분 등이 기존 식물에 비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병충해 등에 강한 농산물을 개발, 식량을 증대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기능과 효능을 지니게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골든 라이스(Golden rice)' 처럼 특정 성분을 강화해 영양가 높은 식품을 만들거나 의약품의 기능을 대신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가 조작된 옥수수로 물엿이나 식용유를 만들면 단백질이 빠지고 당만 남기 때문에 유전자도 검출되지 않으며, 단백질 찌꺼기는 유전자조작표시 사료로 사용되므로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일부에서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유해하다는 증거가 없는 데도 이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농산물 재배법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반대 측,"안전성 검증 안돼 국민건강 해칠 것으로 우려"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유전자조작 기술로 만든 농산물은 겉보기에는 일반 작물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생명체라고 주장한다.

GMO 농산물의 경우 그동안 작물의 생산성을 높이고 품종을 개량하기 위해 사용돼 온 전통적 방법인 '육종'과는 달리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국제 가격 급등을 이유로 관련 업계가 GMO 옥수수 수입에 나서려는 것은 국민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먹을 거리의 안전성 문제를 외면한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꼬집는다.

게다가 유전자가 조작된 전분과 당은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고도 판매할 수 있게돼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뿐만 아니라 해당 업체들은 원료 수입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현재 상황에 대한 정보 공유를 거부하고 있으며 소비자 안전대책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GMO 옥수수 수입 결정은 즉각 철회돼야 하며, GMO 식품으로부터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 GMO 농산물 사용여부 표시하고 수입문제도 재검토 해야

식품업계는 국제 곡물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로 손쉬운 유전자조작 농산물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의 농산물 수출 규제도 이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식품업체들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국민 건강을 희생시킬 수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유전자조작 콩으로 만든 식용유를 비롯 유전자조작 유채로 만든 카놀라유 등도 주위에 널려 있지만,이들 농산물 사용표시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원천적으로 박탈당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 당국은 우선 식용유나 당류 식품 제조에 유전자조작 농산물사용 여부를 표시하도록 현행 식품위생법 표시기준을 서둘러 개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울러 유전자조작 농산물 수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엄청난 논란 속에서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왜 수입해야 하는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이번 기회에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재배는 물론, 수입마저 일절 금지하고 있는 유럽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 용어풀이 >

◆유전자조작 농산물(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에서 따온 것으로, 특정 생물로 부터 유용한 유전자를 채취해 이를 기존의 작물에 주입해 그와 동일한 기능을 발휘하도록 조작된 농산물을 말한다.

유전자변형 농산물이라고도 한다.

1994년 미국 칼젠(Calgene)사가 잘 물러지지 않는 토마토를 처음으로 상업화했으며 1996년에는 몬산톤사가 대두를,노바티스사가 옥수수를 각각 상품화했다.

◆GMO 표시제=유전자조작기술을 이용해 재배 육성된 농·축·수산물 등을 원료로 사용해 만든 식품에 이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한 제도.

소비자에게 구매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원하는 제품을 선택할 수있는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한 것으로, 우리나라를 비롯 유럽연합 일본 뉴질랜드 등에서 실시하고 있다.

유전자가 조작된 콩 옥수수 콩나물 등을 주 원재료로 사용한 식품 중 제조가공 후에도 유전자조작 DNA나 단백질이 남아있는 식품 등이 그 대상이다.

농산물품질관리법과 식품위생법에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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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3월4일자 보도>

서울환경연합과 소비자시민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4일 서울 동대문구 ㈜대상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식품업체들이 GMO(유전자재조합농산물) 옥수수 수입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대상 등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이 GMO의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GMO 옥수수의 수입을 강행하려하고 있다”며 “GMO의 수입이 안전한 식품을 생산해야 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인 만큼 수입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해당 업체들이 원료수입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현재 상황에 대한 정보 공유를 거부하고 있고 비GMO 원료수급계획, 소비자 안전대책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정부 당국도 GMO식품으로부터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