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교수 동의도 없이 공개하는 건 개인정보 유출"
찬 "학생은 고객, 강의는 상품…평가 뒤따라야"
동국대가 학생들이 매긴 교수 강의평가 점수를 실명으로 공개한 것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교수 강의 평가 공개는 미국이나 유럽의 유명대학에서는 이미 시행 중이지만 국내 대학에선 처음이어서 교수사회는 물론 대학사회 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이번에 공개된 평가 점수는 합리성을 결여한 평가문항과 결격 사유가 있는 평가자도 참여해 객관성을 상실했다"며 교수평가 공개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쪽에서는 "강의 평가 공개는 교수에게 망신을 주기 위한 게 아니라 강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수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며 점수 공개를 환영하고 있다.
물론 선진국과 유명대학에서는 교수들의 강의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게 보편화돼 있으며, 평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당장 다음 학기부터 강의를 맡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때문에 강의는 교육의 실수요자인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이뤄지고 교수들은 강의 준비에 철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도 이러한 추세에 맞춰 교수 강의 평가점수를 공개하는 게 과연 타당하냐는 점이다.
⊙ 반대 측,"대학교육을 학생들 인기투표에 맡겨서는 안 돼"
교수 평가 공개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합리성을 결여한 평가 문항과 결격 사유가 있는 평가자도 참여해 객관성을 상실한 교수 평가 점수를 충분한 협의도 없이 대학 본부가 성급하게 공개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교수들의 동의를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까지 강의 평가를 공개한 것은 명백한 개인정보 유출이라고 꼬집는다.
일부에서는 "평가 문항들이 아주 형식적인 데도 불구하고 학교는 마치 완벽한 평가를 한 것처럼 밝히고 있어 자칫 본질이 왜곡될 우려도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학생들의 평가능력 자체를 신뢰하기 힘든 상황에서 교수의 수업에 등수를 매기는 것은 교육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대학 교육이라는 전문적인 분야를 학생들의 인기투표에 맡기는 선정주의라는 얘기다.
이들은 "평가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평가하자는 것"이라며 "교수들의 의견수렴을 거친 뒤 심사숙고해서 형평성 있고 합리적인 조사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 찬성 측,"교육 질 개선 위해 교수 강의 평가 전면 공개해야"
이에 대해 찬성 측에서는 "대학이란 교육시장에서 학생은 고객이고 강의는 상품이며, 고객이 더 나은 상품을 고르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며 교수평가 공개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완벽한 평가지표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평가를 시작하고, 이를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상당수 젊은 교수들 역시 "대학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선 교수들에 대한 공개적인 평가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교수 강의 평가를 하면서 내부 사람만 보도록 했지만 이제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전면적인 공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생들 대부분은 "강의평가 공개는 교수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수강신청 때 참고자료가 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강의 평가 공개는 교수들에게 망신을 주기 위한 게 아니라 강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수를 자극하기 위한 것인 만큼 점수 공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 객관적 평가실시 등 통해 교수평가공개제 도입에 적극 나서야
일부에서는 교수 평가 공개와 관련한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하지만 정년보장 이후에는 무사안일에 빠지는 교수사회 풍토를 감안하면 '충분한 협의'를 했을 때 이 제도를 도입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교수 권위는 수준 높은 강의와 연구 실적을 통해 인정받는 것이지 질 낮은 강의를 덮어준다고 지켜지는 건 아니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우리 국력에 비해 대학의 국제경쟁력은 한심한 수준인 것은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 등의 조사 결과가 잘 증명해 주고 있다.
국가 성장을 견인해야 할 대학이 오히려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교수 평가 공개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특히 대학 측 계획대로 상위그룹 교수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주고, 하위교수들에겐 공개가 '자극제'로 작용한다면 강의의 질적 향상을 가져오는 선순환도 기대된다.
미국과 유럽 대학들이 오래전부터 강도 높은 교수평가와 공개를 실시해온 것도 이러한 효과를 겨냥한 것임은 물론이다.
이제는 우리 대학들도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평가실시 등을 통해 교수강의 평가공개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교수강의 평가제=한 학기 동안 진행된 교수의 강의 내용과 방법,강의 준비와 태도, 과목의 이해도와 과제물, 교육환경 등 모든 여건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강의 내용을 개선함으로써 기존 강의의 폐쇄성을 깨고 강의의 질을 높이며 교육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
동국대는 2007학년도 2학기에 1941개 강의를 맡았던 교수 1049명의 강의평가 점수를 국내 처음으로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교원평가제=동료 교사와 학생 학부모까지 참여해 교사의 수업활동을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2005년부터 전국 66개 초·중·고교에서 시범 실시에 들어갔으며 2008년부터 모든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평가는 3년마다 이뤄지며 인사와는 연계되지 않는다.
평가 대상에는 평교사뿐만 아니라 교장 교감도 포함되며 교사의 경우 교장 교감 동료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평소 관찰한 내용과 한 학기에 1회 이상 공개수업을 통해 수업활동 전반을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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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2월26일자 A11면
동국대는 지난 학기에 수업을 맡았던 교수들에 대한 강의평가 점수를 학교 홈페이지에 실명으로 공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와 관련, "수업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교수들은 "단과대학이나 과목마다 제반여건이 상이한데 이를 일률적으로 점수화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평가 점수가 공개된 교수들은 작년 2학기 이 학교에서 개설된 1941개 강의에서 수업을 맡았던 교수 1049명 전원이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강의 선택시 도움이 되도록 실명 공개했다고 밝혔다.
박미선양(생명공학과 07학번)은 "지금까지 강의 평가를 해도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없었지만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인호군(영어통번역 02학번)은 "평가가 낮게 나온 교수들은 분발해 강의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정재형 교수회 회장은 "실명 공개는 도가 지나치고 여러 여건을 감안하지 않는 등 형평성에도 맞지 않아 후유증이 클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총장의 비판적인 교수 길들이기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강의 평가에서 1위를 한 황진한 교수(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는 "학생들이 어려운 과목을 회피하고 학점 불만을 강의 평가로 표출할 수 있다"며 "제도의 올바른 시행을 위해선 학생들의 책임감 있는 행동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선화 기자/오희진 인턴기자 doo@hankyung.com
찬 "학생은 고객, 강의는 상품…평가 뒤따라야"
동국대가 학생들이 매긴 교수 강의평가 점수를 실명으로 공개한 것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교수 강의 평가 공개는 미국이나 유럽의 유명대학에서는 이미 시행 중이지만 국내 대학에선 처음이어서 교수사회는 물론 대학사회 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이번에 공개된 평가 점수는 합리성을 결여한 평가문항과 결격 사유가 있는 평가자도 참여해 객관성을 상실했다"며 교수평가 공개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쪽에서는 "강의 평가 공개는 교수에게 망신을 주기 위한 게 아니라 강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수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며 점수 공개를 환영하고 있다.
물론 선진국과 유명대학에서는 교수들의 강의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게 보편화돼 있으며, 평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당장 다음 학기부터 강의를 맡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때문에 강의는 교육의 실수요자인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이뤄지고 교수들은 강의 준비에 철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도 이러한 추세에 맞춰 교수 강의 평가점수를 공개하는 게 과연 타당하냐는 점이다.
⊙ 반대 측,"대학교육을 학생들 인기투표에 맡겨서는 안 돼"
교수 평가 공개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합리성을 결여한 평가 문항과 결격 사유가 있는 평가자도 참여해 객관성을 상실한 교수 평가 점수를 충분한 협의도 없이 대학 본부가 성급하게 공개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교수들의 동의를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까지 강의 평가를 공개한 것은 명백한 개인정보 유출이라고 꼬집는다.
일부에서는 "평가 문항들이 아주 형식적인 데도 불구하고 학교는 마치 완벽한 평가를 한 것처럼 밝히고 있어 자칫 본질이 왜곡될 우려도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학생들의 평가능력 자체를 신뢰하기 힘든 상황에서 교수의 수업에 등수를 매기는 것은 교육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대학 교육이라는 전문적인 분야를 학생들의 인기투표에 맡기는 선정주의라는 얘기다.
이들은 "평가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평가하자는 것"이라며 "교수들의 의견수렴을 거친 뒤 심사숙고해서 형평성 있고 합리적인 조사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 찬성 측,"교육 질 개선 위해 교수 강의 평가 전면 공개해야"
이에 대해 찬성 측에서는 "대학이란 교육시장에서 학생은 고객이고 강의는 상품이며, 고객이 더 나은 상품을 고르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며 교수평가 공개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완벽한 평가지표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평가를 시작하고, 이를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상당수 젊은 교수들 역시 "대학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선 교수들에 대한 공개적인 평가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교수 강의 평가를 하면서 내부 사람만 보도록 했지만 이제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전면적인 공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생들 대부분은 "강의평가 공개는 교수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수강신청 때 참고자료가 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강의 평가 공개는 교수들에게 망신을 주기 위한 게 아니라 강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수를 자극하기 위한 것인 만큼 점수 공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 객관적 평가실시 등 통해 교수평가공개제 도입에 적극 나서야
일부에서는 교수 평가 공개와 관련한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하지만 정년보장 이후에는 무사안일에 빠지는 교수사회 풍토를 감안하면 '충분한 협의'를 했을 때 이 제도를 도입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교수 권위는 수준 높은 강의와 연구 실적을 통해 인정받는 것이지 질 낮은 강의를 덮어준다고 지켜지는 건 아니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우리 국력에 비해 대학의 국제경쟁력은 한심한 수준인 것은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 등의 조사 결과가 잘 증명해 주고 있다.
국가 성장을 견인해야 할 대학이 오히려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교수 평가 공개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특히 대학 측 계획대로 상위그룹 교수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주고, 하위교수들에겐 공개가 '자극제'로 작용한다면 강의의 질적 향상을 가져오는 선순환도 기대된다.
미국과 유럽 대학들이 오래전부터 강도 높은 교수평가와 공개를 실시해온 것도 이러한 효과를 겨냥한 것임은 물론이다.
이제는 우리 대학들도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평가실시 등을 통해 교수강의 평가공개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교수강의 평가제=한 학기 동안 진행된 교수의 강의 내용과 방법,강의 준비와 태도, 과목의 이해도와 과제물, 교육환경 등 모든 여건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강의 내용을 개선함으로써 기존 강의의 폐쇄성을 깨고 강의의 질을 높이며 교육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
동국대는 2007학년도 2학기에 1941개 강의를 맡았던 교수 1049명의 강의평가 점수를 국내 처음으로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교원평가제=동료 교사와 학생 학부모까지 참여해 교사의 수업활동을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2005년부터 전국 66개 초·중·고교에서 시범 실시에 들어갔으며 2008년부터 모든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평가는 3년마다 이뤄지며 인사와는 연계되지 않는다.
평가 대상에는 평교사뿐만 아니라 교장 교감도 포함되며 교사의 경우 교장 교감 동료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평소 관찰한 내용과 한 학기에 1회 이상 공개수업을 통해 수업활동 전반을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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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2월26일자 A11면
동국대는 지난 학기에 수업을 맡았던 교수들에 대한 강의평가 점수를 학교 홈페이지에 실명으로 공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와 관련, "수업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교수들은 "단과대학이나 과목마다 제반여건이 상이한데 이를 일률적으로 점수화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평가 점수가 공개된 교수들은 작년 2학기 이 학교에서 개설된 1941개 강의에서 수업을 맡았던 교수 1049명 전원이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강의 선택시 도움이 되도록 실명 공개했다고 밝혔다.
박미선양(생명공학과 07학번)은 "지금까지 강의 평가를 해도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없었지만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인호군(영어통번역 02학번)은 "평가가 낮게 나온 교수들은 분발해 강의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정재형 교수회 회장은 "실명 공개는 도가 지나치고 여러 여건을 감안하지 않는 등 형평성에도 맞지 않아 후유증이 클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총장의 비판적인 교수 길들이기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강의 평가에서 1위를 한 황진한 교수(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는 "학생들이 어려운 과목을 회피하고 학점 불만을 강의 평가로 표출할 수 있다"며 "제도의 올바른 시행을 위해선 학생들의 책임감 있는 행동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선화 기자/오희진 인턴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