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경호-휴대폰 안터져도 환호한 국민콘서트"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날씨 속에서도 사람들은 저마다 큰 웃음을 띄고 있었다.

미풍을 넘어 거세지는 바람도 4만5000명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2월25일 국회 앞마당에 모인 이들에게는 역사적 순간에 동참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미래에 대한 희망만이 있을 뿐이었다.

지난 2월25일, 제17대 대통령 취임식.

국민을 섬기겠다는 의미로 낮아진 단상과 일반인이 절반이 넘는 귀빈석 등 취임식은 모두가 함께하는 콘서트 수준이었다.

국민 성공시대로 나아가겠다는 대통령의 포부에 사람들은 하나된 목소리로 호응했다.

⊙ 대통령 취임식, 정치적 행사를 넘어 모두가 즐기는 콘서트로

대통령 취임식은 딱딱한 정치 행사가 아니었다.

개교 기념식처럼 내빈을 소개하지도 않았고, 조회시간 교장선생님처럼 "마지막으로"를 연발하는 훈계말씀도 없었다.

그저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특유의 창법을 자랑하는 김장훈이 노래를 불렀고, 개똥철학가 김재동과 이명박 성대모사의 달인 김학도가 사회를 봤다.

정명훈은 베토벤의 환희의 찬가를 지휘하고 기념으로 자신이 직접 깎아 만든 지휘봉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국민 모두가 환호하고 즐길 수 있는 대규모 콘서트였다.

⊙ 대통령이 올 때는 휴대폰도 안되요. 철통 같은 경비

언제나처럼 대통령이 오는 자리엔 철옹성 같은 경비가 들어선다.

취임식을 준비하면서 하루에도 수십번 '죽는 연습'을 했다는 경호원들의 표정은 근엄했다.

총이 들었을 것만 같은 007가방을 하나씩 들고서 검정 정장 차림에 대통령 주변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것처럼 대통령은 국민들과 악수했지만, 경호원들은 그 둘을 계속해서 떼어놓았다.

휴대폰도 안됐다.

대통령이 오는 곳엔 신호도 차단시킨다고.

국회의사당 앞 마당에서 안 터지는 휴대폰을 붙들고 쩔쩔매는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것이 모두 국가 원수의 안전을 위한 일.

⊙ 나도 커서 대통령이 될 거예요

어느 때보다 일반인이 많이 참석한 취임식이었다.

생일이 2월25일인 사람, 이명박 대통령의 동명이인, 불치병에 걸린 사람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취임식에 특별 초청되었다.

그들은 저마다 부푼 기대와 꿈을 가지고 행사장에 참석했다.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을 꿈꾼다는 김연진양(11세, 방화동)은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려웠던 시골 청년이 대통령이 되었다"며 "나도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대통령의 꿈을 접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틈새 시장을 놓치지 않는 상인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취임식 세 시간 전부터 국회의사당 주변에는 망원경과 손난로, 빵이나 번데기를 파는 상인들로 북적거렸다.

3년째 국회 앞에서 포장마차를 하고 있다는 양모씨(56세)는 "평소 매출의 세 배를 이미 아침에 다 벌어들였다"며 큰 웃음을 지었다.

노안(老眼)이 와서 대통령의 얼굴을 못볼까 걱정했던 한 노인은 망원경 하나를 챙겨 들며 안도의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정민 생글기자(인하대 언론정보학과 2년) c2022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