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주요 수출국의 금수조치로 관련 제품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산업계 곳곳에서 철강 식료품 시멘트 등 중간 생산재의 '사재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철강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매점매석 1차 합동단속'에 나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철강과 식료품을 중심으로 사재기 현상이 확산될 조짐이다.

오는 4월부터 철광석 수입가격이 65% 인상되는 데다 유연탄값도 급등할 것으로 예고돼 있어 철강재 가격이 크게 오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철강재 가격 급등의 불똥이 가장 먼저 튄 곳은 철근 수요가 많은 건설업계다.

A건설 관계자는 "요즘 매일 철근 확보 전쟁에 시달리고 있다"며 "유통업체들이 공급물량을 줄이는 바람에 돈을 더 주고도 원하는 물량을 구매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소연했다.

철근 등 철강재의 중간 유통업체들도 판매물량을 조절하는 분위기다.

재고를 쌓아두면 나중에 비싼 값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 유통업체 관계자는 "철근 대란이 일어났던 3~4년 전처럼 논두렁에 쌓아두는 일은 아직 없지만 우량 고객을 중심으로 판매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일부 수입상들이 핫코일 등 철강제품을 2차 수입상에 풀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전했다.

식료품 시장에서도 사재기 현상이 빚어지며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전국 음식점에 밀가루와 대두유 등을 공급하는 CJ푸드시스템 관계자는 "대리점과 식당들이 재고를 쌓아둔 채 추가 물량확보에 나선 탓에 작년 하반기부터는 주문량의 20%가량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와 유화 업계에서도 가격 급등에 따른 수급 구조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작년 여름 t당 4만8000원 선에 거래되던 시멘트 가격은 이달 들어 5만9000원으로 20% 이상 올랐다.

원재료인 나프타가격이 이날 사상 최고치인 t당 9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일부 석유화학업체들도 가동률 조정과 감산에 들어갔다.

한편 정부는 철강재 가격 폭등으로 일부에서 철근을 매점매석해 폭리를 꾀하는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이날부터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등으로 관계부처 합동 조사반을 꾸리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강도 높은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안재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