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25일 출범
[Focus] 10년만의 정권교체, 의미는 무엇일까
정권은 정부를 구성하고 이끄는 권한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정권교체는 정권을 주도하는 세력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를 통해 정권을 주도하는 정당이 바뀐다는 의미도 담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 중심제에서는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바뀔 때 정권교체라고 일컫는다.

예컨대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은 정당 출신이었기 때문에 정권교체는 아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10년 만의 정권교체'로 일컫는 것은 이 대통령의 소속정당인 한나라당이 그동안 대통령을 당선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는 국가가 나아갈 방향의 수정을 뜻한다.

2005년 독일의 정권이 좌파계열의 사민당에서 우파인 기민당의 메르켈 총리에게 넘어간 것은 경제불황과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던 독일 국민들이 국정 운영의 지표로 분배가 아닌 성장을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2002년 브라질 국민들은 우파에서 좌파로 정권을 교체하며 공무원들의 부패와 날로 늘어나는 빈부격차에 환멸을 표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은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한 경제성장을, 통합민주당은 분배를 통한 복지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정권교체는 나라의 방향이 10년 만에 크게 바뀐 것으로 평가된다.

정권교체는 또 정권을 주도하는 인사들의 교체를 의미한다.

정당에 속해 있는 인사들이 다른 만큼 정권이 바뀌면 국정 주도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강한 지역구도 속에서 정당정치가 이뤄지는 우리나라에서 정권교체는 국가 주도층의 지역색이 달라진다는 의미도 있다.

1997년 영남을 연고로 하는 한나라당에서 호남을 연고로 하는 새천년국민회의(통합민주당의 전신)로 정권이 넘어갔을 때 그동안 소외받았던 호남 지역 출신들이 내각에 대거 진출하고 영남지역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빚어졌던 것은 이 같은 이유다.

'이명박 정부'의 탄생을 계기로 이른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이 각광받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대통령이 마음 맞는 인사와 일하려는 것에 대해 꼭 비판할 문제는 아니지만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우리 정치의 병폐다.

⊙ 정권교체의 모습은 민주화의 척도

우리나라에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는 1997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실제로 정권이 교체된 것은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지만 모두 폭력적인 방법으로 달성됐다.

자유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뀐 1960년 첫번째 정권교체는 4·19 의거를 통한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로, 1963년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의 정권교체는 5·16 군사쿠데타로 달성됐다.

1980년 민정당으로의 정권교체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시해와 12·12 군사반란 등을 거쳐 이뤄졌다.

정권을 잡은 세력이 국민의 뜻에 따라 순순히 다른 정치세력에 정권을 넘겨 주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정권교체는 민주제도의 확산과 국민의 정치적 참여가 보장되는 여건을 전제로 한다.

선거 등 민주적 과정만이 권력 장악의 유일한 수단이고 아무도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의 권위를 거부할 수 없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집권세력은 민주주의의 우위에 대한 확고부동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 같은 국민의 선택에 승복할 수 있는 정치의식을 가져야 한다.

<문명의 충돌>의 저자인 사무엘 헌팅턴이 민주주의 공고화의 기준으로 '경쟁적 선거를 통한 두 번의 정권교체'를 드는 이유다.

헌팅턴의 기준에 따르면 이번 정권교체를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는 공고해졌다.

이 같은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은 미래 주역인 여러분들의 몫이다.

노경목 한국경제신문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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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는 영혼이 없다" vs. "정권이 바뀌어도 관료는 영원하다"

"관료는 영혼이 없다."

19세기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한 말이 최근 인구에 회자됐다.

참여정부 시절의 잘못을 지적하는 새 정부 관계자들에게 한 공무원이 자신의 의지와 별개로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을 어떤 사람이 맡느냐에 따라 그에 맞는 국가정책을 만들고 집행해야 하는 처지를 토로하며 한 말이다.

정권교체는 새 집권세력과 기존에 있던 공무원들 사이에 마찰을 일으킨다.

기존의 규율과 정책방향을 중심으로 업무를 집행해오던 공무원들은 새 정부의 방침에 저항하게 되며 때로는 자신들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낯선 집권세력에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1998년 정권교체 직전에 외환위기가 터져, 관련 정황을 보고해야 했던 강만수 당시 재정경제원 차관은 새로 정권을 잡은 이들이 "잔치에 쓸 돼지를 잡는 사람들 같았다"고 회고했다.

공무원들이 갖는 불편함만큼 새 집권세력도 공무원 조직에 불만을 느낀다.

과감한 개혁과 방향 수정을 통해 생각하고 있는 바를 가능한 빨리 현실화시키고 싶지만 오랫동안 자체 논리를 가다듬어온 공무원 조직에 막혀 일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무리라고 할 정도로 빨리 정부조직 개편안을 내놓고 관료사회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도 "어영부영하다 보면 관료사회의 생존 논리에 묻혀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이다.

"관료는 영혼이 없다"는 말이 나온 자리에서 다른 공무원이 "공화국(정권)은 바뀌어도 관료는 영원하다"고 한 것은 '관료독재'에 대한 두려움이 기우만은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

양자의 긴장은 국가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정권교체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공무원 사회를 혁신하는 계기가 되고 조직 전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된다.

반대로 풍부한 실무능력을 가진 공무원들은 정권 초기에 범할 수 있는 비현실적 구상을 차단해 부작용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10년 전 바뀐 집권세력 앞에서 모멸감을 느꼈던 강 전 차관은 새 정부의 초대 기획경제부 장관으로 돌아왔다.

양자의 대립은 정권교체를 이해하는 또 다른 단면인 동시에 동전의 양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