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가산점은 능력과 무관…남녀평등권 침해"

찬 " 보상 필요…혜택 축소로 위헌 요소 사라져"

병역을 마친 사람(군필자)들이 취업시험을 볼 때 가산점을 부여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군 가산점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국방부 등 찬성론자들은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당시 논란이 됐던 사항들이 해소됐다"면서 군 가산점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와 장애인단체 등은 "새로운 군 복무 가산점제의 경우 위헌 요소가 많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남녀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번 헌재 결정의 핵심은 가산점제가 소수점 이하 점수 차로 당락이 갈리는 공무원시험 등에서 여성과 군 미필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게 작용, 평등권의 본질을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헌재는 동시에 취업 준비에 불리한 군필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 주는 입법정책을 강구하라고 권고했다.

문제는 과거보다 가산점 비율을 낮추고 혜택 범위를 제한한 새 기준이 과연 헌재 결정에 비춰 타당하고 적정하냐는 점이다.

이번 병역법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있는지 살펴보자.

⊙ 반대측,"개정안도 평등권과 공무담임권 침해로 위헌"

가산점제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번 개정안은 위헌 판결을 받았던 과거 제도의 주변적 내용을 다소 수정한 것일 뿐 평등권과 공무담임권 침해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가산점제는 능력과 무관하다는 점에서 모든 국민은 능력과 적성에 따라 공직에 취임할 수 있다는 헌법의 공무담임권 조항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제대 군인에 대한 보상은 필요하지만 보상수단으로 채용 가산점제는 불합리하다는 게 헌재의 취지였던 만큼 개정안이 가산점 비율을 낮췄다고 해도 문제가 되기는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더욱이 새 가산점제는 산업체에서 근무한 병역특례자를 적용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제대 군인의 사회 적응을 지원한다는 법 개정 취지마저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는 위헌적 요소가 여전한 새 가산점제를 입법화할 게 아니라 24개월을 국가에 봉사한 젊은이들에게 보상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군 가산점 제도를 둘러싼 논쟁이 남녀간 이해 대립으로 흘러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 찬성측,"가산점과 혜택 폭 축소로 위헌요소 제거돼"

이에 대해 찬성 쪽에서는 "'가산'의 과잉이 문제일 뿐 '보상' 자체가 잘못은 아니라는 게 당시 헌재 결정의 취지였다"며 이번에 가산점과 혜택 폭을 줄임으로써 위헌 요소가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군필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만큼 여성 및 장애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병역의무에 대한 가치 부여를 적절히 반영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가산점제가 여성이나 장애인 등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성평등 정신에 부합한다고 강조한다.

군복무를 마친 이들이 취업 등에서 기회비용의 보상은커녕 연령제한 등 '역차별'마저 당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군복무가 국가를 위한 봉사이자 명예로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도 군필자를 대하는 사회의 눈길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산과 육아로 국가에 기여하는 여성과 배려가 필요한 장애인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상 방법을 찾거나 이미 시행 중인 고용의무제 같은 제도를 강화해 보완하는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 군필자 보상 위해 새 가산점제는 불가피한 선택

헌재 판정의 취지에 충실하자면 군 복무자에 대해 가산점제가 아닌 다른 방법, 이를테면 제대군인 연금이나 군필자 우대 수당·호봉 등으로 보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는 웬만큼 돈을 들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특히 치열한 취업경쟁에서 갈수록 여성들에게 밀리는 군필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불이익을 연금이나 수당으로 보전, 해소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과거보다 기준을 낮추고 범위를 제한한 가산점제는 바로 이 같은 현실 여건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새 가산점 기준이 헌재 결정에 비춰 타당하고 적정한지는 헌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제대 군인의 취업준비와 능력계발 프로그램 마련, 세제 및 연금 지원 등 실효성 있는 대안을 사회가 함께 고민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군필자 가산점제를 남성과 여성,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대립적 문제로 간주해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본다는 시각에서 접근해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음을 우리 모두 새겨야 한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 풀이>

◆군복무 가산점제도=전역 군인이 공직이나 공기업,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기업 채용시험에 응시할 경우 필기시험의 과목별 만점의 3~5%를 가산해 주도록 한 것으로, 1961년에 도입됐다.

1999년 12월23일 헌법재판소는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현역 군필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도록 한 제대군인지원법 제8조 1·3항 등에 대해 낸 헌법소원 심판사건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군복무 가산점제 개정법률안=의원입법으로 발의돼 2월13일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과한 것으로, 군필자 채용시험 가산점제를 되살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병역의무를 마친 사람이 채용시험에 응시할 경우 대통령령에 따라 필기시험의 과목별 득점의 2% 범위 내에서 가산점을 부여받으며, 가산점으로 합격한 자의 비율이 채용 인원의 2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것 등이 핵심이다.

종전보다 혜택을 크게 축소했지만 또 다시 남녀평등권과 공무담임권 등 헌법상 권리 침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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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2월14일자 1면

군필자에게 취업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법안이 지난 13일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방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병역의무를 마친 사람이 채용시험에 응시할 경우 필기시험 과목별 득점의 2%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가산점을 주도록 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에서 찬성 7, 반대 2, 기권 2표로 의결, 법사위로 넘겼다.

개정안에 따르면 군 가산점은 공공기업은 의무적으로,민간 기업에는 권고 사항으로 적용된다.

가산점을 받아 채용시험에 합격하는 사람은 채용시험 선발예정 인원의 2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으며,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이 법안이 이달 임시국회에서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군필자는 내년 상반기 중에 취업 시 가산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은 이날 국회 기자실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위헌 결정이 난 법안을 다시 입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군 가산점 부활에 동의한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압박했다.

군필자 가산점 제도는 '남녀평등권 침해'라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시행 39년 만인 1999년에 폐지된 바 있지만,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고조흥 한나라당 의원 등은 가산점 범위를 5%에서 2%로 줄였으며 채용 인원도 제한해 헌재의 결정에 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홍영식 한국경제신문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