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길잡이] 권호걸 선생님의 통합논술 뽀개기⑧
기출문제 풀땐 스터디그룹 만들어 답안을 공유하는 습관 길러야


1. 들어가며

지난 시간에 서두에서 설명한 논술 대비론 중 '논술 기출문제 푸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기출 문제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출 문제는 각 대학 홈페이지에 가 보면 구할 수 있다.

좀 더 효율적으로 구하려면 각종 포털 사이트의 논술 관련 카페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카페마다 차이가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해설과 첨삭이 함께 올려져 있는 경우도 많다.

필자도 자주 가 보는 카페가 몇 군데 있고, 학생들 입장에서도 '이 정도면 괜찮겠다'라고 생각할 만한 카페가 여러 곳이다.

기출 문제(되도록이면 해설이 있는 문제)를 구하면 답안을 작성해 본다.

이 경우 학원이나 과외 등을 통해 따로 교습해 주는 선생님이 없다면(사실 있더라도 가능하지만) 스터디그룹을 구성해서 구성원들끼리 답안을 공유하는 습관을 가졌으면 한다.

그래서 서로 비판적으로 글을 분석하면서 의견을 나누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해설을 참조해 보면서 해설까지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유명한 학원 선생님들이라 할지라도 해설이 틀린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해설본이 다양한 문제를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전문가들이 서로 다르게 쓴 글을 보면서 문제를 다양하게 보는 시각, 글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각자 해설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처음에는 잘 안 보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무엇이 좋은 글이고, 나쁜 글인지 분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내달 중에 결정하겠지만 필자도 카페 개설을 검토 중이다.

단,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스터디 그룹을 구성한 학생들(최소 2인 이상)만이 가입해서 지도받을 수 있는 카페를 구상 중이다.

인원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개설할 생각인데, 만일 필자가 카페를 개설할 경우 가입해서 지도받고 싶은 학생들은 이 글을 보는 즉시 이메일을 보내 주기 바란다.

이메일을 보낼 때는 △이름 △학교 △논술을 배운 경력 △누구와 스터디를 구성했는지를 밝혀 주기 바란다.

고3 수험생이 대상이다.

예비 고1, 2도 가입하는 데 제약을 두진 않겠지만, 가르치는 것은 실전 논술이기 때문에 고3을 대상으로 커리큘럼을 짤 생각이다.

물론 수강료는 없다.

단, 개방형이 아닌 폐쇄형으로 갈 생각이다.

선별된 몇몇 인원들만이 배울 수 있는….

그리고 열심히 하지 않을 학생들은 애초에 사절이다.

여기서 열심히 한다는 기준은 일주일에 적어도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는 정도의 노력이면 족하다.

가입을 원하는, 아니 정확히 말해 카페 개설을 원하는 학생들은 일단 이메일을 보내 주길 바란다.

나도 수요를 파악해 봐야 하니까….

일단 카페를 개설한다면 온라인 상에서 최고의 지도 체계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린다.

거기서는 생글생글 지면에서는 공개하지 않았던 각종 최신 문제 풀이 기법, 사고 방법, 예시 답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 바란다.

각설하고 오늘 문제를 보자.

지난 시간에 설명했던 근거와 결론을 이용한 독해법을 적용할 수 있는 실제 예를 보여주기 위해 서울대 예시 문제를 오늘의 문제로 선정했다.

2. 쉬워 보이지만 방심하면 학원식 논술로 오인받아 점수를 받기 힘든 문제

(가) 시장이 항상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독과점의 횡포, 환경 오염의 피해, 공공재의 생산 부족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시장 실패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의 경제 활동에 개입해 왔다.

환경 보호를 위한 규제, 공기업을 통한 독점 사업 운영,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에 대한 규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정부는 특정 산업 부문에서의 기업 활동에 대한 인·허가를 특정한 업자에게만 내 주기도 하는데, 이는 기업 간의 과도한 경쟁 방지, 자원의 효율적 이용, 공익 증진 등을 위해서이다.

개발도상국에서는 특정한 전략 산업을 육성할 목적으로 정부가 독과점 기업이 될 수 있는 인·허가를 내 주는 경우도 있다.

또한 정부 규제는 소비자의 권익 보호와 산업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목적을 가진다.

정부는 이러한 규제 활동을 통해 경제적·사회적 활동에 수반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며, 국민의 복지를 증진시키고자 한다.(고등학교 『사회』교과서)

(나) 정부 규제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기업 경쟁력의 약화, 기업과 정부의 유착, 관료 집단의 이기주의와 부정·부패 등이 바로 그것이다.

1980년대 이후 세계 여러 나라들은 국민 생활과 기업 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민간의 능동적 참여와 자발적 창의가 실현될 때,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예를 들어 보자.

19세기에 세계 제일의 경제력을 보유하였던 영국은 20세기 들어 소위 '영국병'이라 불리게 된 지속적인 생산성의 하락과 수출 시장의 축소를 경험하였다.

이러한 '영국병'의 원인은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 정책, 공공 부문의 지나친 비대화, 강성 노조로 인한 노동 시장의 경직성 등에 있었다.

특히 국내총생산에 있어서 공기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대 말의 경우 약 10%에 달하였다.

1979년 보수당 집권 이후 영국 정부는 노조에 대한 강경 정책을 실시하는 한편 민간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공기업의 민영화, 규제 완화, 재정 지출 삭감, 조직 개편 등을 추진하였다.

또한 1980년대 중반 이후 영국 정부는 석유공사, 항공회사, 전신·전화회사 등과 같은 주요 공기업을 민간에 매각함으로써,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정부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

한편 영국 정부는 1980~1994년의 기간 동안 중앙 부처 공무원의 약 25%를 감축하였다.

이러한 개혁의 결과 영국 경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1960~1979년 사이에 1인당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선진국 중 11위에 불과하였으나, 1979~1994년 사이에는 2위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

(다) 모든 개인은 그가 좌우할 수 있는 모든 자본에 대해서 가장 유리한 용도를 발견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물론 그의 1차 관심사는 자기 자신의 이익으로 그 사회의 이익은 아니다.

그러나 그 자신의 이익 추구가 자연적으로 또는 오히려 필연적으로 그에게 가장 유리한 용도를 선호하게 유도하는 것이다.(중략)

물론 각 개인은 사회 공공의 이익을 촉진하려고 직접 노력하지 않고, 실제로 자신이 어느 정도 사회 공공의 이익을 촉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가 외국의 산업보다 국내의 산업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전을 위함이고, 그가 그 산업의 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게 되도록 그 산업을 운영하고자 하는 것은 그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그는 이 경우에도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이끌려 자신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추구하게 되는 셈이다.

그것이 그가 의도한 바가 아니라는 것은 반드시 사회에 대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는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실제로 사회의 이익을 직접 추구했을 경우보다 더욱 유효하게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수가 많은 것이다.

(Adam Smith,『국부론』,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

(라) 인간과 자연 환경의 운명이 순전히 시장 메커니즘 하나에 좌우된다면, 결국 사회는 폐허가 될 것이다.

구매력의 양과 사용을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결정하는 것도 같은 결과를 낳는다.

비록 사람들은 '노동력'도 똑같은 상품이라고 우겨대지만, 일하라고 재촉하거나 마구 써먹거나, 심지어 사용하지 않고 내버려 두거나, 어쨌든 그 특별한 상품을 몸에 담은 인간 개개인은 반드시 영향을 입게 마련이다.

이런 체제 아래에서,인간의 노동력을 소유자가 마음대로 처리하다 보면, 노동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인간'이라는 육체적, 심리적, 도덕적 실체마저 소유자가 마음대로 처리하게 된다.

인간들은 갖가지 문화적 제도라는 보호막이 모두 벗겨진 채 사회에 알몸으로 노출되고 결국 쇠락해 간다.

그들은 악덕, 인격 파탄, 범죄, 굶주림 등을 거치면서 격동하는 사회적 혼란의 희생물이 된다.

자연은 그 구성 원소들로 환원되어 버리고,주거지와 경관은 더럽혀진다.

또 강이 오염되며, 군사적 안보는 위협당하고 식량과 원자재를 생산하는 능력도 파괴된다.

마지막으로, 구매력의 공급을 시장 기구의 관리에 맡기게 되면 영리기업들은 주기적으로 파산하게 될 것이다.

원시 사회가 홍수나 가뭄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던 것처럼, 화폐 부족이나 과잉은 경기에 엄청난 재난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토지시장, 화폐시장이 시장 경제에 '필수적'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인간과 자연이라는 사회의 실체와 경제 조직이 보호받지 못한 채 그 '악마의 맷돌'에 노출된다면, 어떤 사회도 무지막지한 상품 허구의 경제 체제가 몰고 올 결과를 한순간도 견뎌 내지 못할 것이다.

(Karl Polanyi, 『거대한 변환』)

[논제] (라)는 우리 삶을 시장 경제에만 맡겨 둘 경우에 발생하게 될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경고가 정당한 것인지, 과도한 것인지 위의 제시문들을 토대로 논술하시오.

우선 각 제시문 별로 내용을 살펴보자.

(가) 시장 실패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개입의 실례

(나) 정부 개입의 실패를 해결하기 위한 영국의 노력

(다) 개인의 이익 추구가 사회의 이익을 가져온다는 고전 경제학의 입장

(라) 시장 만능주의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

이상의 내용에서 (라)의 경고가 정당한지, 과도한지 밝히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우선 다음 답안을 살펴보자.

학생이 쓴 답안인데 나름 잘 썼다고 생각하고 가져온 답안이다.

여러분도 한 번 살펴보길 바란다.

(라)는 우리 삶을 시장 경제에만 맡겨 둘 경우에 발생하게 될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경고는 정당하다.

왜냐하면 시장 경제란 결국 자본의 이익에 봉사하는 경제인데, 자본은 본디 자본 그 자체를 위해 경제 활동을 할 뿐이지 삶을 인간적이고 윤택하게 하려는 목적은 안중에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 질서로 돌아가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따라서 모든 것이 시장 경제의 논리로 흐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시장 원리에만 맡겨 둘 경우 독과점의 횡포, 공공재의 부족, 환경 파괴, 사회적 공동선의 상실, 노동의 비인간화 같은 문제들이 극대화할 우려가 크다.

특히 최근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인간의 삶과 문화적 종 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가 개입하여 공공성을 강화하고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해 주는 한편 인권, 복지, 환경 정책 등을 실현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가 개입한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시장 경제 즉, 자본주의 체제로부터 피폐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사실 국가를 총자본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적어도 국가가 시장 경제에 개입한다고 하는 것은 삶의 가치들을 자본의 가치로 환원시키려는 것을 막고 삶은 삶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조치들을 취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곧 시장 경제의 영역을 제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과 자연이, 그리고 인간의 육체적, 심리적, 문화적 자산들이 모두 시장 경제에만 넘어가면 인간은 그야말로 자본이라는 도마 위에 올려진 시체일 뿐이다.

시장 경제의 전 지구화 및 전 영역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시장 경제가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는 인간 사회 및 생태 환경 영역을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1010자)

[논술 길잡이] 권호걸 선생님의 통합논술 뽀개기⑧
사실 서울대 문제는 길어야 800자 이내이다.

따라서 이 답안은 글자 수에서 분량이 초과됐다.

그러나 논제에서 글자 수에 대한 제한을 따로 밝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일단 그 부분에 대한 감점은 생략하자.

내용만을 살펴보건대, 이 답안은 전형적인 학원식 논술 답안이다.

사실 글의 수사적인 부분이나 내용이 풍부한 것처럼 '보이는' 부분(사실 이 부분도 뒤에서 비판적으로 다룰 것이지만) 등을 볼 때는 그런 대로 봐 줄 만한 수준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답안은 결정적으로 논제가 제시한 요구 사항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논제는 제시문 (라)의 경고가 정당한지, 과도한지를 위의 제시문들을 토대로 밝히라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어떠한 주장이 과도한지, 정당한지를 살피려면 과연 어떤 부분을 살펴봐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생각해 보자.

과도한가, 정당한가를 논하려면,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것이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근거다.

주장과 관련하여 적절한 근거가 제대로 주장을 뒷받침한다면 정당한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과도한 것이라는 말이다.

그 근거를 점검하는 방식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근거가 참인가, 둘째는 근거와 결론이 연관이 있는가, 셋째는 근거가 결론을 충분히 지지하는가이다.

이 세 가지 기준에 맞추어서 근거를 점검해 보면 된다.

여기서 지난번 시간에 배운 것을 응용해 볼 수 있다.

분석해 보자.

분석의 틀은 다음과 같다.

'주장-근거-근거를 정당화하는 이유'이다.

답안을 보기 전에 여러분들이 먼저 해 보길 바란다.

<제시문 (라)의 주장>

① 인간과 자연 환경의 운명이 순전히 시장 메커니즘 하나에 좌우된다면, 결국 사회는 폐허가 될 것이다.

② 인간과 자연이라는 사회의 실체와 경제 조직이 보호받지 못한 채 그 '악마의 맷돌'에 노출된다면, 어떤 사회도 무지막지한 상품 허구의 경제 체제가 몰고 올 결과를 한순간도 견뎌 내지 못할 것이다.

①,②의 주장은 대동소이한 내용이다.

따라서 이 글은 수미쌍관식 글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주장들을 뒷받침하고 있는 근거와 이유를 살펴보자.

(A)근거:인간의 노동력을 소유자가 마음대로 처리한다.

이유:인간이 상품으로 환원되기 때문에, 따라서 보호 장치가 없으니까.

(B)근거:자연은 오염되고 파괴된다.

이유:자연도 상품으로 환원되기 때문에, 마찬가지다.

이용과 착취만이 있을 뿐이다.

(C)근거:구매력의 공급을 시장 기구의 관리에 맡기게 되면 영리기업들은 주기적으로 파산하게 될 것이다.

이유:시장은 화폐 부족과 과잉을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하니까.

이 밖에도 식량 문제와 국방 문제를 들고 있다.

마찬가지로 분석해 주면 된다.

여기까지 해 보니까 어떤가?

이제 논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감이 잡히는가?

이제 여러분들이 할 일은 과연 각각의 근거와 그 이유가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적당한가를 따져 주기만 하면 된다.

(A), (B), (C) 어떤 것이나 정당·과도 양쪽의 입장에서 논술할 수 있다.

이것이 서울대 논술의 특징이다.

서울대 논술은 특정한 답의 방향을 요구하지 않는 '열린 논술'의 형태를 띠고 있다.

따라서 어느 쪽 입장이든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논리 정연하게 써 주면 그만이다.

우선 (A)부터 살펴보자.

(A)의 근거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면 실제 시장에서 노동력이 착취당하고, 인간이 하나의 상품으로 다루어지는 것을 예로 들면서 (A)의 입장이 타당하다는 것을 입증해 주면 된다.

최근 비정규직 문제 같은 것은 중요한 예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예들은 전술했던 근거를 점검하는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세 번째 부분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이견 때문에 정당·과도 입장이 나뉘는 것이므로 세 번째 부분은 이견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이러한 것들을 생각한다면 저자의 주장이 정당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면 최근 기업들이 직원들의 복리 후생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가족 경영을 표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예를 들면서 (라)의 저자 입장을 반박해 줄 수 있다.

오늘날 가장 성공한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도요타의 성공 스토리를 논하면서 노동자를 가족같이 대우해 준 도요타 경영진의 노력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렇게 노동자를 보호하고 대우해 주는 기업은 비단 도요타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예들 역시 저자의 근거를 반박하기에 충분한 자료들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머지 (B), (C)도 논해 주면 된다.

다만 제시문들을 토대로 하라고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제시문들을 언급해 주는 노력을 빼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여타의 문제보다는 제시문들을 이용하는 정도가 낮은 문제였다.

주의할 점은 정당·과도 하나의 입장을 정했으면 같은 선상에서 (A), (B), (C)를 논해 주라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전적으로 과도·정당만을 말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다.

(A)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어느 쪽의 입장도 현실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만을 예로 든다면 뻔히 일어나는 한 쪽의 입장을 도외시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모든 입장을 다 다뤄 준다면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자칫 양비론이나 양시론으로 빠질 수 있다.

따라서 한 쪽의 입장을 정했다면 과감하게 자신의 논거를 펼치는 것이 더 좋았던 문제였다.

이와 같은 것을 살펴볼 때 앞서 보여주었던 답안은 배경 지식만 장황하게 나열할 뿐이지, 제대로 된 답안이라고 볼 수 없다.

배경 지식을 이용하더라도 제시문을 분석하면서 논해 줘야지, 위의 답안처럼 제시문의 주장에 대해 찬성이냐 반대냐 하는 입장만을 대충 정해놓고 자신의 배경 지식만 나열하면서 쓰는 글은 전형적인 학원식 논술이다.

실제로 여러분들이 한 번 서점에 가서 찾아 보길 바란다.

과연 필자가 설명한 방식처럼 쓴 해답이 있는지, 아니면 필자가 반박한 대로 배경 지식을 나열한 답안이 많은지 살펴보라.

냉정히 판단하라.

그리고 여러분들이 써야 할 답안의 방향을 정하길 바란다.

3. 마치며

물론 모든 학원에서 다 잘못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 논제는 실제 출간된 서적들을 중심으로 살펴볼 때, 제대로 해설해 놓은 경우가 거의 없는 것 같아 겸사겸사 다뤄 준 것이다.

여러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생글생글에서 필자에게 2008학년도 최신 문제를 좀 해설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요구를 자꾸 한다.

지면 강의가 진행될수록 최신 문제도 다뤄 줄 생각이다.

그러나 쉽게 다루고 싶지 않은 이유는 이 글을 보면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이다.

너무 일찍 다뤄 주면 재미없지 않은가?

실제로 한 주 한 주 이 지면 강의의 문제를 풀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꽤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 학생들을 위해서, 2008학년도 문제는 조금 더 묵혔다가 내놓을 생각이다.

아, 그리고 다시 한 번 광고하는데, 카페 가입을 원하는 학생들은 이메일을 꼭 보내 주길 바란다.

희망하는 학생이 많지 않으면 안 열 생각이니까….

나는 사람 많은 것을 좋아한다.

권호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통합논술연구위원 mega@ed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