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감세 효과 의문…대기업만 배불리는 꼴"

찬 "낮추면 투자활성화…인하는 세계적 추세"

법인세율 인하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새 정부 국정과제의 하나로 제시한 '투자활성화를 위한 감세조치'를 놓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인수위는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을 내세워 법인세율 인하 등 감세정책을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법인세를 인하하지 않으면 기업을 뺏기게 된다"며 "법인세 인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감세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재정 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주장 또한 만만치 않다.

대기업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겠지만 이로 인한 세수 결손은 서민의 세 부담을 크게 늘려놓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전통적으로 높은 법인세율을 유지해 온 유럽국가들까지 법인세 인하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을 통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것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법인세율 인하가 경제 활성화 효과를 과연 거둘 수 있느냐는 점이다.
법인세율을 1%포인트 낮추면 1조원의 세수가 줄어든다는 분석이고 보면 감세로 이보다 더 큰 효과를 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반대 측,"법인세 인하는 대기업만 배불리고 서민에 부담 떠넘겨"

법인세율 인하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감세정책이 정부가 바라는 대로 경제활성화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한다.

참여정부에서도 한나라당의 강한 요구로 2005년부터 법인세율을 2%포인트 낮췄으나, 그것이 투자를 활성화했다는 증거는 없으며 외국인 투자 또한 크게 늘어났다는 보고도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 세율 25%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도시국가를 빼고 보면 지금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하는 만큼 우리가 앞장서 법인세율을 크게 낮출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특히 연간 수익 500억원 이상인 기업 319곳이 전체 법인세의 61.7%를 낸 2006년 법인세 신고 내용을 근거로 법인세 감면분의 대부분이 일부 대기업 주주들의 주머니로 들어갈 뿐이라고 지적한다.

일부에서는 투자가 부진한 쪽은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라며 새 정부가 진정으로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면 법인세 인하보다는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는 다른 정책에 돈을 쓰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수조원의 나랏돈을 대기업에 바치고 그 부담을 서민에게 지울 법인세 인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 찬성 측,"법인세율 낮추면 기업투자 늘고 외국자본 유치에 유리"

이에 대해 찬성하는 쪽에서는 "법인세율이 낮으면 기업들이 낼 세금이 줄어들어 여유자금 등이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외국자본의 국내 투자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1980년대 미국 레이건 행정부도 법인세율 인하 등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로 불리는 감세정책을 추진해 경기활성화를 이끌었다"며 기업투자에 발목을 잡고 있는 법인세율을 낮춰주면 경기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법인세 인하는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우리도 경쟁력 제고를 위해 법인세를 내리는 쪽으로 세제를 개편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법인세를 25%에서 20%로 낮추면 7조원 이상의 세수가 줄어들지만 새 정부의 감세 정책은 매년 1%씩 낮추는 것이므로 우리 경제가 재원 감소분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경제 활성화로 재원 마련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일부에서는 "법인세 인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몇 년 뒤에 나타난다"며 "지난해에도 법인세는 2006년보다 20.6%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 경제성장과 일자리 위해선 법인세 경감 적극 추진해야

세계 각국이 법인세 인하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

기업경쟁력을 강화시켜 경제성장을 부추기고 고용을 늘리기 위한 것임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더구나 세계 각국은 외국기업들을 유치해 자국의 고용을 증대시키고 경제활력을 되찾기 위해 조세감면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다른 나라들의 법인세 인하 경쟁을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근래 들어 법인세율을 낮췄다고는 하지만 세율이 아직까지는 경쟁관계에 있는 대부분의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물론 정부의 재정 사정으로 보아 세금을 인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국방 외교 복지 등 각 분야에서 쓸 곳은 많아지는데 세수는 늘어나지 않고 있으니 정책당국으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의 인하경쟁을 외면해 국내기업들이 위축될 경우 그나마 세수원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자명해진다.

법인세 경감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법인세=개인이 아닌 법인이 사업을 통해 얻은 모든 이익에 대해 부과하는 조세로, 법인이 직접 당해 사업연도의 과세표준 및 세액을 산출하여 신고·납부하게 돼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투자활성화를 위해 과세표준 1억원 초과 기업에 물리는 법인세율 25%를 5년 동안 매년 1%포인트 인하해 20%까지 낮추기로 했으며, 과세표준1억원 이하 기업의 경우 법인세율 13%를 2009년에 12%, 2011년에 11%,2013년에 10% 등으로 1%포인트씩 인하하기로 했다.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레이건'과 '이코노믹스'의 복합어로,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추진한 경제정책이다.

세출삭감, 소득세 대폭 감면, 기업에 대한 정부규제 완화, 안정적 금융정책 등을 통해 공급측면을 자극함으로써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벗어나겠다는 '공급 경제학'이다.

J.M.케인즈의 '유효수요론'에서 벗어난 것으로 관심을 끌었지만 재정적자 급증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등 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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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월5일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낮은 단계의 세율이 적용되는 법인세 과세표준을 현행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상향조정하고 그 대상 법인에 대한 세율도 13%에서 10%로 낮춰주기로 했다.

또 현재 과세표준 1억원 초과 기업에 물리는 법인세율 25%를 5년 동안 매년 1%포인트 낮춰 20%로 인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박형준 인수위원은 5일 '이명박 정부 국정과제 보고' 결과를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저율과세 기준이 되는 법인세 과세표준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상향조정하고 세율도 13%에서 10%로 낮추는 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낮은 단계의 법인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을 올린 것에 대해 "중소기업의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인수위는 또 이명박 당선인의 공약인 과세표준을 초과한 기업에 적용되는 높은 세율 25%를 20%로 5%포인트 인하하는 것과 관련해 매년 1%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1안으로 보고했으며 2단계에 걸쳐 인하하는 방안은 2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낮은 세율 13%도 3차례에 걸쳐 매년 1%포인트씩 내려 10%로 낮추며 중소기업의 최저한세율 10%도 8%로 낮추기로 했다.

박 위원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 법인세법을 개정해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며 "목표는 매년 1%포인트씩 인하를 상정하고 방법론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