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에 사는 조 모군(19)은 수능시험이 끝나고 버릴 책을 정리하던 중, 추리고 추려도 나오는 참고서의 엄청난 양에 놀랐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사다 풀어 본 참고서가 무려 600여권.

얼핏 보아 책 한 권에 1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책값을 환산해 보던 조 군은 어마어마한 금액에 벌린 입을 차마 다물 수 없었다.

요즘처럼 참고서를 정리할 시점이 되면, 참고서 가격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는다.

한 대중지의 독자 기고란에도 학부모의 책값 시정을 요구하는 글이 올해도 어김없이 실렸다.

참고서는 그야말로 참고하는 책이다.

하지만 수험생 입장에서는 비싸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사 볼 수밖에 없다.

높은 책값은 큰 부담이다.

이따금 보충수업 시간에 교재를 가져오지 않아 질책하시는 선생님께, "비싸서 안 샀는데요" 하고 소리치는 경우도 생긴다.

출판사들은 가격담합 혐의로 2006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철퇴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곧 용두사미 격으로 흐지부지돼 참고서 가격은 계속 높은 선에서 유지되고 있다.

출판사들은 '좋은 문제, 좋은 구성에 좋은 품질의 종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책값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식의 입장을 취해 왔다.

이에 대해 서울 대원여고의 김유미 양(18)은 "소장할 것도 아니고, 문제를 몇 개 풀기 위해 사는 책이 최고급 종이 재질일 필요는 없다"며 "학생들은 내용을 구매하는 것이지 종이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종이 질을 낮추더라도 단가를 낮췄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최근 '교육물가가 작년 대비 6% 올라 10년 만에 최고'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비싼 참고서 가격이 포함돼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일선 학교, 학원들은 자구책으로 공동구매를 하거나 직접 만든 유인물로 교재를 대체해 왔다.

출판사들 역시 이런 책값 시정 요구를 반영해 40% 예약판매제, 부분 할인 등 가격 인하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제한적 할인만으로는,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수요층인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근본적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실제로 서울의 한 출판사는 겉표지와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유통망을 최소화해 평균 1만원대인 다른 교재 값의 절반 정도에 가격을 책정, 가격파괴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

얼마 전 학생·학부모들이 힘을 합쳐 교복사의 가격담합 횡포에 대항해 합리적인 가격을 이끌어냈다.

'책값 문제'도 소비자들이 권리를 적극 주장하고 제대로 항의할 때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임나리 생글기자(한영고 2년) nari906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