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끝나고 1년정도 자신의 소질·흥미 고민해보는 경험 가질 필요 있어
다사다난했던 2008학년도 대입도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수능 등급제로 혼란이 많았고 다시 입시 제도가 바뀌는 만큼 이번에 수능을 치른 수험생 중 상당수는 2009학년도 수능시험장에 다시 앉아 있을 수도 있다.
이처럼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한국의 청소년 중 많은 수가 20대의 첫 해를 재수로 보내는데,교육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의 학생들도 재수를 할까?
영국과 미국의 청소년들은 8명 중 1명 꼴로 고등학교 생활과 대학 생활 사이에 '갭 이어(Gap Year)'를 갖는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대학에 들어가지 않고 그 '틈(gap)'인 1년간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제도이다.
다른 친구들은 대학 신입생이 되어 두꺼운 대학 교재에 파묻혀 지내는 동안 갭 이어를 결정한 학생들은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나거나 후진국에 가서 빈곤층 어린이들을 도우며 한 해를 보낸다.
2000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칠레에서 벌목공으로 자원 봉사를 한 영국의 윌리엄 왕자는 유명한 갭 이어 사례로 꼽힌다.
미국 영국 사회는 물론 대학들도 이러한 갭 이어를 긍정적으로 보고 적극 권장하고 있다.
정규 교육과정에 파묻혀 있던 고등학생들이 곧장 대학에 들어와 공부하는 것보다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정서적으로 성숙할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갭 이어에 대한 가이드 책자나 이를 알선하는 전문 여행사 등 갭 이어 관련 사업들도 번창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사정은 어떨까? 대부분 국내 대학들은 신입생이 첫 학기에 휴학을 하지 못하도록 학칙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입시 경쟁에 찌든 심신을 달랠 갭 이어 같은 '창조적 휴식'의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 A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입학한 신입생들이 재수를 위해 휴학하는 사례가 많으면 학사 운영에 타격을 입기 때문에 신입생 휴학금지 규정은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재수·반수가 엄연히 존재하는 국내 입시의 특성상 대학들의 이 같은 입장이 어느 정도 불가피한 면도 있지만,국내 교육이 여전히 수요자(학생)보다는 공급자(대학) 위주라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취업이 20대 젊은이들의 지상 목표인 사회 현실도 학생들의 발목을 잡는다.
대학 졸업 이후 취업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장기적인 인생 설계를 위해 귀중한 1년을 학업과 관계 없이 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도,좁게는 가정에서도 젊은이들의 이런 선택을 뒷받침하는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장래를 위해 자기 나름대로 충전 기회를 갖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서울대에서 공업디자인을 전공하는 최모씨는 작년 한 학기를 휴학하고 유럽 각국의 미술관을 탐방하며 자신의 향후 진로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씨는 "주위에 고시나 취업 준비를 위한 휴학생은 많아도 자기 개척과 같은 장기적이고 추상적인 목표를 위한 휴학생은 거의 없다"며 "비용을 마련하느라 겪었던 경제적 어려움보다 나의 결정을 그저 6개월간 해외에 놀러가는 한량쯤으로 치부하는 주위의 편견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많은 한국 학생들은 힘겨운 입시 생활 이후 자신의 소질과 흥미에 대해 고민해 볼 시간도 갖지 못한 채 강의실로 직행해야 하는 실정이다.
반면 미국 영국에서 갭 이어가 권장되고 있는 것은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편이 장기적 시각에서 개인의 행복과 국가 경쟁력을 위해 더 나은 것일까.
최우석 생글기자(잠실고 3년) dearws@hanmail.net
다사다난했던 2008학년도 대입도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수능 등급제로 혼란이 많았고 다시 입시 제도가 바뀌는 만큼 이번에 수능을 치른 수험생 중 상당수는 2009학년도 수능시험장에 다시 앉아 있을 수도 있다.
이처럼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한국의 청소년 중 많은 수가 20대의 첫 해를 재수로 보내는데,교육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의 학생들도 재수를 할까?
영국과 미국의 청소년들은 8명 중 1명 꼴로 고등학교 생활과 대학 생활 사이에 '갭 이어(Gap Year)'를 갖는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대학에 들어가지 않고 그 '틈(gap)'인 1년간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제도이다.
다른 친구들은 대학 신입생이 되어 두꺼운 대학 교재에 파묻혀 지내는 동안 갭 이어를 결정한 학생들은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나거나 후진국에 가서 빈곤층 어린이들을 도우며 한 해를 보낸다.
2000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칠레에서 벌목공으로 자원 봉사를 한 영국의 윌리엄 왕자는 유명한 갭 이어 사례로 꼽힌다.
미국 영국 사회는 물론 대학들도 이러한 갭 이어를 긍정적으로 보고 적극 권장하고 있다.
정규 교육과정에 파묻혀 있던 고등학생들이 곧장 대학에 들어와 공부하는 것보다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정서적으로 성숙할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갭 이어에 대한 가이드 책자나 이를 알선하는 전문 여행사 등 갭 이어 관련 사업들도 번창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사정은 어떨까? 대부분 국내 대학들은 신입생이 첫 학기에 휴학을 하지 못하도록 학칙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입시 경쟁에 찌든 심신을 달랠 갭 이어 같은 '창조적 휴식'의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 A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입학한 신입생들이 재수를 위해 휴학하는 사례가 많으면 학사 운영에 타격을 입기 때문에 신입생 휴학금지 규정은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재수·반수가 엄연히 존재하는 국내 입시의 특성상 대학들의 이 같은 입장이 어느 정도 불가피한 면도 있지만,국내 교육이 여전히 수요자(학생)보다는 공급자(대학) 위주라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취업이 20대 젊은이들의 지상 목표인 사회 현실도 학생들의 발목을 잡는다.
대학 졸업 이후 취업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장기적인 인생 설계를 위해 귀중한 1년을 학업과 관계 없이 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도,좁게는 가정에서도 젊은이들의 이런 선택을 뒷받침하는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장래를 위해 자기 나름대로 충전 기회를 갖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서울대에서 공업디자인을 전공하는 최모씨는 작년 한 학기를 휴학하고 유럽 각국의 미술관을 탐방하며 자신의 향후 진로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씨는 "주위에 고시나 취업 준비를 위한 휴학생은 많아도 자기 개척과 같은 장기적이고 추상적인 목표를 위한 휴학생은 거의 없다"며 "비용을 마련하느라 겪었던 경제적 어려움보다 나의 결정을 그저 6개월간 해외에 놀러가는 한량쯤으로 치부하는 주위의 편견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많은 한국 학생들은 힘겨운 입시 생활 이후 자신의 소질과 흥미에 대해 고민해 볼 시간도 갖지 못한 채 강의실로 직행해야 하는 실정이다.
반면 미국 영국에서 갭 이어가 권장되고 있는 것은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편이 장기적 시각에서 개인의 행복과 국가 경쟁력을 위해 더 나은 것일까.
최우석 생글기자(잠실고 3년) dear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