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케이티 월시 (美샌프란시스코 국제문제협의회 근무)

[생글기자 코너] 'Gap Year' 1년은 나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줬다
미국 영국에서 갭 이어를 선택한 학생들은 실제로 어떤 생활을 할까?

갭 이어를 마친 뒤 대학 학업과 사회에 진출하는 데 차질은 없는 것일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2001년 갭 이어를 보내고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WAC(World Affairs Council·국제문제협의회)에서 일하고 있는 케이티 월시씨(27)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갭 이어를 보내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2001년 벌어진 9·11테러 사건은 내게 미국의 대외 정책이 세계 정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눈을 뜨게 해 주었다.

또 미국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권리의식과 의무감에 대해서도 일깨워 줬다.

이 점이 갭 이어를 선택하게 된 주된 이유다.

또 성인이 되는 초입에 신중한 삶을 살기 위해 앞으로 직면할 여러 일들을 곰곰이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했다."

-갭 이어 기간 동안 무엇을 하며 어떻게 보냈나?

"연방정부 차원의 자원봉사 기관인 아메리코프(AmeriCorps)의 프로그램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주로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ESL(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위한 영어교육) 과정과 3학년 방과 후 수업을 맡아 수학,과학,독서,쓰기 등의 수업을 했다.

아이들과 함께 학교 운동장에서 평화로운 미래를 염원하는 커다란 벽화를 함께 그린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갭 이어로 1년을 보낸 걸 후회하지는 않나?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내 인생의 가장 탁월한 선택으로 꼽는다.

갭 이어 기간 동안 부모님과 학교로부터 독립된 하나의 인간으로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원동력을 마련했다고 자부한다.

갭 이어가 끝난 후에도 멈추지 않고 국제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활발한 지역 봉사를 했다.

UCSC(캘리포니아주립대 샌타크루즈 캠퍼스)에 진학하여 사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일이나,풀브라이트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대만의 한 초등학교에서 1년 동안 영어를 가르치고 중국어를 배우는 소중한 기회를 얻은 일들도 다 갭 이어의 경험이 밑바탕이 된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대만에서 돌아와 WAC 북캘리포니아 지부에서 교육 지원 업무를 시작했다.

WAC는 노벨상 수상자,정부 관료 등 전문가들이 모여 지역민들과 함께 국제 문제를 논하는 기구다.

나는 지역 학생들에게 명사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것을 비롯 학생들의 리더십 프로그램,아실로마 국제문제협의회 준비,해외연수 장학생 선정 업무 등의 다양한 교육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갭 이어로 보낸 기간은 단순히 짧게 보면 시간 낭비일 수도 있었지만 이 기간 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형성된 모든 경험들이 지금 일을 추진하는 힘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 일들을 하며 대학원 학위 과정도 준비할 계획이다.

경험을 살려 지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환경 문제와 관련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싶다."

-갭 이어를 꿈꾸는 한국 학생들에게 조언한다면?

"한국의 제도적 조건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굳이 갭 이어를 대학 신입생 때 하지 않아도 상관 없다.

주변에는 대학 2,3학년 때 휴학하고 갭 이어를 보내는 친구들도 많다.

중요한 것은 언제 갭 이어를 하느냐가 아니라 갭 이어를 갖는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밀란 쿤데라는 「느림」에서 '나는 저 느림 안에서 행복의 징표를 찾는 듯하다'고 했는데,이 구절이야말로 갭 이어의 정신을 가장 잘 보여준다.

설사 남들보다 1년 늦는다고 해도 정말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면 1년쯤은 아무 것도 아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