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학년도 논술고사는 2008학년도 판박이형 문제 출제 예정

일각에서 '논술 무용론'제기…실제론 논술 영향력 줄지 않을 것

2008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가 대부분 마무리됐다.

올해의 경우 논술이 상대적으로 어렵게 출제됐다는 것이 입시기관들의 공통된 평가다.

주요 대학들이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논술의 변별력을 대폭 높인 것.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등급제로 바뀐 것도 난이도를 높인 이유 중 하나로 풀이된다.

입시전문가들은 2009학년도 입시에서도 2008학년도의 논술 출제경향이 그대로 반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08학년도 정시 논술은 주요 대학들이 다년간 공을 들여 문제의 패턴을 완성한 '통합교과형 논술의 결정판'인 만큼 한동안 엇비슷한 출제경향이 지속될 것이라는 뜻이다.

⊙ 문제는 통합교과형, 제시문은 실생활과 연관

과거에는 수시와 정시에서 실시하는 논술고사의 유형이나 계열이 차이가 많아 수시 논술 유형과 정시 논술 유형을 별도로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정시에 자연계열까지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이 늘어나면서 수시모집에서 실시하는 교과 통합적이고 세트형으로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이 정시모집에까지 확대됐다.

사실상 수시 논술과 정시 논술의 차이가 사라진 셈이다.

논술의 주제가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친숙한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2008학년도 논술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일례로 서울대 인문계열은 △양성 평등 △다수결의 원리 △행복과 소득 등과 관련된 문제를 출제했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태안지역 원유 유출사건 등 시사이슈를 활용한 문제를 선보였다.

철학적이고 난이도가 높은 제시문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고교 수준에서 독해할 수 있는 수준의 제시문을 제공하거나 교과서 지문이 늘어난 것도 특기할 만하다.

제시문은 쉬워졌지만 논제는 많아지고 복잡해졌다.

지문당 한 개의 문제가 나오는 '단문항 문제' 대신 같은 지문을 보고 여러개의 문제를 풀도록 한 '세트형 다문항 문제'가 주를 이뤘다.

많은 경우 같은 지문을 통해 5개의 문제를 풀도록 한 사례도 있었다.

논제들은 대부분 제시문을 이해한 후 이를 활용해 자신의 생각을 기술할 것을 요구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제한조건을 주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기술하라'는 단순한 논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같은 출제 방식이 자리잡은 것은 주어진 자료로부터 필요한 개념을 추출하는 능력과 글쓰기 능력을 함께 판단하기 위해서다.

논제에 대한 이해정도를 손쉽게 판단할 수 있어 평가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통합교과적 성격이 강조됐다는 점도 2008학년도 논술의 특징으로 분류된다.

인문계열은 주로 사회교과를 중심으로 통합적인 사고능력을 측정했다.

수학적 사고력을 요구한 문제도 나왔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통계자료, 도표 등의 제시문을 활용하도록 했다.

서울대는 사회현상을 수학적 개념을 이용해 이해할 것을 요구하는 문제를 출제했다.

자연계의 경우 대학에 따라 문제 유형의 차이가 컸다.

숭실대, 숙명여대 등은 공통 문제로 언어논술 문제를 출제했다.

다른 대다수 대학들은 주로 수리논술과 과학논술을 중심으로 문제를 구성했다.

대부분 수학과 과학교과 내용을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문제들이 출제됐다.

서울대의 경우 4~5개에 달하는 과목을 연계한 문제까지 선보였다.

[Focus] 논술,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 2009학년도에도 논술 영향력은 줄지 않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를 돕는 기관)는 서울대 등 일부 대학이 2008학년도 논술에 과거 본고사와 유사한 형태의 수학문제를 출제한 것과 관련, "향후 대학들이 본고사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며 유감의 뜻을 표명한 바 있다.

이명박 당선인도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대학에 입시 자유를 줘도 본고사를 보지 않는다.

일부 전형에서 논술시험을 없앤 연세대 경영학과는 수많은 우수학생이 몰려와 '대박'이 터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인수위와 대통령의 발표 이후 서강대 등 일부 대학들은 "수능등급제를 폐지한다면 정시에서는 논술을 보지 않겠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 당선인과 인수위원회,대학 관계자들의 발언을 놓고 일각에서는 "2009학년도 입시에서는 논술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성급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새 정부가 수능등급제를 2009학년도부터 폐지할 경우 논술고사 없이 수능이나 내신만 반영하는 전형을 통해 선발하는 인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능·내신 중심의 전형만 믿고 논술 준비를 게을리하는 것은 '위험한 시도'일 수 있다.

우선 전체 모집인원의 절반가량을 선발하는 수시모집에선 논술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 확실시된다.

논술 준비를 안 하면 '수시'라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얘기다.

정시에서도 논술을 폐지하는 대학의 수가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다.

2009학년도에도 수시·정시를 합쳐 전년도에 논술 전형으로 선발한 인원의 최소 70% 이상은 논술을 치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물론 수능만으로 합격자를 가리는 연세대의 수능우선선발과 같은 전형을 노리는 것도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수능우선선발은 수능에 자신이 있는 수험생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커트라인이 높게 형성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수능만 기대하고 논술 준비를 등한히 했다가 예상 만큼의 점수를 따지 못하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가능성은 뚝 떨어진다.

수능우선선발을 염두에 두더라도 '보험' 차원에서 논술준비에도 어느 정도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뜻이다.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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