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 투자는 마지막에 승차한 투자자가

손해를 뒤집어쓰는 '폭탄 돌리기'나 '러시안 룰렛'과 같은 위험한 도박"
[Make Money] 증시 테마주, 유행인가 광기인가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각종 테마주가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새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책안을 발표할 때마다 신종 테마주가 생기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가급적 테마주에 관한 언급을 피한다.

상식에서 벗어나는 테마주의 주가 급등 현상을 똑 부러지게 설명하기 힘든 까닭이다.

반면 투자자들은 비이성적으로 열광한다.

테마주는 종종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하지만 지나치면 시장을 흐리는 요인이 된다.

그래서 테마주를 유행으로 보는 이도 있고, 광기로 우려하는 이도 있어 논쟁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테마주가 살아 움직이는 주식시장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존재라는 것이다.

테마주의 정의와 종류, 생성·소멸 과정을 살펴보면 주식시장과 투자심리의 연결고리를 알 수 있다.

⊙ 테마주의 작동 원리는 '군중심리'

테마(theme)는 창작이나 논의의 중심 과제나 주된 내용을 말한다.

이런 사전적 의미를 적용하면 테마주란 어디 가나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주로 이야기하는 종목군이 될 수 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경제, 정치, 사회 등의 어떤 이슈로 인해 주식시장에서 갑자기 관심을 받아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군을 말한다.

새로운 사건이나 현상이 발생하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경향은 주식시장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주가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보통 실적(기업의 경영 성적)과 수급(해당 기업 주식의 수요·공급)을 '쌍두마차'로 꼽는다.

테마주로 분류됐다고 실적이 갑작스레 좋아지진 않지만 수급은 얘기가 달라진다.

투자자들이 그동안 거들떠보지 않다가도 테마주로 엮이면 주식을 사려고 기를 쓰기 때문이다.

주가는 이런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군중심리에 좌우된다.

테마주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모아지면 주가는 자연스럽게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모두들 사려고만 한다면 주가는 그 기세만으로 상한가를 기록하게 된다.

혼자 너무 앞서가거나 뒤진다면 투자에 성공할 수 없다.

다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 것인지 살 것인지, 대세 흐름을 맞히면 투자에 성공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손실이 불가피하다.

급격히 변하는 테마주로 대세를 읽으면서 여타 투자자와 눈높이를 맞추는 능력을 키울 수도 있다.

테마주처럼 군중심리를 곧바로 반영하는 종목군도 없다.

⊙ 테마주의 변이… 바이오→연예인→자원개발→재벌→대선

주식시장에서 테마주는 셀 수 없이 다양하다.

가장 쉬운 예로 '광우병 테마주'를 들 수 있다.

유럽의 이탈리아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한성기업, 대림수산 등 수산주와 하림, 마니커 등 닭고기주가 일제히 급등한다.

먼 나라 일이라고 해도 광우병이 발발하면 아무래도 쇠고기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생선과 닭고기를 많이 소비할 것이란 기대심리 때문이다.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쇠고기의 대체재로 각광받는 수산주와 닭고기주의 희비가 갈린다.

닭고기주는 울상을 짓고 수산주는 콧노래를 부른다.

최근까지 주식시장을 강타한 대표적인 테마로 '유명인 테마주'를 꼽을 수 있다.

2006년 3월 영화배우 배용준이 코스닥 상장회사 키이스트를 인수하자 '욘사마 열풍'은 증시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당시 키이스트 주가는 12일 연속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비, 장동건, 하지원, 권상우 같은 스타들의 위력도 만만치 않았다.

유명인 테마는 연예인으로 시작했지만 지난해 재벌 후손으로 옮겨왔다.

LG나 SK 두산 등 재벌가의 후손들이 상장사를 인수하자 주가는 훨훨 날았다.

특히 LG 가문의 3세인 구본호 범한판토스 대주주의 위력이 돋보이며 시장에 '구본호 효과'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이 밖에도 황우석 열풍에 의한 '바이오 테마주'와 고유가로 인한 '자원개발 테마주' 등이 최근 몇 년 사이 증시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냈다.

요즘엔 단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테마의 중심이다.

대통령 선거 전에는 각 후보들 테마주가 각각 형성되더니 최근에는 인수위원회의 정책 발표에 테마주가 매일 양산되고 있다.

일찌감치 주목받았던 대운하 관련주에 이어 신 교육정책에 따른 사교육시장 활성화 기대에 '교육주'가 떴다.

또 인수위가 새만금 개발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추진할 것이라는 소식에 '새만금 테마주'가 급등했고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LPG(액화석유가스)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하이브리드차 테마주'가 형성됐다.

신문·방송 겸업 가능 소식은 신문 계열사 주가를 끌어올렸다.

테마주는 이처럼 다양하지만 하루에 여러 가지 테마가 공존하지는 않는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여러 테마주로 나뉘었다면 그만큼 테마의 강도는 약해진다.

앞으로 무슨 테마가 뜰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어떤 테마주가 뜰 것인지 정확히 예측할 수만 있다면 너도 나도 부자가 됐을 것이다.

⊙ 유행 넘어선 광기(?),'가능하면 연예인 구경하듯'

사실 테마주 급등은 해당 기업의 실적과 같은 기업 펀더멘털로 따지면 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다.

대부분은 유행을 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으로 상황이 종료된다.

짧은 순간에 급등했던 주가는 관심 밖으로 밀리면서 급격하게 떨어진다.

결국 제 자리다.

배용준 효과로 8만원대까지 올랐던 키이스트는 추락을 거듭하며 1년 만에 5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런 높은 투자 위험 때문에 테마주가 아무리 매력적으로 보여도 투자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지만 테마주 열풍은 수년째 식을 줄 모른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선진 주식시장에도 테마주는 있지만 우리나라만큼 테마주가 강세를 보이는 곳도 없다"며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유독 대박 환상에 젖어 있고 투자보다는 투기에 몰두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열풍에 편승하는 것은 투자자뿐만이 아니다.

상장사들도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각종 테마에 편입되길 바라는 눈치다.

코스닥 A기업의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새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면 통신선, 전기선 등이 설치되어야 하는 만큼 우리도 대운하 수혜주"라고 주장할 정도다.

이쯤 되면 국내 테마주 열풍은 유행을 넘어선 광기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정 부장은 "테마주 투자는 마지막에 승차한 투자자가 손해를 뒤집어쓰는 '폭탄 돌리기'나 '러시안 룰렛'과 비슷한 위험한 도박"이라며 "기업가치 상승과 연결되지 않는 테마주는 그냥 연예인 구경하듯 지나치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조진형 한국경제신문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