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신문·방송·인터넷 융합은 세계적 추세"

반 "언론 사유화…여론 독점현상 심화될 것"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 즉 신문법을 폐지하고 대체 입법을 추진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언론의 자율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미디어의 산업적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신문법을 폐지하고 대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

대체 입법에는 매체융합 등 언론환경 변화에 대비해 신문·방송 겸영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체계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해 신문지원기관을 통합하며,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조항 등 위헌 결정이 난 조항을 정비하는 내용이 담긴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실천하는 수순이기도 하지만 시대착오적 악법은 지속될 수 없다는 역사의 흐름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며 크게 반기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일부에서는 "여론의 다양성과 언론의 공공성 훼손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방송을 겸영할 수 있는 신문사가 몇 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할 때 신문·방송 겸영은 여론독과점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방송과 통신 등이 융합하는 시대를 맞아 미디어업계의 경제적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공익적 기능을 가진 언론을 무조건 시장논리에만 맡겨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언론의 시장기능 강화와 공익적 기능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바로 논란의 핵심이다.

⊙ 반대 측,"시장기능 강화 명분으로 공익기능 약화시켜선 안 돼"

언론노조 측은 "신문법 개정은 족벌언론이 이명박 정권과 손잡고 언론 전반을 사유화하려는 시도"라며 "신문시장이 자율적 자정능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여론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마저 없애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대통합민주신당도 "여론의 독과점 금지와 경영 투명성 등을 위한 신문법을 폐지하려는 것은 이명박 후보를 도와준 메이저 보수 언론의 보훈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신문·방송 겸영 허용은 가뜩이나 심각한 여론 독과점 현상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한다.

신문·방송 겸영 금지는 헌법재판소도 합헌으로 판정했으므로 문제가 없으며 위헌으로 판단한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 등 일부 조항만 보완하면 된다고 강조한다.

다매체시대가 되면서 미디어 업계의 경제적 역할이 커지는 건 사실이지만 시장기능 강화를 명분으로 언론의 공익적 기능을 약화시켜서는 결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새 정부는 신문법 폐지를 거론하기에 앞서 독과점 구조 등 기존 질서를 바로잡을 근본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 찬성 측,"개혁입법 아니라 비판언론에 재갈 물리기 위한 악법"

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2005년 7월28일부터 시행한 신문법은 이른바 '개혁입법'이라는 허울을 썼지만 실은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것으로, 입법 동기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장 점유율이 60%가 넘는 상위 3개 신문사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신문발전기금 지원대상에서 배제해 버린 신문법 조항이 2006년 6월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정을 받은 것은 이러한 태생적 결함의 소산이라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신문사 경영자료를 신문발전위원회에 신고토록 의무화하고, 국민 세금을 특정 언론사들에 지원하고, 세금으로 특정 신문을 배달해주는 반민주적 조항들이 수두룩한 신문법은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체 입법은 신문사 등록 절차와 발행요건 등만 최소한으로 규정하는 절차법으로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신문·방송·통신·인터넷의 융합은 세계적 추세인 만큼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 정부는 언론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시대 흐름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언론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 시대흐름 맞춰 매체융합 허용하고 신문법 손질해야

언론산업도 경쟁을 피할 수는 없다.굳이 외국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방송과 통신과 미디어가 융합하는 시대에 자기 영역에만 머물러 있도록 규제를 가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그렇다고 언론을 시장논리에만 맡기는 것도 위험하다.

언론은 본질적으로 공장에서 생산하는 상품과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도 이제는 매체융합을 허용하고 신문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특정 언론에 힘을 실어 주거나 기존 정책에 대한 한풀이 식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더욱이 다원화 사회에 필요한 건전하고 다양한 언론의 존재를 위협하는 조치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번 기회에 진정한 언론의 발전과 미래를 지향하는 대체 입법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신문법=정기간행물 발행의 자유와 독립보장, 사회적 책임 등을 규정한 것으로, 원명은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이다.

언론기본법 대신 제정된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정간법)'을 전면 개정해 만든 법으로, 2005년 7월28일 시행에 들어갔다.

겸영(兼營)금지, 시장지배적 사업자, 신문발전위원회 설치, 신문발전기금 설치, 신문유통원 설립 등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다.

◆신문법에 대한 헌법소원=신문법이 언론자유를 침해한다며 조선일보사와 동아일보사 등이 낸 것으로, 2006년 6월 29일 헌법재판소는 1개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이 3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이 60% 이상일 때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한 신문법 17조는 위헌이라고 판정했다.

신문사의 복수소유를 금지한 신문법 15조 3항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독과점 업체를 말하며 현행 공정거래법상으로는 매출액과 점유율 등 두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시킬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된다.

단일품목의 매출액이 500억원을 넘는 업체이며, 한 회사의 매출액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매출액 상위 3개사의 점유율이 75%를 넘어야 한다.

단 상위 3개사 중 매출액 점유율이 10% 미만인 업체는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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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1월8일자

새 정부의 미디어 정책이 신문법을 대체할 새로운 법안을 마련하고 신문과 방송의 겸영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8일 문화관광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와 인수위 발표에 따르면 인수위 측은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의 대체 입법을 추진하는 방안에 반대하지 않아 대체 입법이 합의 내용으로 채택됐다.

또 대체 입법에는 매체융합 등 언론환경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신문·방송 겸영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라고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말했다.

이에 따라 2005년 1월 제정된 신문법은 일부 조항의 위헌 결정 등 굴곡을 거친 끝에 입법 3년 만에 대대적인 수술을 받아 새로 태어나게 됐다.

신문법은 헌법재판소가 2006년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17조)과 겸영 금지 조항(15조 2항과 3항)에 각각 위헌과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렸던 터라 이미 개정이 불가피했던 데다 차기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따라 대대적으로 바뀔 것으로 신문업계가 예상했던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후보 시절 내건 공약과 TV 토론에서 미디어 시장 역시 자유경쟁을 통한 성장을 중시해 소유제한 등을 풀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던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예견된 움직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