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이냐 변화냐' …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점입가경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울 것인가.
아니면 '검은 열풍' 오바마 상원의원이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미 대통령에 오를 것인가.
전 영부인이기도 했던 힐러리는 정치 경륜을, 오바마는 새로운 변화를 내세우며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다투고 있다.
이달 막을 올린 미국 민주·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이 두 예비 후보의 경쟁으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경선 초반 성적은 1 대 1.
유력 후보로 꼽히던 힐러리는 지난 8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꺾고 득표율 1위에 올랐다.
지난 3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오바마에게 패배, 충격적인 3위에 몰렸고 각종 여론 조사에서 10%포인트까지 뒤졌던 것에 비하면 예상 밖의 승리였다.
따라서 경선전의 대세가 걸린 오는 2월5일 '슈퍼 화요일'에 매진할 수 있는 극적인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분석됐다.
⊙ 경륜 앞세운 힐러리의 역전승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힐러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 뉴햄프셔가 나에게 안겨 준 '제자리로의 복귀'를 미국에도 제공해야 할 때"라면서 "내일 아침 일어나서 소매를 걷어붙이고 계속 전진하자"며 지속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힐러리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경륜을 강조하던 선거 전략을 바꿔 오바마가 '변화'를 이룰 능력을 가진 인물인지 의혹을 제기하는 등 공격적인 선거 운동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 참모진을 대폭 교체하며 전열도 가다듬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힐러리가 전날 유권자들과 대화 도중 눈물을 흘린 것이 뉴햄프셔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힐러리는 지난 7일 유권자들과의 만남에서 '정말 힘들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극히 이성적이었던 자신의 이미지를 깨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 것.
특히 여성 유권자들이 수세에 몰리던 힐러리를 구해내기 위해 한 표 행사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힐러리를 '또 다른 돌아온 아이(Another Comeback Kid)'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번 승리를 16년 전 남편인 빌 클린턴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계기로 다시 승기를 잡아 나가기 시작한 것과 연관시킨 것.
힐러리의 뉴햄프셔 경선 승리는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시나리오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 오바마 '검은 열풍' 여전히 거세다
반면 올 들어 불기 시작한 '오바마 돌풍'은 다소 제동이 걸렸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 꿈을 키워 온 오바마는 지난 3일 백인 유권자가 90% 이상인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승리한 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분위기를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미국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백인들의 세계를 더 깊이 파고들지 못한 채 소수계 출신 후보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오바마는 뉴햄프셔에서 패배가 확정된 뒤 기자회견을 통해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을 해 냈다"며 "지금 미국에선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줄곧 외쳐 온 '변화'를 거듭 역설한 셈이다.
한 차례 패배에도 '검은 열풍'이 쉽사리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백인이 압도적 다수인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함으로써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전국 지지도에서 힐러리에 비해 10% 이상 뒤졌던 오바마는 최근 갤럽의 조사에서는 힐러리와 같은 3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오바마의 정치적 상승은 흑인은 물론 히스패닉, 아시안계 등 미국 내 소수 인종들에게 정치 참여의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그는 미국 유권자들의 마음 속에 미국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바꿔 열풍'을 심어 놓았고, 변화의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특히 젊은 층의 유례 없는 지지율은 젊은 외모와 다문화적 배경, 화려한 언변, 연설에 담긴 자유주의 성향의 메시지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힐러리에 비해 부족한 경륜과 아직 확실히 증명되지 않은 능력이 단점으로 꼽힌다.
경륜이냐 변화냐.
민주당 경선에서 누가 최종적으로 웃게 될 것인지는 20여개 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열리는 다음 달 5일 '슈퍼 화요일'을 기점으로 윤곽이 그려질 전망이다.
김유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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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빌 클린턴의 따라쟁이?
버락 오바마가 16년 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유세를 따라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상원의원이 1992년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공적인 유세 메시지와 방식을 따라하고 있다고 9일자로 보도했다.
변화를 주창하고 희망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둘이 많이 유사하다는 것.
클린턴은 1992년 대선에서 "이번 선거는 우리의 당이나 국가의 변화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었고 오바마 또한 "변화를 요구하는 수백만 명의 목소리를 어떤 장애물도 막을 수 없다"며 '바꿔' 열풍을 일으켰다.
당시 45세였던 클린턴 전 대통령은 전후 베이비붐 세대 정치인의 대표 주자가 됐고 올해 46세인 오바마는 베이비붐 이후 세대 정치인의 상징으로 나섰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희망을 강조한 것과 마찬가지로 오바마도 자신을 여기까지 이끈 것은 희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담대한 희망'이라는 자서전을 내놓기도 했다.
클린턴이 중산층에 대한 감세 정책을 내놓으며 중도적 이미지를 만들어 낸 것도 오바마가 참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급진적인 아웃사이더가 아닌 믿을 만한 후보로서 자리 잡기 위해서다.
오바마가 떠오르는 배경 역시 비슷하다.
경제 전망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국가적인 방향에 불만이 컸던 1992년의 정치 상황과 지금이 유사하다는 것.
오바마의 '클린턴 따라하기'가 효과를 거두는 한 요인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오바마가 내놓은 것이 정책이라기보다는 기대를 담은 공약에 가깝기 때문에 도전의 시기를 맞고 있다고 신문은 평했다.
대통령이 되면 실제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더 구체적인 답을 내놓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오바마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그가 실제 정책을 놓고 보다 깊이 있는 연설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울 것인가.
아니면 '검은 열풍' 오바마 상원의원이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미 대통령에 오를 것인가.
전 영부인이기도 했던 힐러리는 정치 경륜을, 오바마는 새로운 변화를 내세우며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다투고 있다.
이달 막을 올린 미국 민주·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이 두 예비 후보의 경쟁으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경선 초반 성적은 1 대 1.
유력 후보로 꼽히던 힐러리는 지난 8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꺾고 득표율 1위에 올랐다.
지난 3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오바마에게 패배, 충격적인 3위에 몰렸고 각종 여론 조사에서 10%포인트까지 뒤졌던 것에 비하면 예상 밖의 승리였다.
따라서 경선전의 대세가 걸린 오는 2월5일 '슈퍼 화요일'에 매진할 수 있는 극적인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분석됐다.
⊙ 경륜 앞세운 힐러리의 역전승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힐러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 뉴햄프셔가 나에게 안겨 준 '제자리로의 복귀'를 미국에도 제공해야 할 때"라면서 "내일 아침 일어나서 소매를 걷어붙이고 계속 전진하자"며 지속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힐러리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경륜을 강조하던 선거 전략을 바꿔 오바마가 '변화'를 이룰 능력을 가진 인물인지 의혹을 제기하는 등 공격적인 선거 운동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 참모진을 대폭 교체하며 전열도 가다듬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힐러리가 전날 유권자들과 대화 도중 눈물을 흘린 것이 뉴햄프셔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힐러리는 지난 7일 유권자들과의 만남에서 '정말 힘들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극히 이성적이었던 자신의 이미지를 깨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 것.
특히 여성 유권자들이 수세에 몰리던 힐러리를 구해내기 위해 한 표 행사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힐러리를 '또 다른 돌아온 아이(Another Comeback Kid)'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번 승리를 16년 전 남편인 빌 클린턴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계기로 다시 승기를 잡아 나가기 시작한 것과 연관시킨 것.
힐러리의 뉴햄프셔 경선 승리는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시나리오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 오바마 '검은 열풍' 여전히 거세다
반면 올 들어 불기 시작한 '오바마 돌풍'은 다소 제동이 걸렸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 꿈을 키워 온 오바마는 지난 3일 백인 유권자가 90% 이상인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승리한 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분위기를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미국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백인들의 세계를 더 깊이 파고들지 못한 채 소수계 출신 후보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오바마는 뉴햄프셔에서 패배가 확정된 뒤 기자회견을 통해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을 해 냈다"며 "지금 미국에선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줄곧 외쳐 온 '변화'를 거듭 역설한 셈이다.
한 차례 패배에도 '검은 열풍'이 쉽사리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백인이 압도적 다수인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함으로써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전국 지지도에서 힐러리에 비해 10% 이상 뒤졌던 오바마는 최근 갤럽의 조사에서는 힐러리와 같은 3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오바마의 정치적 상승은 흑인은 물론 히스패닉, 아시안계 등 미국 내 소수 인종들에게 정치 참여의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그는 미국 유권자들의 마음 속에 미국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바꿔 열풍'을 심어 놓았고, 변화의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특히 젊은 층의 유례 없는 지지율은 젊은 외모와 다문화적 배경, 화려한 언변, 연설에 담긴 자유주의 성향의 메시지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힐러리에 비해 부족한 경륜과 아직 확실히 증명되지 않은 능력이 단점으로 꼽힌다.
경륜이냐 변화냐.
민주당 경선에서 누가 최종적으로 웃게 될 것인지는 20여개 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열리는 다음 달 5일 '슈퍼 화요일'을 기점으로 윤곽이 그려질 전망이다.
김유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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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빌 클린턴의 따라쟁이?
버락 오바마가 16년 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유세를 따라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상원의원이 1992년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공적인 유세 메시지와 방식을 따라하고 있다고 9일자로 보도했다.
변화를 주창하고 희망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둘이 많이 유사하다는 것.
클린턴은 1992년 대선에서 "이번 선거는 우리의 당이나 국가의 변화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었고 오바마 또한 "변화를 요구하는 수백만 명의 목소리를 어떤 장애물도 막을 수 없다"며 '바꿔' 열풍을 일으켰다.
당시 45세였던 클린턴 전 대통령은 전후 베이비붐 세대 정치인의 대표 주자가 됐고 올해 46세인 오바마는 베이비붐 이후 세대 정치인의 상징으로 나섰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희망을 강조한 것과 마찬가지로 오바마도 자신을 여기까지 이끈 것은 희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담대한 희망'이라는 자서전을 내놓기도 했다.
클린턴이 중산층에 대한 감세 정책을 내놓으며 중도적 이미지를 만들어 낸 것도 오바마가 참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급진적인 아웃사이더가 아닌 믿을 만한 후보로서 자리 잡기 위해서다.
오바마가 떠오르는 배경 역시 비슷하다.
경제 전망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국가적인 방향에 불만이 컸던 1992년의 정치 상황과 지금이 유사하다는 것.
오바마의 '클린턴 따라하기'가 효과를 거두는 한 요인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오바마가 내놓은 것이 정책이라기보다는 기대를 담은 공약에 가깝기 때문에 도전의 시기를 맞고 있다고 신문은 평했다.
대통령이 되면 실제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더 구체적인 답을 내놓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오바마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그가 실제 정책을 놓고 보다 깊이 있는 연설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