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물류비 절감하고 내륙 경제개발 효과 커"

반 "공사비 많이 들고 환경 파괴될 수도 있어"

새해 벽두부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대운하 태스크포스(TF) 상임고문인 이재오 의원은 "운하 자체를 반대한다는 의견은 수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는가 하면,인수위 대운하 특위는 건설업계에 대운하 사업참여를 요청하고 나섰다.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원회 측이 한반도 대운하건설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민주노동당 등은 "대운하 사업의 타당성부터 재검토하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환경단체 또한 "대운하 건설로 환경이 파괴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며 "개발도상국에서나 가능한 군사작전식 밀어붙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선인 측에서 정부 출범 초기에 국정운영의 틀을 짜야 한다며 공약 수행에 속도를 내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운하 사업은 공사비를 비롯해 경제성 환경문제 등 여러 측면에서 찬반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당선인 측에서 사업을 기정사실화하고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는게 과연 능사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 찬성 측,"물류비 절감하고 내륙경제 살려"

대운하 사업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운하 건설의 목적은 물류비용을 낮추고 내륙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며 "국운 융성을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사업"이라고 주장한다.

경부운하가 개설되면 2020년까지 수도권과 부산항 간 물동량의 15~20%를 흡수해 물류비용을 현재의 3분의 1로 낮출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마디로 고속도로나 철도를 새로 놓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내륙에 레저·관광을 비롯한 연관산업의 발달로 7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고,강바닥에 쌓인 썩은 토사와 오염물질을 걷어내 수질을 개선하는 등 환경보호 효과 또한 크다고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모든 국책사업은 반대 여론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반대 여론을 무조건 뿌리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설득하고 홍보하면서 추진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지적한다.

이번 사업은 물길을 바꾸는 게 아니고 복원하는 것으로 공약집에도 명시돼 있는 만큼 국민투표에 붙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 반대 측,"경제성 없고 생태환경 파괴하며 부동산 투기심리 부추겨"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반대 측은 우선 서울에서 부산까지 19개 갑문을 통과해야 하는 경부운하가 수송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경제적 타당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운하보다는 연안을 따라 바닷길을 이용하는 게 훨씬 더 경제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생태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국민의 3분의 2가 이용하고 있는 한강과 낙동강의 식수원을 오염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국토균형개발사업이 온 나라를 투기판으로 만들었듯이, 대운하 사업도 투기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환경단체들과 대통합민주신당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까지 부정적 입장을 보일 정도로 논란에 휩싸인 운하사업의 추진을 기정사실화하고 구체적 일정을 제시하는 것은 법적 절차를 무시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는다.

특히 당선인이 "집권하면 세계적 전문가들에게 한번 더 치밀하게 검토시키겠다"고 약속한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 국민을 설득시키고 동의를 구하는 게 대운하사업의 성공 관건

대운하 사업은 주요 강의 물길을 바꾸고 국토지형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오는 대역사인 것은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일단 사업에 손을 대면 국토를 원상회복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1990년대 중반 처음 제기된 이후 줄곧 찬반논란에 휩싸여 온 것도 바로 그러한 연유에서다.

더욱이 대선 과정에서 벌어진 논쟁은 정치적 공방에 그쳤을 뿐 구체적 내용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그런 만큼 치밀한 검토와 준비를 거쳐 시작하는 것이 마땅하다.

인수위가 내달 초에 운하 전문가와 반대론자들까지 참가하는 대규모 토론회를 열기로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토론회가 열리기도 전에 대운하 건설을 기정사실화한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 임기 내 경부·충청·호남 운하를 모두 완공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완공시기까지 촉박하게 잡을 경우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대운하사업을 성공시키려면 국민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게 급선무다.

국민의 소리부터 경청해야 한다는 얘기다.

예비 타당성조사 등 법에 규정된 절차를 준수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섣부른 발언을 쏟아낼 게 아니라 대운하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한번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으면 안된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대운하=배를 운항하기 위해 육지에 파놓은 큰 물길을 말하며 교통기관으로 취급된다.

기능적으로는 수운용과 관개용으로 크게 구별된다.

구조적으로는 수에즈운하와 같이 운하의 높이가 평평한 수평운하와 파나마운하와 같이 높이가 달라 중간에 갑문을 설치한 유문운하로 나뉜다.

한반도대운하사업=경부운하(문경새재 부근 해발 140m에서 20.5㎞의 터널을 뚫어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총연장 553㎞의 수로)와 호남 운하(금강과 영산강을 잇는 200㎞의 물길)를 금강에서 연결하고, 한강에서 경인운하를 연결시키며,장기적으로는 북한에도 운하를 뚫어 신의주까지 한반도 전체를 운하로 연결시키겠다는 계획.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공약으로 제안한 것이다.

라인·마인·도나우운하=1992년 9월25일 개통된 유럽의 라인·마인강과 다뉴브(도나우)강을 연결하는 171㎞의 운하로,이니셜을 따 'RMD운하'로도 불린다.

1961년에 공사가 시작돼 31년 만에 북해와 흑해 간 유럽대륙을 관통하는 총 3500㎞의 물길이 하나로 이어졌다.

경부운하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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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1월8일자 A3면

건교부는 7일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에 운하 주변에 조성될 기업도시 개발권을 주겠다는 계획도 밝힐 계획이다.

민자사업의 수익성을 높여 대운하 프로젝트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등 한반도 대운하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빅5 외에 다른 건설사와 금융회사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대운하 사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도시 개발권은 총선후 오는 6월 임시국회에 상정될 '한반도 대운하 특별법'에 명시될 예정이다.

기업도시 후보지로 유력한 곳은 한반도 대운하를 따라 들어서는 내륙항의 주변 배후도시로 추정된다.

기업도시는 1만∼5만명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명박 당선인 측의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에 따르면 내륙항에는 여객 및 화물터미널,내항 배후컨테이너 집적장 등과 같은 수상물류 인프라가 들어선다.

기업도시는 내륙항을 지원하는 서비스산업과 주거단지 등으로 구성되는 배후단지 형태로 조성될 전망이다.

현재 내륙항 후보지는 충주 문경 상주 구미 대구 밀양 등이다.

김문권 한국경제신문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