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기업 투자환경 개선 기대감

완만한 성장 예상…물가 불안이 복병

외환위기 속에서 새해를 맞았던 1998년부터 10년 동안 내내 우리는 "경제가 안 좋다"는 소리를 귀가 아프도록 들어야 했다.

"경제를 꼭 살리겠습니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정부로 새출발하는 올해는 어떨까.

⊙ 기업 투자 환경 바뀐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기업인 출신인 내가 대통령이 된 만큼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당선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분위기 전환이 이뤄질 것이란 얘기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도 5년 전 취임 일성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것이 '미끼(정책 수단)'만 잘 던지면 되는 문제로 생각했고,낚싯대를 드리우고 싶은 마음(기업가 정신)이 들게 하는 데에는 무관심했다.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출자총액제한으로 묶었고 툭하면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았다.

모험적인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자 수출이 늘어도 기업들은 기존 설비의 가동률을 높이기만 할 뿐 신규 투자에 나서지는 않았다.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은 그래서 찾아온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가장 먼저 시장 참여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 애쓰는 이 당선인은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는 평가다.

제도로 뒷받침하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다.

⊙ 경제성장률 높일 수 있을까

현재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4%대 후반이라고 대다수의 연구기관이 동의한다.

현 정부 집권기간에 보여준 4~5%의 성장률은 잠재력 수준의 성적표였다는 것이다.

이 당선인이 이끄는 새 정부는 집권 5년간 연평균 7% 성장률 달성을 공약했다.

우선 올해는 6%까지 올리고 내년과 내후년에 더욱 고삐를 바짝 당겨 '평균 점수'를 끌어올린다는 설명이다.

이는 단순 계산만으로도 잠재성장률에 1~1.5%포인트를 더 보태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작년 말 주요 경제전망 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반기별로는 상반기에 성장률이 높고 하반기에 낮아지는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이 예상된다.

따라서 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으로 경제 환경이 크게 바뀌어 하반기 경기가 꺼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상승 추세를 이어간다면 6% 성장도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 물가불안이 복병

다만 기업 투자가 늘어날 경우 물가가 오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게 걱정거리다.

지난해 12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6% 올랐다.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범위(2.5~3.5%)를 벗어난 것이다.

새해 물가도 매우 불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나들며 어디로 튈지 모르고 곡물값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여기에 국내 기업 투자가 늘면서 생기는 총수요 증가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까지 더해질 경우 충격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투자 촉진으로 국내총생산(GDP)이 늘더라도 물가가 가파르게 뛰면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다.

성장과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잡기에 실패할 경우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살려줄 것이라는 기대는 언제든 실망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차기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kh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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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2008년 대전망 - 경제
●세계경제


미국 상반기 바닥찍고 회복

일본 2% 견조한 성장

유럽 재상승·하락 갈림길

올해 세계경제는 말 그대로 '기로'에 섰다.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지느냐,일본 경제의 회복에 브레이크가 걸리느냐,유럽 경제가 상승 반전하지 않고 계속 하강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만큼 세계경제 전망이 어둡다는 얘기다.

호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불황이 찾아오는 것은 당연하다.

변함없는 경제 법칙이다.

하지만 불황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연착륙(Soft Landing)이니,신경제(New Economy)니 하는 용어가 만들어진 이유다.

올해는 그러나 둘러댈 변명이 별로 없을 것 같다.

경기침체(recession)가 아닌 경기둔화(slow down)만 돼도 좋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7% 경제성장' 공약을 내건 이명박 새 정부가 '올해는 6%'만 되어도 만족하겠다며 신중해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제분야에선 이미 글로벌 시대가 열렸다.

올해 미국 경제는 상반기에 바닥을 친 뒤 하반기에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실업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물가도 불안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기침체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역시 미국 경제의 가장 큰 관심은 실제 경기가 침체상태로 빠지느냐 여부다.

경기침체란 2분기 연속 성장률이 마이너스(전분기 대비 기준)를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이 54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경기침체 확률은 38%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아직은 우세하다.

성장률이 급락하겠지만 뒷걸음질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월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들은 올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이 바닥을 헤매겠지만 3분기부터는 서서히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경제는 올해 2% 정도의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엔고(高)도 지속돼 연말엔 달러당 107엔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 정부는 2007년 실질 경제성장률을 1.3%로 최근 내다봤다.

당초 예상치는 2.1%였다.

그러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으로 인한 소비 위축과 고유가 영향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췄다.

때문에 2002년 초부터 시작된 일본의 경기회복세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올해 일본 경제가 2% 수준의 정상적 회복세로 돌아올 것으로 점치고 있다.

유럽 경제도 올해가 재상승이냐,하락이냐의 방향을 가름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실업률은 떨어지고 있지만 물가상승 압력이 더해져 유럽 각국의 경제운용이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11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 유로존(유로화를 통용하는 13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유로존을 포함한 27개 EU 회원국 전체 성장률도 작년 2.9%에서 올해는 2.4%로 하락할 것으로 관측했다.

집행위는 성장세가 완만해지고 있으며 최근 들어 둔화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세계 증시에는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주식이 투자수익률 면에서 채권보다 나은 한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국제 유가는 세계경제 부진으로 수요가 감소할 수 있지만 시장 변동성이 워낙 커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나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가 조심스럽게 인상되는 것을 계속 허용할 뿐 한꺼번에 대폭 절상시키는 조치를 취하진 않을 것 같다.

장규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