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 백악관주인 결정

기나긴 대선 장정은

美 민주주의 전통을 상징
[Global Issue] 막 올린 미국 대선 레이스…어떻게 치뤄지나
새해를 맞은 미국인들의 관심은 온통 중서부의 아이오와주로 쏠렸다.

미국 대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3일(현지시간) 열렸기 때문.

오는 11월에 열리는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에 어떤 후보를 내보낼 것인지 결정하는 첫 무대다.

이날 취재를 위해 몰린 언론사만 2500개 이상.

미국의 새 지도자를 뽑기 위한 기나긴 여정이 이같이 뜨거운 관심 속에서 막을 올렸다.

영부인이었던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현재의 우세를 계속 유지한다면 미국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노리고 있는 같은 당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도 만만치 않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들과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이 3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에서는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전의 영웅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도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하지만 이들 중 누가 최종적으로 백악관의 주인이 될 것인지는 11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미국 국민들도 헷갈려 할 만큼 복잡하고 기나긴 대선 장정은 미국 민주주의의 전통을 상징한다.

하지만 시대착오적이고 비민주적인 선거제도라는 이유로 논란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 후보 경선-코커스와 프라이머리란?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대통령 후보를 정하기 위해 먼저 예비선거가 펼쳐진다.

경선 방식은 지역에 따라 코커스(caucus·당원대회)와 프라이머리(primary·예비선거)로 다르다.

민주당의 경우 아이오와주를 비롯한 19개 주에서 코커스를 열고,뉴햄프셔주 등 36개 주나 지역에서는 프라이머리를 치른다.

코커스는 당원들만 투표하지만 프라이머리는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들도 참여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코커스나 프라이머리에서는 간접선거 방식을 택하고 있다.

당원이나 일반 유권자들은 예비 후보에게 직접 투표하지 않고 대의원에게 표를 던진다.

각 지역에서 뽑힌 대의원들이 8~9월 전당대회에서 본선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예비선거는 각 주의 법률에 따라 형식과 절차가 다르다.

전통적으로 가장 먼저 후보 경선을 실시하는 곳이 아이오와와 뉴햄프셔다.

이곳의 결과가 미국 대선의 판도를 가늠하는 풍향계로 작용한다.

아이오와주에서는 예비선거 결과 지지율 15%에 미달한 후보를 탈락시키고,탈락한 대선 주자를 지지한 사람에게 다른 후보를 선택할 기회를 준다.

이어 미시간,네바다,사우스캐롤라이나,플로리다 등의 순서로 경선이 계속된다.

다음 달 5일은 뉴욕,캘리포니아,뉴저지 등 24개 주에서 일제히 경선을 치른다.

'슈퍼 화요일'로 불리는 이날 양당의 대선 후보가 거의 판가름 난다.

⊙ 후보지명 전당대회-대의원이 후보 선출

프리이머리나 코커스에서 뽑힌 민주당과 공화당 대의원들은 하반기 전당대회에 참석,11월 본선에 나설 당 후보를 공식 지명한다.

민주당은 8월25~28일 콜로라도주 덴버의 펩시센터에서 전당대회를 연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9월1~4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리버센터에서 열린다.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려면 양당 모두 대의원 과반수의 득표를 얻어야 한다.

선출된 각 당의 대통령 후보는 수락 연설을 하고 부통령 후보를 지명한다.

⊙ 대통령 선거-선거인단의 간접 선거

전당대회에서 지명된 각 당의 대통령 후보는 11월4일 투표일까지 유세와 토론회 등 선거전을 벌인다.

대통령 선거 당일 유권자들은 주별로 개설된 투표장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데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을 국민들이 직접 뽑는 것이 아니라 '자기 대신 대통령을 뽑을 사람들',즉 선거인단을 선출한다.

간접선거제도다.

선거인단 총수는 538명으로 각주에 2명씩 선출되는 상원의원 100명과 인구비례로 배정된 하원 435명,수도 워싱턴 DC에서 나오는 3명을 합한 숫자다.

선거인단 수가 가장 많은 주는 54명인 캘리포니아주이고 가장 적은 주는 각각 3명인 버몬트,델라웨어,와이오밍,알래스카와 워싱턴 DC 등이다.

김유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

미국 대선 방식은 왜 이렇게 복잡해…연방국가 특성 이해해야

미국의 선거인단제도는 각 주에서 최다수의 일반투표를 얻은 정당이 해당 주에 배당된 선거인을 모두 차지하는 '승자 독식(Unit-rule System)'방식이다.

따라서 되도록 선거인수가 많이 배정된 주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2000년 대선 때 일반유권자들의 표를 더 많이 확보한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에게 패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덩치 큰 주에서 부시 후보가 승리함으로써 선거인단 수에서 밀린 것이다.

선거인단의 과반수인 270표 이상만 얻으면 대통령이 된다는 간단한 셈법이 오히려 함정이 됐다.

50개주 가운데 인구가 많은 순으로 11개 주에서만 이기면 나머지 39개주 유권자의 뜻과는 상관없이 당선된다는 논리도 나온다.

반대로 전국 득표수 총집계에서 다수표를 얻고도 선거인수에 뒤지면 낙선이다.

이 때문에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은 박빙의 승부일 경우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 쉽다.

앨 고어의 패배 이후 미국에서는 선출 방식을 고치자는 논의가 일었다.

전체 민심과 상관없는 비민주적이고 황당한 제도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발달된 민주주의 시스템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왜 이처럼 논란 많은 간접 선거를 치르는 걸까.

각 주의 다양한 목소리를 중시하는 연방제 국가란 점이 이 같은 선거 제도를 우선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은 1787년 인구가 많은 주의 전횡을 막고 연방으로부터 각 주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선거인단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가 분열하지 않으려면 아무리 인구가 적은 주라도 최대한 권리를 보장해줘야 했다.

전국에 4시간의 시차가 있을 정도로 땅덩이가 넓은 것도 이유였다.

직접 선거를 할 경우 투표와 개표에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간접 선거를 택했다는 것.

물론 지금은 정보통신의 발달로 큰 문제가 아니다.

비판자들은 승자 독식 시스템이라도 합리적으로 바꿔야 정확한 민심을 반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선거인단 제도가 지역주의와 분파주의를 막는 효과가 있다며 존속을 외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000년 대선과 같은 결돠는 매우 드문 예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