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 모으기도 재미있게!!! 신나게!!!
모금액 적은 팀에는 벌칙으로 삭발
수갑 채워놓고 모금 목표 달성되면 풀어줘
'산타에게 기부를' 외치며 학교 곳곳 찾아 동참 호소
우리나라 학교의 타율적인 모금문화 이젠 달라져야
연말이면 우리는 그늘진 곳에서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소외계층을 위해 성금을 모은다.
구세군의 자선냄비,유명 연예인을 동원한 김밥 판매,ARS를 이용한 전화 모금,크리스마스 실 판매 등 다양한 모금 방법이 동원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부분 학교는 전통적(?)으로 한 가지 방법을 고집한다.
'내일까지 1000원씩 가져오기:성금 모금 중'이라는 문구를 칠판에 커다랗게 써놓는 것으로 끝이다.
선생님께서 '성금 모금'이니 몇 일까지 거둬오라고 반 대표에게 말하면 반 대표는 그걸 학생들에게 전달할 뿐이다.
'성금'이란 '정성으로 내는 돈'이다.
'칠판에 씌어 있어서''선생님께서 가져오라고 말씀하셔서' 내는 돈은 진정한 의미의 성금이 아니다.
그렇게 모은 성금이 과연 따뜻한 온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서울 H고 지영배군은 "매년 똑같은 방법으로 반장이나 봉사부장이 성금을 걷는다.
한 번은 학생들을 대신해 선생님께서 삼만원 정도를 내신 적도 있다"며 기계적으로 모으는 학교의 성금활동에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해 가을 미국에 유학온 기자는 학교에서 벌이는 다양한 성금 모으기 활동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미국 유타주에 있는 코퍼힐스고교(Copper Hills High School)는 지난해 12월4일부터 20일까지 모금활동을 벌여 무려 2만452달러57센트(약 1900여만원)를 모았다.
어떻게 17일 만에 이런 큰 금액을 모을 수 있었을까?
그 속엔 그들만의 독특하고 신나는 행사가 있었다.
'Sub 4 Santa'란 '산타를 위한 기부'라는 뜻이다.
학생들에게 성금을 권유하는 말이다.
이 학교의 학생회는 독특하게 만든 모금함을 가지고 다니며 학생들에게 성금을 유도했다.
교실은 물론 학교 입구,주차장,식당 강당까지 학생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모금함을 들고 다니며 'Sub 4 Santa'를 외친다.
그러면 학생들은 하나 둘 자신들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동전이나 지폐를 꺼내들어 모금함에 손을 뻗는다.
이들의 성금 유도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학교 식당 입구의 큰 종이에는 예쁘고 잘 생긴 여러 학생의 사진이 나붙어 있다.
물론 이 사진의 주인공들은 학생회 일원이다.
이들이 직접 나서서 다른 학생들의 데이트 상대가 되어 주는 것.
이들 중 누군가와 데이트하고 싶다면 1달러를 기부하고 데이트를 즐기는 것이다.
'경쟁'을 해서 이기면 그 성취욕은 놀랄 만큼 증가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정설이다.
다양한 클럽이 있는 코퍼힐스고교는 학생들에게 깜짝 제안을 했다.
바로 클럽끼리의 대결!
비슷한 성격을 가진 두 클럽은 모금 시작일부터 마지막 날까지 누가 더 많은 성금을 모으는지 열띤 대결을 벌인다.
예를 들면 치어리더와 댄스팀의 대결,중국어 클럽과 프랑스어 클럽의 대결이 그것이다.
모금 기간에 이들은 '클럽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물론 꼭 명예만을 위해서는 아니다.
바로 모금 마지막 날에 있을 '벌칙 아닌 벌칙'을 피하기 위함이다.
학교는 모금 마지막 날 강당에서 총 기부액을 발표하고 작은 축하파티(?)를 연다.
성금을 낸 학생들에게 학교가 고맙다는 표시로 마련하는 작은 선물이다.
이 때 모금 경쟁에서 진 클럽이 벌칙을 받는다.
식초를 탄 물을 마시는 치어리더부터 투명 테이프를 맨 다리에 붙인 후 뜯어내며 괴성을 지르는 풋볼팀,휘핑크림을 온 몸에 붓는 프랑스어 클럽,그리고 꿀을 몸에 바르고 인조 깃털들을 붙여 '치킨 춤'을 추는 합창단까지.
물론 학생들은 이 볼거리를 즐긴다.
성금을 많이 모을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던 끝에 일부 클럽은 '먹거리 장터'를 생각해 냈다.
매일 똑같은 음식을 먹다가 가끔 새로운 무언가를 먹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욕구를 이용한 것.
2달러에 와플과 주스를 함께 판매하는가 하면,큰 마트에서 음료나 쿠키 등을 싼 값에 산 후 학교에서 이윤을 붙여 학생들에게 팔기도 한다.
이런 클럽도 있다.
추운 겨울 날,아침에 학교를 오는 학생들에게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파는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버스를 이용하든 개인 자동차를 이용하든 이들의 얼굴과 손은 꽁꽁 얼어 있고,따뜻한 무언가를 필요로 한다는 사소한 배려에서 마련한 행사다.
이 클럼은 코코아 판매로 많은 성금을 모을 수 있었다.
지난 연말 우리나라 구세군의 모금행사가 구세군이 행사를 시작한 후 79년 만에 처음으로 목표금액에 미달했다고 한다.
만일 사람들이 성금을 '내가 내야 하는 돈'으로 생각하지 않고 '내가 낼 수 있는 정성'이라고 생각했다면 구세군 자선냄비는 가득 채워졌을 것이다.
우리의 성금 문화는 학교 교실에서부터 변해야 한다.
선생님이나 학생대표가 '칠판에 써놓고' 걷는 성금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따뜻한 온정을 결코 전할 수 없다.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사랑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위해 학생들부터 스스로 모금 활동을 즐기는 건 어떨까?
2008년은 모두가 따뜻한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주변을 한 번 둘러보자.
정민선 생글기자(미국 코퍼힐스고 2년) haraceolivia@naver.com
모금액 적은 팀에는 벌칙으로 삭발
수갑 채워놓고 모금 목표 달성되면 풀어줘
'산타에게 기부를' 외치며 학교 곳곳 찾아 동참 호소
우리나라 학교의 타율적인 모금문화 이젠 달라져야
연말이면 우리는 그늘진 곳에서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소외계층을 위해 성금을 모은다.
구세군의 자선냄비,유명 연예인을 동원한 김밥 판매,ARS를 이용한 전화 모금,크리스마스 실 판매 등 다양한 모금 방법이 동원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부분 학교는 전통적(?)으로 한 가지 방법을 고집한다.
'내일까지 1000원씩 가져오기:성금 모금 중'이라는 문구를 칠판에 커다랗게 써놓는 것으로 끝이다.
선생님께서 '성금 모금'이니 몇 일까지 거둬오라고 반 대표에게 말하면 반 대표는 그걸 학생들에게 전달할 뿐이다.
'성금'이란 '정성으로 내는 돈'이다.
'칠판에 씌어 있어서''선생님께서 가져오라고 말씀하셔서' 내는 돈은 진정한 의미의 성금이 아니다.
그렇게 모은 성금이 과연 따뜻한 온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서울 H고 지영배군은 "매년 똑같은 방법으로 반장이나 봉사부장이 성금을 걷는다.
한 번은 학생들을 대신해 선생님께서 삼만원 정도를 내신 적도 있다"며 기계적으로 모으는 학교의 성금활동에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해 가을 미국에 유학온 기자는 학교에서 벌이는 다양한 성금 모으기 활동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미국 유타주에 있는 코퍼힐스고교(Copper Hills High School)는 지난해 12월4일부터 20일까지 모금활동을 벌여 무려 2만452달러57센트(약 1900여만원)를 모았다.
어떻게 17일 만에 이런 큰 금액을 모을 수 있었을까?
그 속엔 그들만의 독특하고 신나는 행사가 있었다.
'Sub 4 Santa'란 '산타를 위한 기부'라는 뜻이다.
학생들에게 성금을 권유하는 말이다.
이 학교의 학생회는 독특하게 만든 모금함을 가지고 다니며 학생들에게 성금을 유도했다.
교실은 물론 학교 입구,주차장,식당 강당까지 학생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모금함을 들고 다니며 'Sub 4 Santa'를 외친다.
그러면 학생들은 하나 둘 자신들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동전이나 지폐를 꺼내들어 모금함에 손을 뻗는다.
이들의 성금 유도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학교 식당 입구의 큰 종이에는 예쁘고 잘 생긴 여러 학생의 사진이 나붙어 있다.
물론 이 사진의 주인공들은 학생회 일원이다.
이들이 직접 나서서 다른 학생들의 데이트 상대가 되어 주는 것.
이들 중 누군가와 데이트하고 싶다면 1달러를 기부하고 데이트를 즐기는 것이다.
'경쟁'을 해서 이기면 그 성취욕은 놀랄 만큼 증가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정설이다.
다양한 클럽이 있는 코퍼힐스고교는 학생들에게 깜짝 제안을 했다.
바로 클럽끼리의 대결!
비슷한 성격을 가진 두 클럽은 모금 시작일부터 마지막 날까지 누가 더 많은 성금을 모으는지 열띤 대결을 벌인다.
예를 들면 치어리더와 댄스팀의 대결,중국어 클럽과 프랑스어 클럽의 대결이 그것이다.
모금 기간에 이들은 '클럽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물론 꼭 명예만을 위해서는 아니다.
바로 모금 마지막 날에 있을 '벌칙 아닌 벌칙'을 피하기 위함이다.
학교는 모금 마지막 날 강당에서 총 기부액을 발표하고 작은 축하파티(?)를 연다.
성금을 낸 학생들에게 학교가 고맙다는 표시로 마련하는 작은 선물이다.
이 때 모금 경쟁에서 진 클럽이 벌칙을 받는다.
식초를 탄 물을 마시는 치어리더부터 투명 테이프를 맨 다리에 붙인 후 뜯어내며 괴성을 지르는 풋볼팀,휘핑크림을 온 몸에 붓는 프랑스어 클럽,그리고 꿀을 몸에 바르고 인조 깃털들을 붙여 '치킨 춤'을 추는 합창단까지.
물론 학생들은 이 볼거리를 즐긴다.
성금을 많이 모을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던 끝에 일부 클럽은 '먹거리 장터'를 생각해 냈다.
매일 똑같은 음식을 먹다가 가끔 새로운 무언가를 먹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욕구를 이용한 것.
2달러에 와플과 주스를 함께 판매하는가 하면,큰 마트에서 음료나 쿠키 등을 싼 값에 산 후 학교에서 이윤을 붙여 학생들에게 팔기도 한다.
이런 클럽도 있다.
추운 겨울 날,아침에 학교를 오는 학생들에게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파는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버스를 이용하든 개인 자동차를 이용하든 이들의 얼굴과 손은 꽁꽁 얼어 있고,따뜻한 무언가를 필요로 한다는 사소한 배려에서 마련한 행사다.
이 클럼은 코코아 판매로 많은 성금을 모을 수 있었다.
지난 연말 우리나라 구세군의 모금행사가 구세군이 행사를 시작한 후 79년 만에 처음으로 목표금액에 미달했다고 한다.
만일 사람들이 성금을 '내가 내야 하는 돈'으로 생각하지 않고 '내가 낼 수 있는 정성'이라고 생각했다면 구세군 자선냄비는 가득 채워졌을 것이다.
우리의 성금 문화는 학교 교실에서부터 변해야 한다.
선생님이나 학생대표가 '칠판에 써놓고' 걷는 성금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따뜻한 온정을 결코 전할 수 없다.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사랑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위해 학생들부터 스스로 모금 활동을 즐기는 건 어떨까?
2008년은 모두가 따뜻한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주변을 한 번 둘러보자.
정민선 생글기자(미국 코퍼힐스고 2년) haraceoliv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