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불가피한 조치"

반 "검토없이 졸속 추진…국민공감대 없어"

6급 이하 공무원의 정년 연장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공무원노조 측은 이번 정년연장은 직급별 정년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고,묵묵히 일하는 하급 공무원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동계 또한 공무원 정년연장은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이러한 분위기가 민간부문으로까지 확산돼야 한다고 가세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재계는 공무원 정년연장이 노동시장,특히 민간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졸속 추진되어선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정년 문제는 2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률 등 노동시장 여건을 감안해야 하며,특히 공무원 정년연장은 국민 부담을 늘리고 민간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난 만큼 보다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공무원 정년은 57∼60세로 민간부문에 비해 길 뿐만 아니라 정년까지 사실상 고용이 보장돼 있다.

더욱이 참여정부는 공무원을 무더기로 늘리는 등 정부 조직을 비대화하는 데 앞장서왔다.

공무원이 '철밥통'으로 불리는 것도 바로 그러한 연유에서다.

이에 비해 민간기업 근로자들은 구조조정의 여파 등으로 인해 그나마 규정돼 있는 정년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인 데도 공무원 정년을 과연 연장할 필요가 있느냐는 점이다.

⊙ 반대 "공무원정년 연장하려면 정부조직부터 줄여야"

재계는 고령화사회를 맞아 고령자의 고용안정이 절실한 과제이기는 하지만 공무원 정년연장 문제는 민간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직원들을 대량해고하는 아픔을 겪으며 효율성을 높이려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해온 민간부문과는 달리 신분과 연공서열이 보장된 공무원이 임금구조 개편 없이 정년만 연장한다면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민간부문의 임금피크제 등 고령자 고용안정을 위한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년연장을 검토해도 늦지 않으며 정부가 공무원 정년을 연장하려면 불필요하게 확대한 정부조직부터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정년연장이 정말로 필요하다면,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차기정부에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이번 합의는 국민 입장에서는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공무원연금 문제 등으로 공무원이 눈총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정권 말기의 선심성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 찬성 "급속한 고령화 추세로 정년연장은 불가피한 선택"

이에 대해 노동계는 공공부문의 정년연장이 민간부문의 정년연장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합의를 크게 환영하고 있다.

이번 합의는 외환위기 이후 일방적으로 단축된 하급직 공무원의 정년에 대한 회복 조치이며,이를 계기로 모든 산업에 걸쳐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되기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년이 상대적으로 짧고 그나마 다 채우지 못하는 민간부문과 비교해 공무원의 정년을 연장하는 것에 대해 특혜로 보거나 청년실업 및 비정규직 문제 등과 연계하려는 것은 단견이라고 지적한다.

한 마디로 정년연장과 청년실업 문제는 따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학계도 사회가 고령화추세를 보이는 데도 정년은 짧아지는 추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정년연장이 사회전반에 가져올 파급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도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정년연장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다만 공무원 정년연장은 인건비 총액 부담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 연장 앞서 성과관리시스템 개혁 등으로 철밥통부터 깨야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전반적으로 정년연장 방안을 신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물론 그 예외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대뜸 공무원부터 정년을 늘리겠다고 나서는 것은 곤란하다.

더구나 차기 정부에서 정부조직 개편을 비롯한 작은 정부 만들기가 본격화될 게 뻔한 상황에서 임기 만료를 눈앞에 둔 정부가 정년연장을 하겠다는 것은 선심성 행정이란 의혹을 살 만하다.

따라서 공무원 정년 연장에 앞서 우선 철밥통부터 깨는 일부터 선행돼야 한다.

정년 때까지 일자리가 보장돼 있고,직장을 떠난 후에도 낙하산 인사를 통해 산하기관 임직원으로 연장 근무하는 게 보편화돼 있으며,민간기업에 비해 성과에 따른 차별적 인사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년만 연장하는 것은 철밥통만 더 키워주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능력이 없는 구성원들을 도태시킬 수 있도록 성과관리 시스템부터 고치고 민간기업이 정년 연장의 전제조건으로 채택하고 있는 임금피크제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공무원 정년=조직의 신진대사를 도모하고 행정 능률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무원이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퇴직하게 되는 제도로 국가공무원법 제74조에 규정돼있다.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직 공무원 5급(사무관) 이상은 60세,6급(주사) 이하는 57세이다.

다만 공안직 8급과 9급은 54세,기능직은 57세이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1998년부터 5급 이상은 60세,6급 이하는 57세로 각각 한 살씩 단축됐으며,6급 이하 공무원의 '최장 3년간 정년연장' 제도도 폐지됐다.

임금피크제=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로 워크셰어링(work sharing)의 한 형태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사회문제로 불거진 50대 이상 고령층의 실업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고 기업측에서도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는 등 장점이 있는 반면,기업 특성을 무시한 채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임금 수준을 낮추거나 노령자 구제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낙하산 인사=해당 기관의 직무에 대한 능력이나 자질,전문성과 관계없이 권력자가 특정인을 중요 직책에 임명하는 것을 말한다.

권력자가 자신의 성향에 맞는 사람을 임명한다는 의미에서 '코드 인사'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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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12월15일자 A1면

정부와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의 정년을 늘리자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현재 57세인 6급 이하의 정년이 5급 이상의 정년인 60세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와 공무원 노조는 14일 오후 3시부터 정부중앙청사 12층 CS룸에서 정부 측 대표인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과 노조 측 대표인 박성철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위원장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정부 공동교섭을 갖고 상당한 핵심 쟁점에 대해 합의했다.

양측은 이날 제3차 본교섭을 열어 핵심교섭 의제 5건을 최종 확정해 집중논의했다.

의제 5건은 △직급별 정년 평등화 △공무원 연금제도 개선 △성과상여금제 개선△공무원 보수 인상폭 노사교섭 뒤 결정 △교원과 학교근무 행정직의 근무시간 동일화였다.

이 중 정년 평등화에 대해 정부 측은 전 직급에 걸친 정년 60세 보장은 예산 인사 적체 등의 문제점이 있다며 일단 거부했다.

그러나 노조는 정년이 직급에 따라 차별화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맞섰다.

정부는 정년 연장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는 타협안을 냈고 노조 측도 정부 의견을 수용,타결을 봤다.

양측은 또 공무원연금은 '그대로 내고 덜받는' 방식이 된 국민연금처럼 개선해 나가되 개선기구 구성 때 노조 측이 참여키로 했다.

성과상여금 제도에 대해서는 양측이 발전 방향을 함께 강구하기로 했다.

교원과 학교근무 행정직 근무시간을 동일화하는 데도 합의했다.

교원은 오후 5시,행정직은 오후 6시에 퇴근하는 근무시간을 5시로 맞춘다는 것이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기자 dadad@hankyung.com